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M&A, 인력 배치에도 파업 가능…혼란의 노란봉투법

이소아, 나상현 2023. 11.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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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이 서울 시내에서 각각 대규모 집회를 벌인 지난 11일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23 전국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주최 측 추산 도합 11만 명이 참가한 양쪽 집회로 이날 서울 시내 곳곳에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뉴스1]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정부와 노동계의 ‘노·정 갈등’ 국면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법을 즉각 공포·시행하라며 대규모 집회를 열자, 경제 6단체는 13일 ‘대통령이 법을 거부해 달라’는 취지의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12일 국회와 노동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장 난색을 보이는 것은 당초 노란봉투법의 취지와 직결된 제3조 손해배상청구 제한이 아닌, 제2조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확대’다.

현행법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당사자만 사용자와 근로자로 인정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 일례로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소속 노조가 직접 삼성전자에 임금 인상, 수당 신설 등에 대해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이를 거부하면 직장 점거 등 쟁의행위도 할 수 있다. 같은 법리로 2·3·4차 하청업체 노조도 윗단계 기업들과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국내 전기·전자 기업 관계자는 “수천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는 물론이고 건설·물류·보안 등 정보기술(IT) 서비스, 환경미화 등 대부분의 분야가 원·하청 관계로 묶여 있는데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교섭요구가 들어올 경우 일대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쟁의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길도 크게 열어뒀다. 기존의 노동쟁의 대상은 임금·근로시간·복지 등 ‘이익분쟁’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은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대상을 넓혔다. 경영상 판단으로 내려지는 인력 전환배치, 희망퇴직, 인수합병(M&A) 등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면’ 파업·태업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에 반해 노동계에선 하청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불법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애당초 합법적인 쟁의행위는 현행법으로도 민형사상 면책 대상인데, 불법 행위에 대한 기본원칙(부진정 연대책임)에 예외를 두려는 것은 특정 집단을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보고 있다. 실제 고용부가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14년간 손해배상 소송을 분석한 결과 청구액(2753억원)의 99.6%, 인용액(350억1000만원)의 99.9%가 민주노총에 집중됐다. 노란봉투법으로 사실상 민주노총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부작용을 우려했다. 2020년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한 박화진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은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민법상의 손해배상 원칙이나 민사집행법, 신원보증법 문제까지 해당 법률의 원칙을 흔드는 특례 조항들이 많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입장과 사실상 같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노사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아·나상현 기자 i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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