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갤럭시가 10, 20대에 인기 얻으려면

김민영,산업1부 2023. 11. 13. 04: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민영 산업1부 기자

철학자, 애플 헤비 유저 또는
10대와 20대 초반 등 고용해
그 세대 마음 얻을 방법 찾길

어느 20대와의 대화. “여행 때 만난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 위해선 아이폰이 필요하다.” 왜냐고 묻자 “에어드롭 때문에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20대뿐이 아니다. 10대도 에어드롭이 필수다.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소위 ‘왕따’를 당할 위험까지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40대 남성은 “아이들의 주 소통 방법이 에어드롭이라 아이폰을 안 쓰고는 못 배긴다”고 말했다.

에어드롭은 애플의 근거리 무선 파일 공유 시스템을 말한다. 쉽게 말해 사진, 동영상 등을 근처에 있는 다른 애플 기기로 전송하는 기능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 전화번호를 교환해야 할 때는 최근에 새로 생긴 ‘네임드롭’을 이용한다. 일종의 모바일 명함 교환이다. 10, 20대가 에어드롭 때문에 아이폰을 쓰고 싶다는 건 핑계일 수 있다. 아이폰이 삼성전자의 갤럭시보다 성능이 뛰어나서, 디자인이 예뻐서, 사진이 잘 나와서, 하다못해 가벼워서라는 것도 에어드롭처럼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10, 20대가 갤럭시보다 아이폰을 선호할까. 정답을 알 순 없지만 한 가지 힌트를 온라인 삼성멤버스 커뮤니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7일 한 10대 이용자는 ‘갤럭시가 10, 20대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디자인과 색깔, 신기한 기능을 예로 들며 갤럭시보다 아이폰이 나은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깔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파스텔톤 색, 네임드롭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갤럭시의 A 시리즈부터 Z 시리즈까지 이어지는 제품군 중 낮은 사양 폰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나름의 진단도 내렸다. 글에서 아이폰에 대한 ‘팬심’이 느껴졌다.

반응이 아쉬웠다. 대부분 사람이 삼성전자와 갤럭시를 옹호하기 바빴다. 삼성의 열성 팬이 모인 곳이라 더 그랬겠지만. 문제는 갤럭시를 외면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는 지난달 공개한 제46회 반기 보고서에서 미국 10대의 87%가 아이폰을 이용하고 있고, 88%는 다음 스마트폰으로도 아이폰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아이폰 팬덤의 ‘충성심’이 이렇게나 높다.

MZ세대의 아이폰 사랑에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아이폰을 갖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드는 심리적 요인이 큰 듯하다. 마음을 돌릴 방법은 없을까. 삼성전자의 폴더블 폰 출사표를 다시 읽으며 힌트를 얻으려 해봤다. 2019년 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 Z 폴드를 공개하면서 삼성전자는 “기존 스마트폰의 한계를 뛰어넘어 프리미엄 폴더블 기기의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왜 스마트폰을 접어야 하는지, 스마트폰을 접었다 폈다 하는 것이 왜 혁신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듬해 Z 플립 출시 때도 사람들은 왜 접는 게 혁신인지 와닿지 못했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접는 것과 혁신’을 연결하는 것이 썩 매끄럽지 않다.

삼성이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것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10, 20대의 마음을 얻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달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3주기를 앞두고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기념해 열린 국제 학술대회에서 신선한 장면을 목격했다. 강연에 나선 김태완 카네기멜론대 경영윤리 교수는 삼성전자에 “철학자를 고용해 보는 것은 어떤가. 생각보다 철학자는 (인건비가) 싸다”고 말했다. 300여 청중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말이지만, 김 교수는 진지했다. 애플이 2019년 정치철학자 조슈아 코헨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사실을 전하면서 애플을 삼성전자 행사에서 추켜세웠다.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10대나 20대 초반을 고용하는 건 또 어떨까. 이왕이면 애플 제품 ‘헤비 유저’(구매 빈도가 높은 사람)면 더 좋겠다. 이들은 철학자보다 인건비가 훨씬 더 저렴하다.

김민영 산업1부 기자 my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