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승리' 아니라더니…野, 강서구청 선거 한달 만에 돌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직후 한껏 몸을 낮췄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수사 검사에 대한 초유의 탄핵과 쟁점법안 처리를 밀어부치며 168석 의석수를 앞세운 완력 정치에 나섰다. 여당발 개혁과 정책 드라이브에 밀려 수세에 몰렸던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민주당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야(巨野) 프레임’만 오히려 부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의 1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조 사무총장은 “이동관 위원장 탄핵에 대한 사유는 차고 넘친다”며 “꼼수로 잠시 탄핵을 미뤄도 민심의 탄핵은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이 대표 부부의 법인 카드 유용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하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검사에 대한 탄핵이 '정치 탄핵'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검찰 스스로가 본인들의 검찰 권력 횡포 남용에 대해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조 사무총장은 지난 9일 야당 단독처리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서도 “만약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노동권을 무력화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짓밟는 것이자 민생과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 도전이라는 것을 경고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대여 강경 기조는 내년 총선의 전초전 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난 10·11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완승을 거둔 직후 보였던 신중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다”고 낮은 자세를 보였다. 민주당 지도부도 당시 소속 의원들에게 “오만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언행을 신중히 해달라”고 당부하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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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한 달 만에 강대강 드라이브로 돌아선 것은 최근 정국 이슈를 주도하는 여당에 밀려 존재감이 약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련의 강공 드라이브가 존재감 회복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뜻이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에 “최근 검사 탄핵이 논의된 의원총회에서도 강경파가 득세했다. '묻지마 탄핵'이란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당 지지율도 침체 상태다. 강서구청장 선거 당시 한국갤럽이 발표한 10월 둘째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지지율과 34%로 동률을 기록했지만 지난 10일 발표된 11월 둘째주 조사에선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은 한달 전과 똑같은 34%를 기록해 37%의 지지율을 얻은 국민의힘에 3%포인트 차 뒤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현재로선 김포 서울편입론과 공매도 한시적 금지 등 정부 여당의 정책 이슈 선점에 마땅한 대응 카드 역시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경제성장률 3%를 목표로 한 확장재정론을 들고 나왔지만 재원 마련 질문에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하는 등 허술한 모습을 여과없이 노출했다. 당 내에선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카운터파트로서의 존재감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내주고 있다"는 자조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쇄신 드라이브에 맞설 카드 마련은 고사하고 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의 험지 출마론'을 덮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조정식 총장은 12일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 사이 민주당 내부에선 총선 200석 이상 승리 낙관론까지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조국·추미애·송영길 전 대표 등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의 앞길에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송영길 전 대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한 거친 언사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한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며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딨나. 어린놈이 국회에 와서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사 선배인 사람들을 조롱하고 능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장관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송 전 대표 같은 사람들이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십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대부분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 맞대응에 나섰다.
여론조사 기관인 폴리컴의 박동원 대표는 “민주당이 탄핵 등 강경 일변도로 갈 경우 정치 고관여층은 좀 눈여겨볼지 모르지만 중도층에게는 전혀 소구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위문희ㆍ김정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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