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은 ‘강 건너 남의 나라’ 얘기?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3. 11. 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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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게 흐느적거리는 몸·푹 꺾여진 관절…‘좀비의 거리’
마약에 오염된 필라델피아 스토리…어느새 우리 곁에

기괴하게 흐느적거리는 몸, 다시 펴질까 싶게 꺾인 관절, 옷을 채 갖춰 입지도 못한 채 그저 널브러져 있으면서도 흐느끼는 것처럼 흔들리는 몸뚱아리들…. 뇌손상이 계속되면서 운동을 관장하는 부분도 망가져 마치 춤추는 것처럼 보이는 ‘무도병’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죠. 거리 곳곳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고 바람이라도 불라 치면 그 쓰레기가 휘몰아치면서 그렇잖아도 스산하고 무서운 거리를 더 스산하고 무섭게 만듭니다. ‘필라델피아 좀비’로 유명진 필라델피아 거리 정경입니다.

19세기 석탄 광산이 개발되면서 미국 산업의 중심지로 올라섰던 필라델피아. 그중에서도 켄싱턴 거리는 ‘좀비 거리’가 되었다는 전언입니다. 필라델피아 켄싱턴을 좀비 거리로 만든 것은 ‘마약’입니다. 석탄 광산에 일자리가 많다는 소식에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이 몰려들었고 하층 흑인이 많기로 손꼽히던 필라델피아는 미국 최대 마약 도시가 되었습니다.

2019년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이상하게 백인 마약 중독자가 급증합니다. 진통제에 함유된 마약성 물질이 원인이었죠. 처방전만 있으면 구입할 수 있는 진통제였는데 제약사가 거액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의사들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너도나도 대량 처방한 게 문제가 됐습니다. 게다가 의사들은 이 약을 흑인에게 처방하면 흑인들이 약을 내다 팔까 봐 그런 염려가 덜한 백인에게 주로 처방했습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마약에 중독된 사람, 특히 백인이 급증했고 이들은 더 센 약을 찾아 이제 마약 중 가장 효과가 강력하다는 펜타닐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역사상 최악의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요즘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라네요. 펜타닐에 찌든 이들이 필라델피아로 모여들었고 펜타닐에 중독된 이들의 특징이 바로 ‘좀비처럼 되는 것’이다 보니 필라델피아가 좀비 거리가 되었다는, 그런 스토리입니다. 그뿐인가요. 약에 중독된 이들은 약을 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니 이들이 모이는 곳은 범죄율이 급증합니다. 필라델피아 범죄율은 미국 평균 범죄율보다 55%, 켄싱턴은 무려 110%가 높답니다.

펜타닐은 ‘China White’라고도 불립니다. 펜타닐을 만드는 원재료를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기 때문이죠. 중국이 원재료를 중남미 국가에 수출하면 이들 국가가 펜타닐을 제조해 미국에 보내는 구조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을 그렇게 싫어한 배경에 펜타닐이 자리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영국의 아편으로 인해 국부가 대거 유출되고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야 했던 중국이 펜타닐을 앞세워 서구 사회를 멸망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는 의미에서, 펜타닐 사태를 ‘제2의 마약 전쟁’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마약 스토리가 이제 ‘강 건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됐습니다. 한국이 동남아산 마약이 몰리는 나라가 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처럼 ‘마약 포기국’이 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는 진단을 내립니다. 어느새 우리 곁에 부쩍 가까이 스며들어 있는 마약. 어쩌다 대한민국이 마약 이머징 마켓이 되었는지, 그 스토리를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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