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위해 요리했더니 2억 대박 쳤다…할매·할배 전성시대 [세계 한잔]
미국 뉴저지에 사는 린 데이비스(67)는 코로나 19가 한창일 때 매일 가족을 위해 요리하느라 분주했다. 당시 일자리를 잃고 집에서 머물던 아들은 어머니의 요리하는 모습과 '맛팁'을 틈틈이 촬영해 SNS에 올렸다.
그렇게 '놀면 뭐하냐'는 생각에 찍었던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베이컨·계란·치즈를 넣고 매콤한 스리라차 소스를 끼얹은 빵, 구운 가지 요리 등 30여 가지의 '할매표 레시피'에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생각지 못한 인기였다. "엄마, 빵 영상 조회 수 30만회 됐어요"라는 아들의 설명에도 데이비스는 "농담이겠지" 하며 믿지 않다고 한다.
자녀 넷, 손주 둘을 둔 평범한 할머니였던 데이비스는 이제 요리 콘텐트로 틱톡·인스타그램·유튜브에서 2700만명의 팬을 둔 인플루언서가 됐다. 그는 식도암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전 세계 팬들의 위로와 응원을 받기도 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 데이비스 같은 '그랜플루언서(할아버지·할머니 인플루언서)'의 전성시대가 왔다고 전했다.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요리·자동차 수리·패션·건강·추억담 등 여러 주제로 영상에 출연해 젊은 층에 인기도, 수입도 거두는 게 대세가 됐다는 얘기다.
WSJ에 따르면 인기 있는 그랜플루언서는 게시물당 3만 달러(약 3885만원)~15만 달러(약 2억원)를 벌고 있다. 그랜플루언서들에게 법적 자문을 하는 로즈 미드 하트 변호사는 WSJ에 "당신이 25세인지, 80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콘텐트 제작에 있어 공평한 장이 열렸다"고 말했다.
18~34세 젊은 층, 인생 선배 꿀팁에 열광
그랜플루언서의 팬들은 의외로 젊은 층이 많다고 WSJ이 전했다. 액티베이트 HQ 조사 결과, 미국 상위 10위 그랜플루언서의 구독자 중 74%가 18~34세였다. 외신들은 인생 선배로서 젊은 층이 미처 몰랐던 꿀팁을 친근하게 전해준다는 점이 호응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조부모 세대가 즐긴 트렌드를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생)가 따라 하는 ‘할매니얼(할매 밀레니얼)’이 인기인 한국의 상황과도 일맥상통한다.
외신들은 "그랜플루언서들이 자기가 살던 세대를 추억하거나 당시 사진 등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상도 인기"라면서 "이런 콘텐트들은 젊은 시청자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기 딱 좋다"고 짚었다. 레트로(복고주의)를 '쿨'하다고 여기는 젊은 층의 특성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나이듦을 두려워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모습에 찬사를 보내는 시선도 있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단순히 장수하는 것이 아닌 '오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재정의한 그랜플루언서들이 청년층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팬 570만명을 거느린 바바라 코스텔로(74)는 피플지에 "딸이 하도 영상을 만들자며 졸라서 만든 게 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한 150번쯤 거절하다가 '그래, 너라도 보면서 좋으면 됐지' 싶어 촬영했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이 좋아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자녀 넷과 손주 9명을 둔 그는 워킹맘 경험을 바탕으로 장보기 루틴, 식기세척기 관리법 등을 소개하며 팬과 소통한다.
테네시주에 거주하는 스코티 킬머(70)는 자동차 전문 유튜버다. 청재킷 차림으로 종종 등장하는 그는 카메라를 향해 소리치며 자동차 업체들에 속 시원하게 일침을 놓는 '사이다 콘텐트'로 팬층을 다졌다.
약 50년간 정비사로 일해온 경험이 그의 무기다.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비법을 전수하고, '바가지 수리'를 피하는 조언도 아끼지 않아 인기다. 자동변속기 사용시 절대하면 안 되는 5가지, 헤드라이트 복원법 등은 수 백만회 조회됐다.
━
"나라 지킨 군인, 전동차 사주자"…1억 넘게 모여
펀딩 웹사이트인 고펀드미에 따르면 재단은 추가 모금을 통해 전직 군인들에게 전동차 50대 이상을 전달했다. 제리는 WSJ에 "그랜플루언서가 된 뒤 인생이 바뀌었다"면서 "더 행복하고, 건강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삶이 됐다"고 소개했다.
━
미국인, 그 어느 때보다 고령자 활동 왕성
그랜플루언서의 인기는 고령자들이 활약하는 최근 미국 사회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에서 고령자가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에서 일하는 중역의 평균 연령은 2005년 45.9세에서 2018년 54.1세로 올랐다. 미 연방정부 직원의 30%는 55세 이상이다.
이런 활약이 가능한 이유는 고령층이 인지면에서 다른 세대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노화협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12%만이 인지 장애를 겪고 있다. 이는 45~64세 인지 장애 비율(10.8%)과 큰 차이가 없다고 WP는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피임약 먹이고 친모 앞 성폭행…7년간 당하던 딸의 비극 | 중앙일보
- 형의 죽음에 짜증내던 동생, 통장 발견되자 “잔액은요?” | 중앙일보
- 중국인 4명 딱 한그릇 시켰다…명동의 ‘전지현 짜장면’ 실화 | 중앙일보
- "죽일거야" 말려도 강남 가게 '쾅'…만취운전 외국인이 한 짓 | 중앙일보
- 술 못 끊는다고…아내 목에 쇠사슬 감금, 급기야 때려죽였다 | 중앙일보
- 남현희 녹취록 "전청조, 삼성보다 돈 많아…비밀 지키면 1500만원" | 중앙일보
- 월마트 집어삼켰던 이마트, 이젠 월마트가 부러운 이유 | 중앙일보
- 필리핀 관광지서 또…56세 한인, 2인조 강도에 흉기 찔렸다 | 중앙일보
- '얼죽아' 희소식…스벅 아메리카노 나흘간 이 시간엔 3000원 | 중앙일보
- "참다 참다, 어지간히 해라 진짜 XXXX" 지드래곤 친누나 분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