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내년부터 계획된 일정따라 훈련…3국 공조 강화한다
한·미·일 국방 수장이 3국 군사훈련을 올해 내 체계적으로 수립해 내년부터 실시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간 비정기적으로 열렸던 훈련들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꾸준히 열어 3국 간 군사 공조를 더욱 촘촘히 만들겠다는 취지다. 또 한·미·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 각종 비행 정보(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도 다음 달 가동하기로 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미국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일본 기하라 미노루 방위대신이 12일 오후 3국 국방장관회의를 개최해 이같이 합의했다. 신 장관은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오스틴 장관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자리를 함께 했고 기하라 방위대신은 화상회의로 참가했다.
3국 국방장관이 다자 국제회의가 아니라 별도의 자체 회의로 해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회의엔 지난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국방 분야 후속조치 이행사항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를 담았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3국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그간 북한 도발에 즉각 대응하는 차원에서 부정기적으로 이뤄졌던 기존 3국 해상 전력의 미사일 방어훈련, 대잠전 훈련 등을 올해 안에 2~3년간의 계획된 일정으로 만들어 내년 1월부터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한·일 관계의 진폭이라는 변수를 최소화해서 3국 공조의 안정성을 확보해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재개된 해양차단 및 대해적 훈련, 미 전략폭격기 B-52H 출격과 함께 지난달 처음 실시된 3국 공중훈련도 정례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상·해상·공중 외에 사이버와 우주를 아우르는 작전 수행 영역에서도 한·미·일 공조 틀이 가동될 수 있다.
3국 국방 수장은 또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다음 달 정상 가동하기로 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앞서 한ㆍ미ㆍ일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사일로 야기될 위협에 대한 각국의 탐지ㆍ평가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고 합의했다.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 등 지휘통제 시스템이 비행 중인 북한 미사일 정보를 포착하면 이를 미국 하와이에 있는 인도ㆍ태평양사령부를 통해 공유하는 방식이다. 해당 체계가 가동되면 지구 곡률 때문에 즉각 분석이 어려웠던 북한 미사일의 비행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알 수 있게 돼 방어 능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회의에선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를 우려하는 발언도 나왔다. 3국 장관은 최근 드러난 러시아와 북한 간의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에 대해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고 '완전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해 중국·러시아를 비롯한 모든 국제사회가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향해서는 “명분이 없다”며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 독립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더불어 중국이 관련된 양안 갈등과 남중국해 영유권 충돌에 대해선 “대만해협 일대의 평화·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역내 평화·안정을 저해하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도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3국 군사 공조가 중국 견제로 목표와 범위를 얼마나 확대해나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김승겸 합참의장과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제48차 군사위원회(MCM) 회의를 열고 미 확장억제 의지를 재확인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MCM 결과는 오는 13일 한·미 국방장관의 안보협의회의(SCM)에 보고된다. 이번 SCM에선 그간 의제로 잘 부각되지 않았던 국방과학기술 협력는 물론 9·19 군사합의 폐지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양국 장관이 국방현안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9·19 군사합의 얘기도 나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지난 9일 한미 외교장관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남북간 군사합의와 관련해서는 한국과 북한 간의 합의지만 오늘 논의에서 다뤄졌다”며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에 대한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초 취임한 신 장관은 9ㆍ19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북한군 장사정포 등 군사표적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ㆍ정찰 능력을 제한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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