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신지애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노우래 2023. 11.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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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서 2승 수확 신바람
5년 전과 비교해 더 향상된 비거리
타고난 승부욕에 강한 정신력 소유
운동과 휴식 균형 조절, 연구와 자기관리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한국 여자 골프의 간판’ 신지애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지난 5일 일본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토토 재팬 클래식 4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올해 출전한 LPGA투어 5개 대회에서 무려 4차례나 ‘톱 5’에 입상했다. US여자오픈 준우승과 AIG여자오픈 3위 등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경쟁력을 보여줬다.

30대 중반인 신지애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여전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신지애는 주로 일본에서만 뛰고도 세계랭킹이 15위다. 2013년 12월 이후 무려 9년 10개월 만에 15위권 진입이다. 2010년 5월 한국 선수로는 처음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미국 무대를 포기하면서 세계랭킹은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 1월만 해도 66위였지만 이젠 ‘톱 10’을 넘볼 수준까지 올라섰다. 한국 여자선수 중 가장 빠른 상승세다. 내년 6월까지 이 순위 지키면 태극마크를 달고 파리 올림픽에 나갈 수도 있다.

신지애가 바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LPGA투어에서 11승(메이저 2승)을 수확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선 28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도 아마추어 1승을 포함해 20승을 쌓았다. 국내 남녀를 통틀어 프로 최다승인 64승이다. 신지애는 1988년생이다. 30대 중반의 나이다. 모든 면에서 기량이 떨어질 시기다. 세계 여자 골프계의 전성기는 20대 초·중반이다. 국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대 루키가 등장할 정도로 젊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신지애는 세월을 역행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전성기에 버금가는 일관된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일본에서 2승을 올렸다.

절정의 성적을 냈던 시기와 비교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신지애는 2018년 JLPGA투어에서 신바람을 냈다. 27개 대회에서 4승을 거두면서 대상 포인트 1위(598.5점), 상금 2위(1억653만엔), 평균타수 2위(70.13타)의 성적표를 제출했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58위(232.94야드)에 그쳤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2위(75.90%), 홀당 퍼팅 수 4위(1.76개), 파 세이브율 4위(88.77%), 라운드 버디 수 2위(3.93개) 등이 돋보였다.

신지애는 올해도 발군의 기록을 뽐내고 있다. 20경기에서 2승, 14차례 ‘톱 10’에 진입했다. 대상 포인트 2위(2652점), 상금 3위(1억5566만엔), 평균타수 3위(70.10타)다. 5년이 지났지만 비거리(238.96야드)와 홀당 퍼팅 수(1.75개), 라운드 버디 수(4.03개)는 오히려 향상됐다. 시즌 막판 성적에 따라 대상, 상금, 평균타수에서 1위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다.

신지애는 배고픈 골퍼다. 자신의 쌓은 업적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최고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찼다. 데뷔 초기부터 지금까지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로 출격한다. 또래 동료들은 대부분 은퇴했지만 18년째 필드를 누비고 있다. 신지애는 타고난 승부욕을 가졌다. 그는 "지는 게 너무 싫다. 미친 듯이 연습하는 이유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감은 대단하다"고 했다.

신지애는 자신의 몸에 맞는 드라이버 피팅으로 5년 전보다 더 긴 비거리를 자랑하고 있다.

키 156cm인 신지애는 엄청난 파워의 소유자다. 드라이버 로프트는 8.2도다. 여자 선수의 경우 8도대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드라이버 샤프트 스윙 웨이트는 D4다. 거의 몽둥이 수준의 제품이다. 경량 그립 등을 사용해 총 웨이트를 조절한다. 신지애는 꾸준하게 연구하는 스타일이다. 퍼터에도 납 테이프를 붙인다. 무게추도 바꿔가며 최적의 밸런스를 찾는다. 신지애처럼 직접 자신의 클럽을 피팅해서 사용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클럽을 소중히 여긴다. 캐디가 그립을 절대 만지지 못하게 한다. 신지애는 "사람마다 손의 기름이 다르다. 캐디가 그립을 만지는 경우는 타월로 닦을 때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회에서 공은 1더즌(12개)을 쓴다. 조금만 스크래치가 나도 바로 바꾼다.

신지애는 멘탈이 강한 선수다. 열다섯 살 때 어머니가 교통사고 세상을 떠났다. 신지애가 부의금으로 골프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신지애는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돋보인다. 시간이 있을 때는 공연장과 전시회장을 다니면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최근 일본 무대를 정리한 이보미는 신지애의 롱런 비결에 대해 "운동뿐만 아니라 휴식도 잘하는 친구"라고 평가했다. 신지애는 "온·오프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힘만 주면 안 된다. 힘을 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지애는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몸에 대해 꼼꼼하게 분석한다. 밀가루와 계란, 유제품 등은 대회 이틀 전부터 먹지 않는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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