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10 신흥 대학 역량으로 동남권 산업 지형 바꾼다
기업 임직원 교육·공동 연구 등 수행
지역 산업 탄소중립 전환 지원하기도
세계 10위권의 젊은 대학으로 성장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동남권 산업 지형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UNIST는 지난 8월 세계대학평가 기관인 THE가 선정한 개교 50년 미만 신흥대학랭킹에서 10위를 차지했다. 2021년 평가에서 처음 세계 10위에 올랐고, 지난해 11위로 한 계단 하락했으나 올해 10위를 되찾았다. 연구의 질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논문 피인용 부문에서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라이덴랭킹에서는 7년 연속 국내 1위를 수성했다. 라이덴랭킹은 평판도 등 다른 요소를 제외하고 오롯이 대학의 연구 실적만을 평가한다.
UNIST는 탄탄한 기초 연구역량을 기반으로 울산을 스마트 산업도시로 혁신할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한 분야는 인공지능이다. 스마트팩토리 같은 전통 제조업 혁신 기술의 핵심이 바로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지역산업으로 인공지능 연구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21년 1월에는 인공지능혁신파크를 출범시켰다. 현재까지 인공지능혁신파크가 운영하는 재직자 교육, 공동 연구, 스타트업 보육 등에 167개 기업이 참여했다. 특히 2021년 울산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시작한 재직자 교육은 호응에 힘입어 참여 대상을 경남 소재 기업으로 넓혔다. 프로그램 참여 기업들은 제조 비용 절감, R&D 효율 증대와 같은 성과를 거뒀다.
탄소배출 제조업이 밀집한 울산이 탄소중립 2050시대를 대비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21년 개원한 탄소중립융합원은 산하에 탄소중립대학원과 탄소중립기술실증화 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저탄소 제조 기술등 분야의 인재 육성은 물론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한 실증연구 추진을 통해 지역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탄소중립 분야에서 연구, 기술 실증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와 같은 글로벌 산업계, 학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UNIST 반도체 소재부품대학원은 울산지역 정밀화학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소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밀 화학 기업들과 협력해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원천 소재 기술 등을 공동 개발하고, UNIST 나노소자 공정실의 첨단 장비를 이용한 제품 성능 테스트 등을 하는 방식으로 15개 기업을 지원해 오고 있다. 지난 3월 삼성 반도체계약학과 유치에 이어 4월 정부 반도체 고급인재 양성 특성화대학원으로 지정됨에 따라 지역 첨단 산업 분야 인재 육성도 탄력을 받고 있다.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울산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2021년 스마트헬스케어 연구센터를 설립해 디지털 헬스 분야에 특화된 연구개발, 서울대학교 병원 등과 공동 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 9월부터는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이끌 ‘의과학자’ 양성에도 본격적 시동을 걸었다. 울산대 의대와 협력해 ‘공학을 아는 의사’와 ‘의학을 아는 공학자’를 배출하는 것이다. 석·박사 고급인재 육성을 담당할 의과학대학원은 올해 9월에 개원했다.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위한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의전원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석·박사 통합 프로그램이다. 학사 학위 소지자를 선발해 ‘4+3년’ 교육 과정을 거쳐 의사 자격과 공학박사 학위를 동시에 보유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한다. 이용훈 총장은 “미래 바이오메디컬 분야 기술혁신을 주도할 의과학자를 양성하고, 기술 개발을 통해 바이오 산업·의료 불모지로 여겨지는 동남권이 보스턴과 같은 바이오 산업의 허브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을 스마트 그린 산업도시로 변모시킬 것”
이용훈(사진) UNIST 총장은 1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UNIST가 울산을 스마트 그린 산업도시로 바꾸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대학이 지역 산업 혁신에 성공한 모델로 미국 피츠버그대와 카네기멜론대를 들었다. 러스트벨트로 쇠락한 전통 산업 도시 피츠버그를 바이오산업과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 산업도시로 변모시키는 데는 이 두 대학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다. 1970년 인구가 반토막 났던 피츠버그는 현재 구글, 애플, MS, 줌, 오라클 등 세계적 기업들의 연구소가 위치한 젊은 인재들의 도시로 재탄생했다.
그는 "연구중심대학은 첨단 기술 인재를 길러내고, 연구 개발과 사업화를 통한 지역 산업을 활성화하며, 정주 여건 개선과 같은 과정에서 도시의 문화를 바꾸는 힘이 있다"며 "이렇게 변화한 도시는 다시 젊은 인재를 유입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이 구상한 울산의 스마트 그린 산업도시 변환 키워드는 '인공지능, 탄소중립, 반도체, 바이오메디컬'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탄소중립 기술 개발은 울산 전통 제조업의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울산에 반도체 소재 등을 잘 다룰 수 있는 정밀화학기업이 많아 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훌륭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청정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RE100과 전기요금 차등제는 전력소모가 많은 반도체 산업을 울산으로 유인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그는 의사자격증과 공학박사학위를 동시에 보유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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