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입장에서 대안학교 설립… 지역과 화합하는 중심의 장 되다

유경진 2023. 11. 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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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욱 화성 가온교회 목사
오세욱 목사가 지난 7일 경기도 화성 가온교회에서 교회의 공공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7일 들른 경기도 화성 가온교회는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선 곳에 있었다. 담임인 오세욱(59) 목사는 2011년 이곳에 교회를 개척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으로 사회 선교와 공동체, 약자에 열정을 쏟아 붓는 교회다.

개척 당시만해도 가온교회는 환영받는 교회는 아니었다. 교회에 대한 반발이 심한 주민들은 마을에 혐오시설이 생겼다며 손가락질 하기 일쑤였다. 오 목사는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이들과 화합하기로 결정했다. 목회자의 책임감에서 싹튼 작은 마음이었다.

지역사회에 스며든 비결

가온교회와 오 목사가 지역사회로 스며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그물코 학교’와 ‘그물코평화연구소’ 설립이다. 그물코학교는 2014년 가온교회와 화성지역 주민들이 함께 만든 대안학교다. 그물코학교의 운영방식은 여느 대안학교와는 달리 방과후 대안학교로 운영된다. 일반 학교 교과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2019년 방과후 대안학교인 그물코학교 학생들이 겨울 발표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그물코학교 제공


그물코학교 수업과정은 봄·가을 학기 각 14주, 여름·겨울 방학 특강 각 6주 등 총 40주로 구성됐다. 일반 사교육 수업과 달리 그물코학교는 독서 논술, 영어 토론, 평화서클수업 등이 있다. 주입식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본질이다. 토론 수업도 상대방을 이기기 보다는 경청을 통해 이해하는 태도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물코학교 운영의 핵심은 ‘마을’에 있다. 오 목사는 “마을 입장에서 학교는 하나의 섬과 같다”고 했다. 학벌주의와 물질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학부모들이 유명한 학군을 추구하다보면 수도권 지역의 학교는 섬처럼 덩그러니 놓이게 된다는 의미에서다.

“학교 뿐만 아니라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도들이 갈수록 큰 교회, 유명인들이 다니는 교회, 시설이 좋은 교회만을 고집하다보니 작은 교회는 자연스럽게 소외되기 마련입니다. 교회들도 지역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교회, 존재 이유 드러내야

이런 배경에는 교회가 더 이상 지역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오 목사는 교회가 혐오기관으로 전락한 이유에 대해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바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성장·부흥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 반면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지역사회도 인지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루려면 교회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했다. 갈등과 분열의 주체가 아니라 교회가 있기에 마을이 평화로워지고 이롭게 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 목사는 공공성과 공동체가 지닌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교회 또한 지역에 기반한 공공기관이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가 ‘안전한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 성도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교회를 불편하고 불쾌한 공간이 아닌, 안전함과 편안함을 경험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면서 오 목사가 제시한 개념은 ‘경계 존중’이었다. 그가 정의한 경계 존중이란 일상에서 타인의 영역을 동의없이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친밀감과 애정, 관심 등의 이유로 무례하게 타인의 사생활과 허용되지 않는 범위의 질문을 하는 것은 결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계 존중’과 교회의 공공성

실제로 가온교회는 평균 연령대가 30대로 젊은 교회에 속한다. 오 목사는 “경계 존중을 상실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특히 젊은 청년들은 개인의 사생활 같이 경계를 침범받는 것에 예민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오 목사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영성과 신앙, 본질에만 집중한다. 그는 “교회는 개인의 경계를 보장 받는 안전한 공간이 돼야 한다”며 “교회 공동체도 신앙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오 목사의 비전은 크게 목회와 선교적 측면으로 나뉜다. 목회 내부적으로는 성도들 각자가 성찰적 신앙태도를 갖는 것이다. 소그룹과 구역모임을 통해 내가 만나고 느낀 하나님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한다. 또 나 자신을 발견하고 하나님과 진실한 인격적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영적인 힘을 기르도록 돕는 것도 있다.

선교적 측면에서는 그물코학교와 그물코평화연구소가 지역 공동체가 화합하는 중심의 장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또한 평화 정신과 민주시민교육에 기반해 지역을 선교하는 공동체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삼위일체가 완전한 공동체의 모델입니다.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은 각자의 인격을 갖고 있지만 완전히 하나로 합쳐지죠. 교회도 공동체와 경계존중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 되길 희망합니다.”

화성=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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