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현대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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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두 개를 상상해본다.
한 개의 그림에는 커다란 점 한 개와 작은 점 여러 개가 그려져 있고, 다른 그림은 비슷하게 작은 점 여러 개로만 이루어져 있다.
모두 비슷한 점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면이 균질할 경우에 그림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은 이 중 자신에게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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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두 개를 상상해본다. 한 개의 그림에는 커다란 점 한 개와 작은 점 여러 개가 그려져 있고, 다른 그림은 비슷하게 작은 점 여러 개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때 첫 번째 그림에서는 하나의 점이 중요하고, 다른 점들은 덜 중요하게 여겨진다. 위계가 생기는 것이다. 두 번째 그림에는 위계가 없다. 모두 비슷한 점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면이 균질할 경우에 그림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은 이 중 자신에게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오른쪽 구석, 가운데, 가장 아래의 점 등 관객의 시선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이때 정답은 없으며 개별 감상의 차이만이 존재하게 된다. 중심과 주변이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큰 점이 있는 그림에는 정답이 있다. 큰 점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자동적으로 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첫 번째 그림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중요하며, 두 번째 그림에서는 관람자의 의도가 중요해진다.
이 예시는 예술에서의 ‘현대성’이라는 개념의 핵심을 포함하고 있다. 고전 예술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작품 속에서 이미 정해져 있다면, 현대 예술에서는 관람객의 해석에 따라 작품은 새롭게 결정되고 갱신된다. 작가의 의도는 존재하지만,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난 순간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다. 현대에는 관람자의 자리가 훨씬 넓다. 시인으로 활동하는 동안 ‘현대시는 너무 어려워요’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질문과 걱정을 자주 듣게 된다. 시의 어려움은 사실 시에 정답이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고전적인 읽기의 방식은 우리의 교육 과정에서 길러진 것이다. 그러나 작품은 그곳에 있을 뿐, 작품 앞에서 관람자는 자유롭다. 작가는 작품으로써 자유로운 해석을 촉발할 계기를 마련할 따름이다. 해석의 어려움이란 사실 우리가 그 앞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 자유를 즐기는 방식의 읽기가 모두에게 가능해지기를 바란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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