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리뷰] ‘서울의 봄’ 지금까지 이런 근현대사 영화는 없었다 ①

정진영 2023. 1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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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1979년 12월 12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정치 영화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만 정의하긴 아쉽다.

‘서울의 봄’은 국내 최초로 12.12 군사반란을 다룬 대중영화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다. 배우 황정민이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 역을 맡아 진압군의 중심축 이태신을 연기한 정우성과 대립 구도를 만들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지만 무엇보다 눈이 가는 건 김성수 감독의 연출이다. ‘아수라’를 연출했던 김성수 감독은 12.12 군사반란 9시간을 140여분의 러닝타임에 압축하면서도 인물들 간 관계성과 정치적 상황을 놓치지 않은 노련미를 발휘했다.

12.12는 서울에서 단 9시간 동안 벌어진 사건이지만, 이후 대한민국 역사의 방향을 크게 바꿨다. 수도인 서울을 누가 먹느냐의 싸움은 흡사 작은 전쟁이었다. ‘서울의 봄’은 바로 이 지점을 제대로 살렸다.

‘서울의 봄’은 영화 초반부터 전두광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며 그를 중심으로 한 하나회 멤버들과 당시 정권의 수호자인 진압군의 대립구도를 선명하게 그려냈다. 이렇게 두 파로 등장인물들을 나눈 뒤에는 각각의 인물의 시점을 돌아가며 보여줌으로써 긴박감을 살렸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희망과 절망, 전략 등이 노출되며 마치 한 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듯한 감상을 안긴다. ‘서울의 봄’은 수많은 병사들과 대규모 전투신이 없더라도 충분히 긴장감 있는 전쟁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다 보면 러닝타임이 다소 길다는 게 잘 체감되지 않을 정도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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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 영화는 좋은 사운드를 보유한 상영관에서 보는 것이 좋다. 총성과 탱크 소리, 긴장감 있게 울리는 전화벨 등이 실감나게 구현돼 보다 손에 더 땀을 쥐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국민적 아픔이 큰 사건들이 많았던 한국의 근현대사. 그런 음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싫어서 관련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서울의 봄’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이토록 근현대사를 스펙터클하고 긴장감 있게 다룬 작품을 대라면 쉽게 입을 떼기 어려울 정도다.

공격하는 전두광과 막으려는 이태신. 수도 서울을 먹기 위한 9시간 동안의 전쟁을 다룬 ‘서울의 봄’은 컴팩트한 설계와 스피디한 연출로 이번 겨울 한국영화의 창대한 피날레를 노린다.

12세 관람가. 141분. 오는 22일 개봉.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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