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헤타이라
법 아래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고대 그리스 사회의 핵심 사상인 ‘이소노미아(isonomia)’다. 현대 민주주의에서도 지고의 가치로 평가된다. 그런데 여기서 ‘모든 사람’이라 함은 그리스 도시국가의 시민을 뜻한다. 외국인과 노예는 물론 30세 이상의 남자 외의 모든 사람, 즉 어린이와 모든 여성은 제외된다. 그리스 여성들은 다른 가부장제 사회와 비슷하게, 가문의 재산으로 취급되어 철저한 감시를 받으며 살아야 했다.
신체교육을 각별하게 여긴 고대 그리스였지만, 많은 도시국가 중 오직 스파르타만이 여자아이들도 김나지움에서 홀랑 벗고 하는 육체적 단련을 시켰다. 사춘기를 갓 맞이한 13세에 딸을 시집보내는 관습과 달리, 스파르타에서는 적어도 18세까지 기다렸다가 출가를 시켰다. 물론 이유는 튼튼한 군인을 배출하기 위함이라지만, 아테네의 라이벌인 스파르타에서 여성의 삶이 훨씬 더 자유로웠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토록 극도로 제한적인 제도에 얽매이지 않은 그리스 여인들이 있다. 바로 헤타이라(hetaira)라 불리는, 한마디로 말하면 고대 그리스의 기생이다. 이들은 성매매업을 하는 포르네(porne)와는 달리 고대 그리스의 술자리인 심포지온에서 춤과 풍류 등 가지각색의 엔터테인먼트를 서비스하는 프로페셔널이었다. 수많은 헤타이라가 보통 여성들과는 달리 고등교육을 받아 지적인 활동도 하였고, 사업가로서 금전적인 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고객들은 헤타이라를 장기간 ‘첩’으로 고용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삶은 개방적이었기에 유명 헤타이라에 관한 사회적 언급도 많이 남아 있다. 소크라테스에게도 가르침을 주었다고 하는 페리클레스의 애첩 아스파시아가 헤타이라 출신이라는 사실도 놀랍지 않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보호를 받는 헤타이라는 현대적인 여성형과 유사한 점이 많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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