'롤렉스 1순위' 오지환부터 '언성 히어로' 문보경까지…'고영표 천적들', 1차전 복수 성공하나 [KS5]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1승만을 남겨둔 LG 트윈스가 타격감을 한껏 끌어올린 주축 타자들의 방망이에 기대를 건다. KT 위즈가 자랑하는 토종 에이스 고영표를 게임 초반 공략한다면 LG의 사상 첫 잠실 우승 축포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다. 

LG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LG 3승 1패) 5차전에서 KT와 격돌한다. LG는 케이시 켈리, KT는 고영표가 선발투수로 예고돼 지난 7일 1차전에 이어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LG는 한국시리즈 시작 후 막강한 화력을 바탕으로 3승의 우위를 점했다. 1차전에서 2-3으로 역전패를 당하고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차전에서 0-4의 열세를 뒤집고 5-4 승리를 거뒀다. 오지환의 솔로 홈런, 박동원의 결승 역전 2점 홈런으로 시리즈 균형 1승 1패를 맞췄다.

기세가 오른 LG는 지난 10~11일 적지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3~4차전까지 삼켜냈다. 특히 10일 3차전은 KBO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게임이었다.

LG는 오스틴 딘의 3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3-4로 역전을 허용했다. 박동원이 2차전에 이어 또 한 번 역전 2점 홈런을 폭발시켰지만 마무리 고우석이 무너지면서 8회 5-7로 경기가 뒤집혔다.

패색이 짙어지던 가운데 LG를 구원한 건 캡틴 오지환이었다. 오지환은 9회초 2사 1·2루에서 KT 클로저 김재윤을 무너뜨리는 결승 역전 3점 홈런을 때려내 LG의 8-7 승리를 이끌었다. 

불붙은 LG의 타격은 11일 4차전 내내 KT 마운드를 괴롭혔다. 베테랑 김현수의 선제 2점 홈런을 시작으로 문보경의 2점 홈런, 오지환의 3점 홈런이 연이어 터지면서 KT를 무너뜨렸다. 17안타를 몰아친 끝에 15-4 대승을 거두고 우승 트로피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까지 3승 1패를 거둔 팀의 우승 확률은 94.1%(16/17)다. 2013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1승 3패로 몰려 있던 상황에서 5, 6, 7차전을 내리 따내는 드라마를 쓴 게 유일한 예외였다. 

삼성은 당시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치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지만 주전 유격수 김상수, 2루수 조동찬의 부상 이탈로 전력 출혈이 컸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5경기, 플레이오프 4경기를 거친 두산은 5차전부터 투수진의 구위 저하가 눈에 띄었고 삼성은 5차전부터 총력전을 펼친 끝에 드라마를 썼다. 

LG는 체력, 분위기 모두 KT에 크게 앞서 있다.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5차전에서 승부를 끝내고 2023 한국시리즈에 마침표를 찍는 게 목표다.

LG가 5차전에서 우승 샴페인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KT 선발투수 고영표를 넘어서야 한다. 고영표는 1차전에서 6이닝 7피안타 2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LG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LG는 1차전에서 고영표를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투수들이 8회까지 2실점으로 제 몫을 해줬지만 찬스 때마다 적시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다만 1차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LG는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친 뒤 10월 15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한 달 가까이 자체 청백전만 치렀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타자들의 실전 감각이 완전히 올라오기 전이었다. 

LG 주축 타자들은 일주일 사이 타격감이 정상 궤도에 오른 것을 넘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유력한 시리즈 MVP 후보 오지환은 타율 0.400(15타수 6안타) 3홈런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단일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3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매서운 방망이 솜씨를 뽐내는 중이다. 

주전 3루수 문보경은 타율 0.462(13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 4번타자 오스틴 딘도 타율 0.375(16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 포수 박동원이 타율 0.385(13타수 5안타) 2홈런 4타점으로 매섭다.

오지환과 문보경의 경우 올 시즌 고영표의 '천적'이었다. 오지환은 9타수 5안타 1홈런, 고영표 상대 통산 성적도 53타수 19안타 2홈런으로 매우 강했다. 

문보경은 올해 고영표에게 7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오스틴도 9타수 3안타로 큰 어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박해민은 고영표에게 통산 20타수 9안타로 '저승사자'였다. 올 시즌 맞대결도 8타수 3안타로 강세였다. 한국시리즈 시작 후 15타수 5안타, 4차전 6타수 2안타로 안정적인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5차전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LG는 타자들이 고영표 공략에 성공하고 켈리가 1차전 투구 내용(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 1자책) 정도만 책임져 준다면 숙원이던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할 수 있다.

LG가 올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다면 처음으로 잠실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LG는 1990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은 삼성 라이온즈를 4연승으로 눌렀다. 당시 삼성의 홈 구장이었던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LG의 'V1'이 달성됐다. 

1994년 두 번째 우승도 안방이 아닌 원정이었다. 첫 우승 때와 마찬 가지로 태평양 돌핀스를 1~4차전 스윕으로 꺾었다. 경기장은 현재는 사라진 인천 공설운동장 야구장이었다.

■ LG 트윈스 역대 한국시리즈 전적

▲ 1990 시즌

- 정규리그 1위 → 한국시리즈 직행 vs 삼성 라이온즈 4승 우승

▲ 1994 시즌 

- 정규리그 1위 → 한국시리즈 직행 vs 태평양 돌핀스 4승 우승

▲ 1997 시즌

- 정규리그 2위 → 플레이오프 진출 vs 삼성 라이온즈 3승 2패 한국시리즈 진출

- 한국시리즈 vs 해태 타이거즈 1승 4패 준우승

▲ 1998 시즌

- 정규리그 3위 → 준플레이오프 vs OB 베어스 2승 플레이오프 진출

- 플레이오프 vs 삼성 라이온즈 3승 1패 한국시리즈 진출

- 한국시리즈 vs 현대 유니콘스 2승 4패 준우승

▲ 2002 시즌

- 정규리그 4위 → 준플레이오프 vs 현대 유니콘스 2승 플레이오프 진출

- 플레이오프 vs KIA 타이거즈 3승 2패 한국시리즈 진출

- 한국시리즈 vs 삼성 라이온즈 2승 4패 준우승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