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이 장르다…돌아온 ‘벨벳’ 콘셉트, ‘칠 킬’로 보여줄 색깔 ①

권혜미 2023. 1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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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레드와 벨벳, 두 가지 콘셉트를 자유롭게 오가며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한 그룹 레드벨벳이 돌아온다.

13일 레드벨벳이 정규 3집 ‘칠 킬’을 발매하며 전격 컴백한다. 지난해 11월 발매된 ‘더 리브 페스티벌 2022 – 벌스데이’ 이후 1년 만이며, 정규앨범으로는 2017년 ‘퍼펙트 벨벳’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칠 킬’에는 동명의 타이틀곡을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타이틀곡 ‘칠 킬’은 갑작스레 등장한 ‘칠 킬’의 존재로 인해 고요했던 삶이 불완전해진 비극 속에서도 상대를 갈구하며 희망을 노래하는 양면성이 특징적인 곡. 퍼포먼스 또한 ‘밝은 비극’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구성됐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14년 데뷔해 올해로 어느덧 데뷔 10년 차가 된 레드벨벳은 그동안 ‘레드’와 ‘벨벳’, 두 가지를 혼합한 ‘레드벨벳’까지 세 가지 콘셉트로 음반을 발매해왔다. 그룹명 자체가 팀의 방향성을 100% 담고 있는 것이다. ‘레드’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색깔’, ‘벨벳’은 ‘클래식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레드벨벳’은 이 정반대의 성향이 절묘하게 섞인 음악을 의미한다. 노래로 구분한다면 ‘레드’는 데뷔곡 ‘행복’부터 ‘덤덤’, ‘루키,’ ‘빨간 맛’ 등이고, ‘벨벳’은 ‘피카부’, ‘배드 보이’, ‘싸이코’ 등이다. ‘레드벨벳’은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러시안 룰렛’, ‘짐살라빔’ 등이다. 

사전에 공개된 콘텐츠를 보면 이번 ‘칠 킬’은 ‘벨벳’ 콘셉트로 짐작된다. ‘칠 킬’의 콘셉트 포토와 뮤직비디오 티저 모두 어두운 분위기 속에 무언가 위기에 빠진 듯한 멤버들의 모습을 차례로 보여준다. 2분 30초 분량의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멤버들이 검은색 의상을 입은 의문의 여성들과 함께 있거나, 또 다른 내 자신을 마주하는 듯 보이는 장면이 삽입돼 마치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무서운 기분이 들게 한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레드벨벳의 이번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가 유독 높은 이유는 오랜 공백을 깬 컴백일 뿐만 아니라 약 5년 만에 레드벨벳만의 ‘벨벳’ 콘셉트를 다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 신나는 에너지가 기반이 된 ‘레드’ 콘셉트는 다른 K팝 걸그룹도 여러 번 시도한 음악 콘셉트지만 몽환과 신비, 서늘함이 결합된 ‘벨벳’ 콘셉트는 레드벨벳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레드벨벳이 처음으로 ‘벨벳’ 콘셉트를 시도한 음반은 싱글 2집 ‘비 네이처’(2014)다. 당시 데뷔곡 ‘행복’으로 풋풋하고 깜찍한 매력을 자랑했던 레드벨벳은 선배 그룹 S.E.S.의 히트곡이었던 ‘비 네이처’를 재해석해 레드벨벳만의 스타일로 불렀다. 모던 재즈의 구성, 깔끔한 정장으로 통일한 무대 의상, 의자 위에서 춤을 추는 페어 안무로 ‘행복’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180도 다른 이미지로 변신했다. 이후 ‘오토메틱’, 발라드 ‘7월 7일’ 등으로 꾸준히 ‘벨벳’ 콘셉트를 선보여왔지만, 결국 ‘덤덤’, ‘러시안룰렛’, ‘빨간 맛’, ‘루키’까지 레드 콘셉트가 연속 히트곡으로 등극하며 ‘벨벳’ 콘셉트의 존재감이 다소 흐려지기도 했다.

사진=레드벨벳 '피카부' 뮤직비디오
하지만 레드벨벳은 ‘피카부’로 ‘벨벳’ 콘셉트의 진가를 증명했다. 까꿍을 의미하는 ‘피카부’는 팝 댄스곡으로, 빠른 비트에도 어딘가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묘한 중독성을 안겼다. 뮤직비디오는 피자배달부를 멤버들이 차례로 살해한다는 충격적 내용으로 구성됐다. ‘피카부’ 외 수록됐던 8곡도 모두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말 그대로 ‘퍼펙트(Perpect)’ 벨벳 그 자체인 음반이었다. 이 외에도 레드벨벳은 ‘레드’ 콘셉트 노래에도 뮤직비디오 곳곳에 ‘벨벳’의 장치를 숨겨두었다. ‘덤덤’에는 멤버들을 마네킹으로 묘사하며 현 산업 구조의 비판을, ‘러시안 룰렛’에서는 서로에게 끔찍한 장난을 치는 모습을 장난스럽게 풀어내며 오싹함을 안기는 방식이었다.

사진=레드벨벳 '러시안룰렛' 뮤직비디오
지난 10년 동안 레드벨벳은 행복함 속의 섬뜩함을 표현해내며 레드벨벳만의 특별한 장르와 음악, 콘셉트를 구축해왔다. 좋은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레드벨벳의 콘셉트를 분석하는 즐거움도 함께 안겨줬다. ‘칠 킬’로 돌아오는 레드벨벳이 또 어떤 실험적인 음악으로 새로운 색깔을 입힐지 지켜볼 일이다.

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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