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선진국’ 日서 노후 보낼 수 있을까? ... 케어닥 대표 답은?[신기방기 사업모델]
노인(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국가를 지칭한다. 전문가 예상대로라면 2025년 한국의 현실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위한 돌봄과 주거 시스템은 잘 갖춰졌을까? 지난 수 십년간의 경고와 논의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만 강조될 뿐 현실 반영은 여전히 미비해보인다.
이런 가운데, 우리보다 앞서 고령 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현지 시장을 직접 방문하고 비교 분석하며 대한민국 시니어 주거 시장의 개선과 발전을 고민하는 기업인이 있다. 시니어 토탈 헬스케어 스타트업 ‘케어닥’의 박재병 대표다.
이를 위해 3년 전부터 여러 중대형 시행사 및 건설사 파트너들과 협력해 시니어 주거사업 개발을 위한 표준 모델과 서비스 가이드, 브랜드를 만들어 시니어 하우징 상품 개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회사인 STS개발과 합작해 만든 프리미엄 단기 주거 브랜드 ‘케어스테이’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령자 전용 주거시설인 ‘케어닥 케어홈’ 또한 시흥 배곧 등에 운영 중이다.
최근 만난 박 대표는 고령화 사회 선진국인 일본에서 사업아이디어를 얻고자 자주 출장을 다녀온다고 전했다.
“일본 시니어 주거시설을 답사할때 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때 어떤 철학으로 케어인력을 교육하고 운용하는지 물어보는 겁니다. 또 죽음이나 사고, 은퇴 후 삶에 대한 일본인들만의 철학에서 케어닥이 무엇을 차용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일본의 시니어 주거시설 답사를 다녀온 박재병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환경 차이에 기반한 국내 시니어 산업의 개선점과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배 고령 국가 중 가장 가깝고, 비슷한 유교 문화와 기후대, 식습관 등을 가진 일본을 참고해 시행 착오를 피하는 것이 우리나라 실정에 더 알맞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장기요양제도가 일본의 개호보험제도를 비슷하게 차용해 온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일본 역시도 급격한 고령화를 겪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반면 유럽은 우리나라나 일본보다 완만하게 고령화 속도가 완만했고 복지 예산을 아껴야 하는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낮아 관련 예산이 빠듯한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다.
그런데 정작 시니어 하우징(주거)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한 자료가 거의 없었다. 더불어 이전 자료는 시기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라 왜곡된 해석과 편견을 심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운 적이 많았다.
그래서 일본 시니어 케어 산업과 시니어 주거 사업을 제대로 분석함은 물론, 이를 통해 일본이 격은 시행착오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국내 기업들의 시니어 하우징이 이제 막 성장하려는 단계에서 시장에 잘못된 실패 사례를 남긴다면 같은 산업군의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더욱 컸다. 이번 일본 연수를 포함하면 올해에만 벌써 3번째 방문인데 한국과 일본의 시니어 하우징 산업 환경을 분석하고 국내 산업의 방향성에 대해 보다 생생하게 분석하는데에 큰 도움이 돼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
비슷한 점은 한국과 일본 모두 시니어 케어 문제를 국가적 단위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관련 보험도 모두 의무 보험의 성격을 띠고 있다. 특정 연령부터 의무 부담을 지고, 일반적인 의료 보험 내에 포함시키는 형태로 매월 보험료를 수취하고 있다.
반면, 예산의 규모에는 큰 차이가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장기 요양 예산이 11조원에 불과한 데 반해, 일본은 그보다 10배 많은 110조원 정도 된다. 실제 서비스 이용자 기준으로 한국은 80만명, 일본은 530만명으로 6.6배 차이가 난다. 그래서 1인당 수혜 금액과 범위는 일본이 더 넓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제공의 기준이 되는 등급이 국내는 5개로 분류되지만 일본은 7개로 조금 더 세분화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요양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보험 모두 집에서 지내며 서비스를 받는 재가급여와 시설에 장기간 입소해 돌봄을 받는 시설급여로 분류돼 소득 수준에 따라 국내는 10~20%, 일본은 30% 내외의 자기 부담료를 내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시설급여는 장기요양기관, 즉 요양원에서만 비용을 쓸 수 있는데 반해, 일본에서는 유료 노인홈이나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 등 다양한 시니어 하우징 시설에서까지 시설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거 시설 선택의 폭이 넓어 소비자 부담도 적고 운영자의 수익적 측면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다양한 주거 형태와 리츠와 같은 금융 활용을 통한 시장 확장.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우선, 한국은 노인복지주택과 유료양로시설 이 두 가지 업태만을 시니어 주거, 시니어타운으로 분류한다. 반면 일본은 유료노인홈,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 케어하우스 등이 있다. 특히 유료노인홈은 주택형, 개호형, 건강형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 케어하우스 또한 급식형, 자취형, 케어형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또한, 일본은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시니어 헬스케어 리츠가 발달했다. 리츠가 도입될 경우, 부동산 개발 업체 관점에서 보다 수월한 자금 유입과 엑시트(자본금 회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다양한 업체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하면 좋은 시장 형태다.
Q. 소득 수준에 따라 주거 서비스와 형태가 다를 것 같은데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시니어 주거가 경제력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것 같다. 시니어 주거 수준은 가장 먼저 입지(동네 분위기)가 중요하고 의료 인프라, 그리고 전용부 공간의 크기에 따라 프리미엄 해당 여부가 갈린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시니어 주거시설에 케어 서비스를 포함해 운영하고 있는데, 그렇다보니 프리미엄일수록 노인 1인당 케어 인력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다른 점은 국내 시설들이 고급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규모와 많은 세대원이 들어갈 수 있는 경우 비싼 시설이 되는 반면, 일본은 보다 적은 세대를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오히려 프리미엄 시설로 각광받고 있다. 아무래도 사생활을 중요시 여기는 일본의 문화적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과 비교를 할 때 흔히 나오는 몇 가지 오해와 편견이 있는데 첫째는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높아 실버타운에 갈 여력이 안되며 그래서 시니어 주거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내용이라고 단언한다. 노인빈곤율 지표는 상대적인 지표로, 중위소득 50% 미만에 해당하는 노인의 비율을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뿐만 아니라 타 국가 개개인의 노인 소득수준이나 형편을 비교하는 지표로는 맞지 않다고 본다. 또 소득이 아닌 자산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오히려 일본과 비슷한 수치인 20%까지 빈곤율이 낮아지게 된다.
또 하나는 연금제도가 약해 노인들이 가난하며 시니어 타운의 월세를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 연금제도가 문제시되는 것은 맞지만 우리보다 44년 앞서 도입된 일본의 보험을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본의 경우 더 오랜 기간 납부했기에 더 많이 받아갈 뿐이다. 우리나라도 실제 연금 수령 금액은 매해 증가하고 있으며 100만원 남짓한 연금을 수령하면 현재 기준으로도 국내의 저렴한 시니어 타운 입소에는 문제가 없다. 한편으로는, 연금의 최초 설계 목표가 국민의 최소 생계 수준을 지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시니어 타운 입주의 기준을 연금으로 두기 보다는 생애 여명에 따라 자산을 어떻게 분배하고 소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워케이션(일 + 짧은 주거 병행)이나 한 달에서 일 년 살기 정도는 추천한다. 일본의 은퇴 이후 즐길 수 있는 문화 인프라나 따뜻한 기후를 생각하면 한국보다 좋은 면들은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퇴 라이프 전체를 보내기에는 언어나 문화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고 연금과 의료제도를 한국에서만큼 이용할 수 없기에 장기 체류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Q. 시니어 케어와 주거 등 국내 시니어 산업 전반의 성장을 위해 해결돼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중요한 점은 시니어 주거와 시니어 케어 영역의 관리에 있어 실제 수요자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과 서비스 운영자(공급자)에 대한 인센티브나 혜택이 지원되는 방식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현재는 국가 보조금을 적절히 ‘사용’했는 지를 위주로 관리하다 보니, 현장의 실제 소비자 만족도나 서비스 개편은 뒤쳐져 있는 느낌이다. 또한 시니어 케어 서비스 운영자를 ‘보조금을 악용한다’는 일부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보니 서비스 공급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규모있게 성장하는 데에 제약이 있다. 다시 말해 시니어 케어를 비롯한 요양 사업과 주거 사업 분야에서 대기업이 나와야만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데 정작 현실은 지원 보다 관리에 치중돼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 위주의 시장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Q. 한국의 시행사, 요양병원, 건설사, 시니어 스타트업 등이 일본에 진출할 가능성은 없나?
일본의 요양병원은 국내 의료급여 금액이 적은 것과 마찬가지로 형편이 좋지 않기 때문에 굳이 국내 업체가 외국 시장과 의료체계에 접근해 진출하기에는 어려움이 커 보인다. 또, 국민성이 다른 타국에 가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일전에 일본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해 케어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려 했지만 실패한 것과 같은 이유다.
하지만, 시행사나 건설사의 경우 실제 액션은 소수 인력들이 가능하고 현지의 용역 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금리도 국내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자금 상황에 따라 유리한 측면도 존재한다. 또한, 오프라인 중심의 일본 시장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ICT, IOT 기업이 진출한다면 이 또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시니어 케어나 개호 부분에서 디지털이 더딘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에 기회는 있다고 본다.
Q. 케어닥은 이런 가운데 어떤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나.
앞으로 케어닥은 시니어 주거 영역의 디지털 전환, 운영 효율화를 위한 솔루션 개발과 시행사 파트너 풀을 넓혀 국내 최대, 최고 시니어 주거 상품 운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현재 하고 있는 인력 매칭과 보험사 등의 파트너들에게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제휴하는 것 또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병원과 집, 시설까지 케어닥의 브랜드로 서비스를 불편 없이 이용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압도적인 시장 1위를 목표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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