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최만리를 다시 보게 됐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세종의 한글 창제를 반대한 최만리는 꽤나 용기 있는 신하다. 세종 때는 왕권이 강하던 때다. 조선 초기는 중앙집권적 정치체제가 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세종 즉위 직후 ‘김도련 노비 뇌물 사건’이 발생하면서 병조판서(국방부 장관 격)였던 조말생 등 태종 때의 관료들마저 요직에서 대거 몰아낼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자 최만리는 반대 상소문을 올린다. 그는 6가지 이유를 댔는데, 새로 만든 글자가 쉬운 만큼 중국의 학문을 멀리하게 될 것이라거나, 여진·일본·서번(티베트) 등 자신들의 글자를 가진 나라처럼 오랑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글 창제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지금은 비난받는 인물이 됐지만, 최만리는 조선왕조 519년간 공식적으로 217명뿐인 청백리 칭호를 받은 사람 중 하나다. 모두 기록으로 남았다.
6일부터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 전날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공매도 관련 대책을 논의한 직후 금융위원회는 임시 금융위를 개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의결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팔겠다’고 계약하고, 이후에 결제하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온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를 어렵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외국인 자본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며 “(공매도 금지가)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하기 25일 전이다. 그 사이 주식시장이 급변한 걸까.
환경부는 7일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가능케 했다. 23일 계도기간 종료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약 2주 앞두고 규제를 철회했다. 최소 “종이 빨대가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근거라도 제시하길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뒤집기 2달여 전 서울시와 함께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대한 정책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종이빨대 제조업체 대표 10여명은 13일 환경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빨대를 사용토록 한다는 정부 말을 믿고 제조설비를 구축하고 생산량을 늘려왔던 제조업체는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세종시에서 만난 많은 공무원들은 “우리도 일반 직장인과 똑같은 월급쟁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보통 ‘그냥 월급쟁이’에겐 그만한 권한이나 영향력이 없다. 심지어 왕권 국가였던 조선시대에도 왕의 역점사업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시절엔 벼슬이나 재물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걸어야 했는데 말이다.
정진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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