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이·팔 전쟁에 대한 北의 주장

2023. 11. 1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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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철저하게 반이스라엘과 반미 전선에 서서 주 3회 이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 중이다.

북한은 미국 중심의 세계와 북·중·러로 대변되는 권위주의 체제 간에 갈등을 부각시켜 자신들이 국제질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정당한 행위자임을 강조하려 한다.

북한은 이미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역사의 반동', 다극화는 '국제관계가 민주화하는 역사의 전진'으로 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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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철저하게 반이스라엘과 반미 전선에 서서 주 3회 이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 중이다. 10월 9일 첫 보도부터 이번 사태를 ‘팔레스티나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범죄행위의 결과’로 규정했다. 동시에 미국 책임론을 최대한 부각하고 있다. 사태 발발 원인을 ‘가장 반동적인 대중동 정책을 추구하여온 미국에 있다’면서 아랍의 ‘적수’라고 비판한다.

북한이 펼치는 주장의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첫째, 신냉전 진영주의를 구축하여 반미전선을 강화하려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김정은은 2022년 12월 “국제관계 구도가 ‘신랭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된다”고 선포한 바 있다. 올해 9월에는 “제국주의 반동세력에 의해 전 지구적 범위에서 ‘신랭전’ 구도가 현실화됐다”고 주장했다. 불법 핵무기 개발과 인권 탄압 등으로 국제사회 고립이 심화되던 북한이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불법 침공 등을 반전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도 진영주의 시각으로 해석한다. 미국이 중동에서 ‘세력들 사이의 극심한 대립과 모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 중심의 세계와 북·중·러로 대변되는 권위주의 체제 간에 갈등을 부각시켜 자신들이 국제질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정당한 행위자임을 강조하려 한다.

둘째,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와 미국의 쇠퇴를 강조한다. 중동 사태가 미국의 영향력 감퇴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규칙에 기초한 세계질서’를 수립한다는 미국식 패권전략의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역사의 반동’, 다극화는 ‘국제관계가 민주화하는 역사의 전진’으로 규정한 바 있다. 북한 핵을 불법으로 규정한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가 부인될수록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극화된 국제질서가 도래하면 북한의 활동 공간은 확장된다.

셋째, ‘이중 기준적인 미국의 대외정책’을 내세워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독립국가를 염원하는 팔레스타인의 고통은 외면하고 우크라이나의 자결권만 부각하는 미국의 태도를 ‘독선적인 이중 기준’으로 규정한다. 북한은 2021년 9월 김여정 담화를 통해 자신들의 정당한 국방력 강화 노력을 비판하는 미국에 대해 이중 기준을 적용하지 말라고 천명한 바 있다. 자기들의 유사행동은 평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고 우리의 행동은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묘사하는 비논리적이고 관습적인 우매한 태도라는 것이다. 북한은 핵 개발을 미국이 부과하는 위협에 대항하는 차원임을 강조해 정당성을 입증하려 한다.

특히 자위권에 집착하는 논지가 확인된다. 미국이 가자지구를 공격해 수천 명의 사상자와 인도주의 위기를 발생시킨 ‘동맹국’의 만행에 대해서는 ‘자위권’으로 극구 비호 두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미국이 주변국가들의 안전에 사소한 피해도 주지 않은 (북한) 자위권 행사는 ‘위협’으로 매도한다고 주장한다.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철저하게 자위권 차원으로 치환하고 있다.

북한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는 자신들의 곤궁한 처지를 반영한다. 10월 중 두 번 실패한 군 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공언도 허언이 됐다. 아무리 이중 기준 철회를 외치더라도 북한의 불법 행위는 북·러 간 무기 거래가 드러나면서 더욱 분명한 실체로 확인된다. 한반도 전역을 공산화하는 ‘영토완정’을 위해 핵을 개발한다는 것을 그 누구도 자위권 차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 북한 주장이 안쓰럽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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