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터널의 끝은 어디인가”···양적 완화 출구 전략 준비하는 일본 [JAPAN NOW]
이런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지난 10월 30~31일 이틀 동안 금융 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지난 7월에 이어 3개월 만에 금융 정책을 수정했다.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의 변동폭을 보다 확대한 것. 이를 놓고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10년간 끌어온 양적 완화의 출구 전략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현재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 기준금리가 3.5%, 미국은 이보다 높은 5%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은 단기 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지하는 대규모 금융 완화를 진행 중이다. 이런 금리 유지를 위해 일본은행은 시장금리가 변동 허용폭 이상으로 올라가면 국채 매입을 통해 이를 억제해왔다. 10월 말 회의 전까지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선을 1%로 잡았다. 이는 시장금리가 1% 넘어갈 경우 일본은행이 해당 국채를 1%를 이하의 금리가 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매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일본은행이 막대한 채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 유지를 위해 시장에 채권이 나올 때마다 사들이다 보니 일본은행이 보유한 채권만 581조엔, 우리 돈으로 5000조원이 넘는다. 특히 지난 10년간 양적 완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유 채권 규모가 4배나 커졌다. 일본 정부 발행 국채의 절반을 일본은행이 매입하면서 사실상 정부부채를 중앙은행이 지고 있다는 비난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말 회의 때 일본은행은 금융 정책을 수정했다. 1%에 맞춘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를 넘어서더라도 용인하기로 한 것. 이는 시장금리를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0.95%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실상 1%가 코앞인데 이를 억제하기 위해 무리하게 채권 매입에 나서지 않겠다는 얘기다.
일본은행 정책 수정의 배경에는 양적 완화가 일본 경제에 주는 여러 가지 부담을 고려한 측면도 크다. 우선 미일 금리차 문제가 심각하다. 제로금리 정책을 펼치는 일본과 달리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금리 인상에 나섰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5.25~5.5%에 달한다. 미일 금리차는 엔화 매도, 달러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엔화 약세로 이어지면서 최근 달러당 엔화는 150엔대를 꾸준히 넘나드는 상황이다. 엔저는 수입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일본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치를 지난 7월 2.5%에서 2.8%로 올리고, 내년 CPI도 기존의 1.9%에서 2.8%까지 대폭 상향 조정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한다.
무리하게 돈을 풀어야 할 정도로 일본 경제가 나쁜 것도 아니다. 일본은행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1.3%에서 10월 2%로 0.7%포인트 올렸다. 엔저로 인해 주력 기업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가계소비 증가, 방일 외국인 급증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은행이 석 달 만에 금융 정책 수정에 나서면서 언제 제로금리 정책을 폐기하고 양적 완화 종료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우선 시장에서는 내년 1월 열리는 금융 정책 결정회의를 주목한다. 여기서 ‘마이너스’인 단기 금리를 정상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움직임이 성급하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행이 주요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인 임금 인상 부분이 아직 부진하기 때문이다. 노동 시장의 경우 실업률이 주요국보다 크게 낮은 2%대 중반을 유지하면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16개월 연속 감소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3호 (2023.11.08~2023.1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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