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 재점화…무디스, 미 신용전망 하향
금융시장이 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가능성에 재차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예산안 합의가 늦어지면 금융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추가 임시예산 법안을 내놨지만,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번 존슨 의장의 예산안은 오는 14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지만, 벌써 통과가 힘들 거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존 미국 정부의 임시예산은 오는 17일 소진된다. 앞서 미 의회는 내년도 예산처리 시한이었던 지난달 1일 직전에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을 먼저 지적하고 나선 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다. 10일 무디스는 미국의 장기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치 양극화로 인해 예산 합의 불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방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 상황을 타개할 만한 정책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무디스는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리기 위한 효과적인 재정정책 수단이 없는 경우 재정적자가 매우 큰 규모로 지속돼 부채 상환 능력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방정부는 2023 회계연도에 국내총생산(GDP)의 6.3%에 이르는 1조695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미 재정적자 문제는 최근 장기 국채금리 상승(국채가격은 하락)을 자극하는 등 금융 시장에 영향을 줬다. 미 재무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과잉 공급한 여파다.
장기금리 상승은 시장금리 상승에 영향을 줘 가계·기업의 부담을 키웠을 뿐 아니라 미 연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을 늘렸다. 무디스는 내년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4%에 머물 것으로 가정할 경우, 미 연방정부 이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1.9%에서 2033년 4.5%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는 “재정 건전화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자 비용이 확대되면서 미 연방정부의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미국이 재정 문제에 대응할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될 경우 신용등급까지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의 경고를 지켜본 시장은 미 의회가 17일 전에 예산안을 합의할 수 있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재정 문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친다면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은 “무디스가 고금리 속에서 정치적 대치 상황이 지속하면 금융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고 썼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셧다운 현실화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성장률도 낮출 수 있다. 앞서 미 의회 조사국(CRS)은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재화와 용역은 GDP의 7% 정도를 차지한다”며 “(셧다운으로 인해) 재화와 용역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직접적 GDP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도 셧다운이 한 주씩 길어질 때마다 미 경제성장률이 매주 0.1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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