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학생 휴대폰 금지' 예스? 노?…美오렌지카운티 초강수 후 생긴 변화[김형구의 USA 오디세이]

김형구 2023. 11. 1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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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워싱턴 특파원

미국 플로리다주는 지난 5월 수업시간 중 학생 휴대전화 사용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주도한 법안이다. 그가 주도한 성 정체성 교육 금지 법안(‘돈 세이 게이’·Don’t say gay 법) 등은 격렬한 찬반 논쟁을 일으켰지만, 7월부터 발효된 휴대전화 사용 금지 법안은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오렌지 카운티가 지난 9월부터 관내 학교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 전면 금지에 들어가면서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29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학생 취업 박람회에서 한 학생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플로리다의 오렌지 카운티는 한발 더 나아갔다. 지난 9월부터 관내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교내에서는 수업은 물론 휴식·점심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쓸 수 없게 했다. 몰래 이용하다 적발되면 학교를 마칠 때까지 압수하게 된다. 급한 일로 부모에게 전화하려면 교무실에서 교사 허락을 받아야 한다. 교내에서 아예 휴대폰 사용을 못 하도록 한 초강경책에 학생, 학부모, 교사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미국 사회 내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교사 “수업 더 집중하고 협력적” 환영


오렌지 카운티 외에도 메인주 사우스포틀랜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등 개별 학군별로 교내 휴대폰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근거는 엇비슷하다.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문제가 될 만한 동영상을 찍어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논리다.

교사들은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오렌지 카운티에 속한 팀버크리크 고등학교의 마크 와스코 교장이 뉴욕타임스(NYT)에 전한 변화는 이렇다. “이제 학생들이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며 수업에 더 집중한다. 말이 더 많아졌고 더 협력적인 모습이 됐다.” 교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학생들의 휴대폰 집착이 심해졌는데 지금은 한결 나아졌다고 얘기한다.


학생 “내 모습 찾아”…“감옥 같다” 반응도


학생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팀버크리크 고교에 재학 중인 페이튼 스탠리는 “인스타그램 같은 온라인에서의 모습이 아닌 진짜 나의 모습을 보게 됐다”고 NYT에 말했다. 그러면서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필요할 때 어머니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면 더 안전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감옥처럼 느껴진다”는 학생도 있다. 오렌지 카운티 내 중학교에 재학 중인 카타리나는 “소통을 하기 위해 사용해 온 디바이스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생각해 보라. 완전히 고립된 느낌”이라고 했다.

휴대폰 금지 정책의 효과는 아직 불분명하다. NYT는 “휴대폰 금지로 인한 잠재적 이익이 자유를 제한하는 비용보다 더 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분명한 건 휴대폰을 쓰면서 자란 세대의 학업 및 사회적 규범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사이버 왕따 줄어 vs 학업성취 높아져


지난 8월 23일 미국 텍사스주 스프링에 사는 지아다 갬비노(10ㆍ왼쪽)가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 애기(가운데)와 쌍둥이 자매 줄리아나가 지켜보는 가운데 스마트폰 음성 비서 기능을 이용해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AP=연합뉴스
연구 조사 결과도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휴대폰 이용을 금지하면 학생들 간 사이버 왕따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곤 했지만, 일부 연구 결과에선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미 연방정부가 각급 학교 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휴대폰 이용 금지 학교가 휴대폰 허용 학교보다 사이버 괴롭힘 발생 비율이 더 높다고 답했다. 지난해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학업 성취도 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노르웨이에서는 휴대폰 사용 금지 지역의 여학생 평균 성적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내 휴대폰 허용 금지 여부에 대한 미 교육 당국의 입장은 여론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했다. 1990년대 들어 휴대전화를 학교에 반입하는 학생이 점점 늘고 수업 중 수시로 울리는 벨 소리가 방해되자 휴대전화 사용 금지 정책을 펴는 지역이 많아졌다.

그러다 휴대폰 금지를 풀기 시작한 건 주로 안전상 이유 때문이었다. 1999년 4월 발생한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2001년 9·11 테러 이후 상당수 학교는 긴급 상황 발생 시 학생들이 부모나 경찰과 곧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휴대폰 사용 금지 조치를 철회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확산이 수업 방해 요소로 지적되며 다시 휴대폰 금지 조치가 급증했다. 미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각급 학교의 90.9%가 교내 휴대폰 사용 금지 정책을 편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민 기자


금지하다 안전·교육 목적상 풀기도


상황을 또 한 번 반전시킨 것은 디지털 디바이스의 격차가 학습 격차로 이어진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노트북을 구입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의 많은 학생이 교육 목적 때문에 휴대폰 사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휴대폰 금지 조치를 다시 해제하기 시작했고 2016년 기준 휴대폰 금지 정책을 시행하는 학교는 65.8%로 줄었다. 그러다 각 학교에서 태블릿 PC나 노트북 등 교육 목적의 디지털 기기 보급이 늘어났고 소셜미디어에 대한 강박적 집착과 사이버 괴롭힘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휴대폰 금지 학교는 다시 2020년 기준 76.9%로 늘었다.
대학수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7일 대구 수성구 덕원고등학교에서 감독관이 시험 시작에 앞서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도 그간 교내 휴대폰 허용 여부를 놓고 뜨거운 찬반 논란이 있었다. 교권 보호 요구가 거세게 일면서 지난 9월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개정된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분리 조치하고 휴대폰 등 물품을 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네스코 “신기술 위험·기회 함께 배워야”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 4분의 1이 교내 학생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과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0월 초 전국 학교에서 교내 학생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새 지침을 발표했고, 프랑스는 2018년부터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

이렇게 찬반 양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유네스코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학생들이 휴대폰과 같은 디지털 기구에 노출되면 신기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은 신기술이 동반하는 위험과 기회를 배우고 기술과 함께 또는 기술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며 학교는 학습 방식에 있어 신기술의 역할을 고려하고 확실한 근거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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