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고 4→2등급 됐다”…수험생 유혹하는 ADHD 약
교육열 높은 강남·송파·서초서 유독 처방량 높아…오남용 우려
배승민 교수 “질환 없는데 복용할 경우 이상반응 나타날 수도”
“치료제 복용하고 국어 비문학 풀었는데 술술 잘 읽힘. 원래 4등급이었는데, 약 먹고 푸니 9모(9월 모의고사에서) 2등급 떴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복용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내용의 글이 인기다. ADHD 치료제로 주로 쓰이는 의약품을 먹고 난 뒤 성적 향상 효과를 봤다는 간증글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16~31일 집중 점검을 벌인 결과, 수험생과 학부모를 현혹하는 식품의약품 온라인 부당광고·불법판매 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부 잘하는 약’, ‘집중력 올려주는 약’으로 불법 판매·광고하거나 유통·알선·나눔·구매한다는 내용의 게시물만 200건이 적발됐다. 공부 잘하는 약의 정체는 의료용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는 ‘메틸페니데이트’였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통상 ADHD 치료제로 쓰이는데 의사 처방 없이 구매하면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자신이 처방받은 약을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되파는 것 역시 불법이다.
주의력결핍장애 환자가 차분해지고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ADHD 치료제가 정상인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오인하면서 오남용 사례는 늘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에선 ‘스터디-드러그(Study-drug)’라고 불리는 등 오남용이 심각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메틸페니데이트 처방량이 다른 곳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ADHD 약물 처방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서울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였다.
최근 국내 처방은 급증하는 추세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현황에 따르면 2019년 3523만개, 2020년 3770만개였던 처방량은 2021년 4538만개, 2022년 5695만개로 증가했다. 올해 6월까지는 작년 처방량의 60% 수준을 초과하는 3431만개가 처방됐다.
특히 수능을 앞두고 학부모와 수험생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오남용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의학적 타당성 없이 처방받을 경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승민 가천대길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만약 ADHD 약을 먹고 나서 효과를 봤다면, 아마도 ADHD가 있었는데 그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가 약재의 도움을 받아 호전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반인은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치료제를 복용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배 교수는 “질환이 없는데 시험 전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을 잠깐 처방받아 복용하는 경우 효과가 없을 뿐더러 부작용, 이상반응 등을 조절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입맛이 떨어지는 등 위장 및 소화기계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과용했을 땐 혈압, 맥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드시 의사 모니터링 아래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수험생들이 유독 시험 전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건 ADHD 때문이 아니라, 수면 부족일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배 교수는 “수면이 부족할 때 일시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진다. 수험생이 시험 전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대개 이 경우일 것”이라며 “특히 시험 전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한다면 적응 과정이 짧아 부작용 우려가 더 크기 때문에 복용 전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영미 대한약사회 정책홍보수석도 “일시적인 효과를 본다고 해도 오남용 우려가 큰 의약품들을 복약지도 없이 복용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며 “‘한 번이면 괜찮고, 두 번이면 큰일 난다’ 이런 의약품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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