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나중에 판사도 탄핵" 이원석 검찰총장, 왜 野 때렸나
“단순히 검사 개인에 대한 탄핵인가. 아니면 대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사안인가.”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9일 대검 차장과 대변인 등 몇몇 간부를 긴급 소집해 이같이 물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대구고검 차장)·이정섭(수원지검 2차장) 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였다.
대검 간부들은 회의에서 “탄핵 근거가 헌법상 규정한 탄핵 사유에 맞지 않는다” “민주당의 고발 사건도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다” “당 대표 수사에 대한 사법절차 방해 시도가 끊이지 않았다” 등의 발언을 하며 사실상 대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의견을 들은 이 총장은 “형사사법시스템을 흔드는 부당한 조치다. 나중에 검사가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판사까지도 탄핵할 수 있다, 총장 차원에서 입장을 내는게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총장인 저를 탄핵하라.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자, 검찰을 마비시키는 협박 탄핵, 당 대표에 대한 사법 절차를 막으려는 방탄 탄핵이다.” 지난 9일 이 총장의 이례적인 퇴근길 야당 비판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왔다. “나를 탄핵하라”고 한 발언은 회의 의견을 들은 이 총장이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이날의 회의 분위기는 검사 탄핵에 대한 검찰 조직 내부의 분위기를 단편적으로나마 투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손준성 검사장, 위장전입·범죄기록 조회 등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검찰 내부 인사들조차 “탄핵은 과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우선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을 두고는 “탄핵을 위한 탄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 검사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시점은 2021년 9월, 공수처가 손 검사장을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 시점은 지난해 5월이다. 손 검사장의 1심 선고가 내년 1월로 예정된 상황에서 기소된 직후도, 재판 결과가 확정된 이후도 아닌 데 이 시점에서 탄핵안을 발의 한 것은 검찰에 대한 압박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게 검찰 내부의 시선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그전에도 탄핵을 할 수 있었는데, 왜 하필 지금 탄핵을 하는 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라며 “기소 중 승진도 매끄럽진 않지만 이렇게 정치적인 목적으로 탄핵하는 것은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 추진을 두고는 수원지검이 하고 있는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방해 목적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더욱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이 차장검사 의혹과 관련해 김의겸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를 지난 3일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두 차례에 걸쳐 자료도 제출받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지난 10일 “고발 후 검찰에서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 차장검사를 추가 고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인 조사도 마친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추가 고발을 한 것은 탄핵에 대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 일정 때문에 탄핵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하면서 당장의 탄핵안 통과는 미뤄졌다. 다만 민주당이 30일 열리는 본회의 일정에 맞춰 검사 탄핵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검찰과 야당 사이 갈등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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