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은 기업 탓?…원룟값 내려도 영업익은 올랐다

조시형 2023. 11. 1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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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기업의 이윤 추구가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이 대두하고 있다.

밀·옥수수 등 주요 식품 원료의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식품 기업들의 실적은 호조를 보이면서다.

주요 식품 원자재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폭은 여전히 높다.

그리드플레이션은 탐욕(greed)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기업의 이윤 추구가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는 의미의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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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조시형 기자]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기업의 이윤 추구가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이 대두하고 있다.

밀·옥수수 등 주요 식품 원료의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식품 기업들의 실적은 호조를 보이면서다.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선물 시장 등에 따르면 이달 밀의 부셸(곡물 중량 단위·1부셸=27.2㎏)당 가격은 평균 5.69달러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가격이 치솟았던 작년 5월 평균 가격(11.46달러)에 비해 50.3% 하락했다.

밀은 빵·과자·라면 등 식품의 주원료로 쓰인다.

다른 주원료인 대두의 경우 작년 3월 16.73달러까지 올랐다가 이달 13.40달러로 19.9% 하락했다.

팜유(-41.8%), 옥수수(-39.4%), 대두유(-38.3%) 등의 가격도 정점 대비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원료는 작년 5월에 정점을 보인 바 있다.

주요 식품 원자재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폭은 여전히 높다.

올해 1∼10월 가공식품 물가는 누계비 기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6% 상승했다. 작년 연간 상승률(7.8%)보다 0.2%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올해 같은 기간 외식 물가의 경우 6.4% 상승했다. 작년 연간 상승률(7.7%)보다 1%포인트 넘게 낮아지긴 했으나, 작년을 제외하면 1994년(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 안팎에서는 그리드플레이션에 대한 의심이 늘고 있다. 식품 업체가 원자재 값이 올라갈 때는 즉각 이를 반영하지만, 가격이 내려갈 때는 반영하지 않거나 더 늦은 속도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리드플레이션은 탐욕(greed)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기업의 이윤 추구가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는 의미의 용어다.

의심의 단초는 주요 식품 업체들의 실적 호조다.

올해 상반기 농심[004370]의 영업이익은 1천175억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보다 204.5% 증가했다. 빙그레[005180](160.3%)도 세 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해태제과(75.5%), 풀무원[017810](33.2%), 동원F&B(29.7%), 오뚜기[007310](21.7%), 삼양사[145990](20.3%), SPC삼립[005610](16.2%) 등 주요 기업들도 영업이익 증가율이 두 자릿수 이상으로 호조를 보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식품 기업들이) 원재료가 하락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고통 속 기업들 자신만의 이익만을 채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내 식품 업계는 그리드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오리온[271560](15.3%) 등을 제외하고 빙그레(8.7%), 오뚜기(7.6%), 농심(6.9%) 등 주요 식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상반기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는 통상 영업이익률이 10%가 넘어가는 다른 제조업계에 비해 낮은 수치라는 것이다.

최근 밀 등의 가격은 내리고 있으나 다른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고 있어 식품 가격을 쉽게 내릴 수 없다고도 설명한다.

식품 업체 관계자는 "팜유 등의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부분은 분명히 있으나 전분·설탕 등 가격이 올라간 원재료도 있다"며 "제조 기반의 회사가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거뒀는데 '그리드'(탐욕)라는 표현을 쓰는 데 대해서는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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