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앞둔 시진핑, 재선 앞둔 바이든 경합지 콩 300만톤 샀다

강태화 2023. 11.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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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글로벌 공급망과 안보의 향배를 정할 담판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과에 따라 동맹 외교를 기반으로 북한에 대응해야 할 한국도 큰 영향을 받게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의에서 회동한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미·중은 지난 10일 동시에 양국 정상이 오는 14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의 대좌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만이다. 특히 시 주석이 직접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트럼프 정부 때인 2017년 4월 이후 6년 7개월만이다.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경쟁에 이은 대만 문제,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회담이 결정된 것은 정세 불안이 더 확대돼선 안 된다는 양국의 공동 인식의 결과로 해석된다. 동시에 두 정상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극적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벨빌의 제너럴모터스(GM) 물류센터 앞에서 열린 미국자동차노조(UAW) 파업 시위에 동참했다.미국 현대사를 통틀어 현직 대통령의 노조 파업 동참은 처음이 다. 내년 대선에서 노동자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 다. 공화당 유력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바로 다음날 미시간주 자동차 부품 업체를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자동차 우선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2일 “세계적 불확실성의 확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대선을 앞두고 회담이 성사된 배경을 온전히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회담은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 ‘룰에 의한 경쟁’ 체제를 만들어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바이든과, 경제 위기 상황에서 ‘불리한 경쟁’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시 주석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일 미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회담의 의제와 관련 “미·중 양자관계를 비롯해 개방적인 소통선 강화와 경쟁의 책임 있는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중국과 건전한 경제 경쟁이 양국에 장기적 이익이 되도록 도모하고 있다”며 “중국과 경쟁에 매몰되는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무한경쟁 과정에서 유례 없는 부동산 및 경기 침체, 청년 실업률 급증에 직면한 중국의 입장에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구상하는 ‘경쟁의 규칙’이 절실한 상황이다.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왼쪽)가 지난해 10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옆자리에 앉아 있다. 리 전 총리는 자신의 정치 스승인 후진타오 전 주석(가운데)이 수행원에 이끌려 퇴장당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AFP=연합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최고 경제정책 결정 회의인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APEC 이후인 12월로 연기했다. 이 회의는 경제정책의 방향과 향후 10년의 청사진을 공개하는 곳인데, 시 주석의 임기 연장을 위한 헌법 수정을 했던 2018년을 제외하고 12월에 회의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역시 이번 회담을 민감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날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미국에 대한 비난 대신 긍정적 내용으로 지면을 채웠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몇년간 중·미 관계 부침의 경험이 준 교훈은 상호존중과 평화공존, 협력·호혜의 3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상호 존중은 전제요, 평화 공존은 최저 한계선, 협력 호혜는 목표”라고 보도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이 처한 정치·경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갈등을 확대하는 것은 시 주석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사안”이라며 “회담 결과 발표와 별개로 사전 조율 과정에서 북·러 밀착과 대만 문제 등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우려를 경감할 수 있는 논의가 일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 주석은 정상회담 직전 미국산 대두 300만톤을 수입한다고 밝혔는데, 김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미국 대두의 주요 생산지는 아이오와, 일리노이, 위스콘신, 미시간 등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내년 대선의 향배를 정할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ㆍ경합주)라는 것”이라며 “굳이 스윙스테이트 농산물을 대량 구매하는 것은 트럼프의 초강경 대중 외교의 부활을 원치 않는 시 주석이 바이든에 대해 상당한 성의를 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미국 경합주 6곳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5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주석은 스윙스테이트 대두를 수입하는 데서 더 나아가 방미 기간 아이오와 주민들을 별도로 만난다. 아이오와는 시 주석이 31세이던 1985년 경제사절단 대표로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찾았던 곳이다. 그는 부주석이던 2012년에도 아이오와를 방문한 뒤 주민 수십명을 중국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그래픽] 미국 주요 경합주 지지율


만약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 관계의 개선의 모멘텀이 확인될 경우 한국은 기회와 도전에 동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2개의 전쟁’에서 북한은 러시와와 급격히 밀착하며 무기 지원 등을 통해 입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은 물론 대만 문제 등에 이어 계속 ‘후순위’로 밀렸다. 다만 미국의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실질적 후원자 역할을 계속하는 중국에게 북한 도발에 대한 우려를 강조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도할 뜻을 밝혔다. 미·중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요구할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미국이 중국과 화해 무드를 조성할 경우 동맹외교에 사실상 ‘올인’해 온 한국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APEC 기간 중인 16일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IPEF는 대중 공급망 봉쇄의 중심축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든 기구로, 한국은 원년 멤버로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또 17일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스탠포드대에서 좌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 중국은 미·일과 밀착한 한국과의 협력 복원이 오히려 절실해질 것”이라며 “한·중 관계도 여러 상황에 대비해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 주석과의 윤 대통령의 공식 회담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워싱턴ㆍ베이징=김형구ㆍ신경진 특파원,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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