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부족'에 가자지구 병원 내 환자 사망 이어져…"5명 숨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이 잇따른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인해 악화한 운영 여건의 영향으로 환자 5명이 숨지고 시설이 폐쇄됐다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12일(현지시간) 밝혔다.

가자지구 내 최대 규모 병원인 알-시파 병원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가자지구 보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날 오전 알-시파 병원이 폐쇄됨에 따라 어떤 의료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에 위치한 알-시파 병원은 1946년부터 운영돼 온 700여개 병상의 가자지구의 최대 병원이다. 이스라엘군이 한 달 넘게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며 전력이 끊기는 등 병원 운영에 심각한 지장이 발생했지만 일부나마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병원 중 하나였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 등 가자지구 내 주요 병원에 군사시설을 숨겨두고 의료진과 환자를 인간 방패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하마스는 이 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알-시파 병원은 시설 주변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이로 인해 의료기기가 제대로 쓰이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단체인 이스라엘인권의사회(PHRI)는 전날 알-시파 병원에서 신생아 중환자실 운영이 중단돼 미숙아 2명이 숨졌다고 알렸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 두 명을 포함해 병원 내 환자 5명이 전력 공급 중단으로 인해 의료 처리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전했다. 또한 사망한 환자 100명 이상의 시신이 묻히지 못한 채 병원 단지 안에 남아있다고도 덧붙였다.

국제기구들은 가장 취약한 민간인 환자들이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 상황을 규탄하고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의료시설에서의 전쟁 행위로 사람들을 전기·물·음식도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탈출하려는 환자와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것은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알-시파 병원과 이어오던 연락이 이날 두절된 사실을 전하면서 "의료진과 생명 유지 장치를 사용 중인 신생아들을 포함해 수많은 환자와 부상자, 병원 안 피란민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안전한 대피로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인 아비하이 아드라이 중령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7시간에 걸쳐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로 향하는 살라아딘 도로를 개방하겠다"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자발리아 마을과 이즈밧 말리엔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중단해 팔레스타인인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알-시파 병원에 대해 "병원에서 알웨다 거리를 거쳐 살라아딘 도로에 도달해 가자지구 남쪽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안전한 경로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