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별희’ ‘조씨고아’…중국 고전, 한국 공연계 스테디셀러로
한국적 각색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새롭게 재탄생
‘패왕별희’와 ‘조씨고아’의 공통점은? 두 작품 모두 중국 역사서 ‘사기’에 나오는 일화를 토대로 전통연극으로 만들어진 뒤 지금까지 사랑받아온 고전이다. 이후 중국에서 영화, 드라마, 무용 등으로 끊임없이 변주됐으며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두 작품은 한국에서 각각 국립창극단과 국립극단에서 무대화된 후 사랑받는 레퍼토리가 됐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11월 두 작품이 공교롭게도 잇따라 무대에 올라간다.
지난 11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국립창극단의 ‘패왕별희’(~18일까지)는 동명 경극을 원작으로 2019년 4월 초연됐다. 새로운 장르 및 소재와의 결합으로 동시대 관객과 호흡하는 창극을 선보이는 국립창극단의 레퍼토리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경극에 서양 고전을 접목해 현대극을 만드는 대만 연출가 우싱궈(대만 당대전기극장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그리고 작창은 소리꾼·배우·작창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자람, 의상디자인은 영화 ‘와호장룡’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의상상을 받은 예진텐이 맡았다.
창극 ‘패왕별희’는 도창(해설자) 격인 맹인노파의 구슬픈 소리로 시작된다. 이어서 항우가 유방을 살려줘 패전의 원인이 된 ‘홍문연’ 장면부터 중국 역사상 위대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십면매복’, 유방에게 패해 달아나다 포위된 항우의 죽음을 다룬 마지막 ‘오강에서 자결하다’까지 긴장감 넘치게 흘러간다. 작품의 백미는 역시 항우와 우희의 이별을 그린 ‘패왕별희’ 장면이다. 우희 역을 맡아 요염한 몸짓과 고난도 검무까지 소화한 국립창극단원 김준수와 굵은 목소리와 떡 벌어진 어깨로 장수의 기개를 보여준 항우 역에 정보권의 연기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우싱궈는 “김준수가 중국에서도 찾기 어려운 우희 연기를 보여줬다”고 극찬한 바 있다.
국립창극단 ‘패왕별희’는 2019년 4월 초연과 11월 재공연 당시 객석점유율이 각각 97%, 99.7%를 기록할 만큼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시각 중심의 경극과 청각 중심의 창극,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된 두 나라의 전통예술이 가진 강점을 조화롭게 엮어 만들어낸 결과였다. 앞서 중극장에서 선보였던 공연이 올해 삼연에선 대극장인 해오름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한층 웅장해진 대서사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30일 서울 명동극장에서 개막하는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12월 25일까지)은 중국 4대 비극 중 하나인 원나라 기군상의 잡극 ‘조씨고아’를 원작으로 고선웅이 각색 및 연출한 작품이다. 초연부터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받으며 이번에 여섯 번째 시즌을 맞게 됐다.
18세기 유럽에 소개된 이후 ‘동양의 햄릿’이라는 찬사를 받은 ‘조씨고아’는 기원전 6세기 초, 춘추시대 진나라의 충신 조순과 간신 도안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도안고가 조순 일가를 몰살시킬 때 임신 상태였던 조순의 며느리는 아들을 낳은 뒤 시골 의사 정영에게 맡기고 자결한다. 정영은 조씨의 후손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친아들 정발을 희생시킨다. 이후 도안고의 수하에 들어가 복수를 도모하던 정영은 아들이 16세가 되자 비밀을 알려주고, 그 아들은 마침내 도안고에게 복수한다.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015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한국 연극계에서 ‘믿고 보는 공연’으로 성장했다. 2016년에는 원작이 나온 중국의 국가화극원 대극장 무대에 현지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한류 입힌 공연 역수출’의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2019년 국립극단이 주최한 설문조사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공연 중단을 겪었으나, 2021년 다시 돌아와 관객을 만난 바 있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꾸준히 사랑 받는 비결은 장쾌한 서사, 무게감 있는 인간 내면의 묘사 등 극의 높은 완성도와 더불어 초연부터 함께한 출연진과 제작진들의 오랜 호흡에서 나오는 완벽한 케미스트리에 있다. 정영 역의 하성광과 도안고 역의 장두이 등 초연부터 대부분 함께해온 배우들의 캐릭터 체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온전한 극 중 몰입 상태를 선사한다. 올해는 조씨고아 역의 이형훈과 함께 더블 캐스트로 박승화가 새롭게 합류한다. 연출가 고선웅은 “12월 2일 예정된 서울 누적 공연 100회 기록은 매 공연 찾아주시고 함께 울고 웃으며 마음을 나눠주신 관객들 덕분”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국립극단은 서울 100회 기록의 시즌을 맞아 이전에는 진행하지 않았던 배리어프리 회차도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다. 배리어프리 회차는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운영되며 한국수어통역, 한글자막, 음성해설, 이동지원을 진행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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