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반복과 변주, 징더전 황실도요박물관
중국 징더전(景德鎭)의 도자기는 “옥처럼 하얗고 종이처럼 얇으며 거울처럼 맑고 구슬 소리가 나는” 명품이다. 오래전부터 유럽에 수출해 ‘차이나’에 ‘도자기’라는 뜻을 갖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11세기 송나라는 징더전을 황실의 도자 생산도시로 지정했고 현재 150만 인구 중 60%가 도자 산업에 종사한다. 수백 개의 박물관·교육기관·연구소, 그리고 수천 개의 상점으로 명실상부 도자기의 수도이다.
다양한 도자만큼이나 굽는 가마도 온갖 형태를 개발했다. 거대한 황실 전용 가마는 볼록하게 둥근 형태가 독특해 ‘만두요’라 불렀다. 2020년 개관한 황실도요박물관은 만두요를 모티브로 설계해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대부분 전시공간은 지하에 두고 지상에는 9개의 원통 아치(vault)를 엇갈리게 배열해 공용공간을 만들었다. 로비와 카페를 제외하고는 문이 없이 외부와 연결된 개방공간으로 산책과 휴식과 명상의 공간이 되었다. 주변은 옛 도요의 유적과 전통적 형태의 오래된 공장들, 전망용 누각 건물들이 산재하는 황실도요공원이다.
높이와 길이·곡률이 모두 다른 ‘만두요’가 절묘하게 중첩되고 분리되면서 반복과 변화의 예술적 공간이 되었다. 도자 가마를 만드는 벽돌은 도자와 불가분의 재료다. 벽돌 수백만 장을 수공으로 일일이 쌓아 거대하지만 섬세한 공간을 만들기에 성공했다. 중간중간에 작은 광장과 유적 발굴지가 정원처럼 나타나고 사이사이 바람과 햇빛이 삽입되기도 한다. 현지의 아열대 기후를 고려해 큰 그늘과 바람골을 만든 성과다.
설계자인 주 페이는 고전건축의 언어와 장소의 역사성을 현대건축에 살리려는 대표적인 건축가다. 황실도요박물관의 독특한 외관은 옛 가마를 연상시키고, 명암과 바람으로 충만한 내부는 도자기의 감성을 느끼게 한다. 징더전의 발명품 ‘영롱자’는 투명한 눈알을 새긴 도자기다. 박물관 원통 천장에 별처럼 박힌 현대판 ‘영롱’을 통해 햇빛 줄기가 비처럼 내려온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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