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판론? 국힘이 꺼낸 ‘비장의 카드’들 [신율의 정치 읽기]
국민의힘 메가시티 추진, 총선 구도 급변
사법 리스크 방어 몰두, 민주당 대응 주목
이 중 선거 구도가 가장 중요하다. 선거 구도 형성에 있어 대통령 집권 몇 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임기 초반에 치러지는 선거는, 이른바 정권의 허니문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선거 구도가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대로 집권 중반기 이후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권 심판론 구도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내년 4월 총선이 바로 집권 중반기 이후에 치러지는 선거다. 때문에 정권 심판론으로 구도가 짜여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여당이 승리하기 힘들다. 역대 총선을 살펴보면, 김대중 정권 시절에 치러진 16대 총선이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유일한 총선이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선거 직전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지만, 결국 한나라당에 패했다. 신당까지 창당했어도 선거 구도를 바꾸지 못한 만큼, 정권 차원에서 선거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이 다양한 아젠다를 던지면서 선거 구도가 바뀌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10월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경기도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당 내부에서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메가톤급 파문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울 주변 다른 도시도 ‘원할 경우’ 서울 편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안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나오는 문제에 대한 여론 관심이 지속되는 기간은 일반적으로 2주에서 3주 정도다. 이에 반해 김포시 서울 편입 문제는 총선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관심의 지속성’이 길 경우, 당연히 해당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도 계속된다. 이는 해당 정책을 제시한 정당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관심 없는 지지율 상승은 없기 때문에, 지속적 관심의 유지는 정당 입장에서 손해가 아니다. 이뿐 아니라 찬반 논란이 거세질수록 정권 심판론은 약해지고 찬반 논란이 그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해당 정책이 김포시에만 국한되지 않을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여기서 두 번째 특성이 나온다. 사안의 ‘전염성’이 폭발적이라는 사실이다. 김포시 서울 편입 문제가 나오자 구리시도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나섰고, 하남시와 광명시 등도 동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제는 부산과 광주도 메가시티로 조성한다는 주장이 국민의힘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총선을 앞둔 정국에서 ‘메가시티’ 문제가 전국적 이슈로 떠오른 셈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 구도가 변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진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집권 3년 차에 치르는 총선의 전형적인 선거 구도인 정권 심판론은 약해지고 대신 메가시티 논란이 선거의 중심 구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도 이를 경계하는 듯하다. 민주당은 현재 김포시 서울 편입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섣불리 입장을 내놨다 상대방이 원하는 선거 구도를 오히려 강화시켜주는 꼴이 되기 때문일 테다. 민주당까지 해당 사안의 적절성 논란에 참가하면 찬반 논쟁은 더욱 거세져 총선을 완전히 지배하는 빅이슈로 진화될 수 있다. 또한, 민주당이 반대라도 하는 날에는 김포시를 비롯해 현재 서울 편입을 원하는 지자체 전체에서 민주당이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민주당은 어떻게든, 메가시티 이슈의 폭발력을 축소하고 이를 대체할 이슈를 발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시점에서 보면, 이슈 파이팅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밀리고 있다.
이런 조짐은 이미 의대 정원 확대 제안 때부터 있었다. 의대 정원 확대는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하다 결국 실패한 사안이다. 정부·여당이 이 문제를 들고 나왔을 때, 민주당이 반대도 못한 채 어중간한 태도를 유지한 이유다.
국민의힘의 이슈 선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11월 6일 정부·여당은 공매도 금지 이슈를 들고 나왔다. 현재 개미 투자자 인구는 대략 1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권자 수가 대략 4300만이 넘는다고 가정하면,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 이상이 공매도 금지에 영향을 받는다. 공매도가 주식 시장에 순기능을 하는 측면도 있음이 분명하지만, 공매도 등에 의해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주식 투자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국민의힘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또한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하는 말이라고는 “그거 우리가 지난 대선 때 먼저 제시했던 문제”라는 정도다. 이런 식의 발언은, 오히려 민주당의 정책 추진력과 정치적 감각을 의심케 만든다. 정부·여당의 이슈 제시 대열에 국민의힘 혁신위도 가세하고 나왔다. 인요한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혁신위는, 친윤들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들고 나왔다. 해당 사안을 위원장이 언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론은 움직일 수 있다.
즉,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윤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나왔다는 것 자체를 여론은 충격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친명 일색 총선 기획단 구성이 당내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상황이 이러면, 국민의힘은 극명한 대비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남은 것은 친윤 의원들이 해당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다. 개인적 판단이지만 해당 사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여론 호응이 상당할 것이기에, 이를 거스르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뿐 아니라, 국민의힘 혁신위는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국회의원 월급 삭감,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등 여론 호응을 얻을 만한 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 사안들을 모두 수용하면 국민의힘은 여론 호응을 더더욱 받을 가능성이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현재 국민의힘 선거 전략은 메가시티 문제로 선거 구도를 바꾸고, 이런 기초 위에 여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슈를 계속 던지는 전략으로 보인다. 단, 순식간에 대통령 지지율이나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선거 구도가 바뀌더라도 이는 구도 변화를 의미할 뿐, 당장 지지율 상승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치는 생물이고, 선거도 생물이다. 앞으로 사안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여당 참패로 끝났을 때만 해도, 여당의 총선 패배는 분명한 듯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반전이 발생할지 지켜볼 일이다. 단, 그동안 당대표 사법 리스크 방어에 지나치게 몰두했던 것은 아닌지, 민주당의 반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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