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티스트] "다르지만 당당해"…'작사가' 쥴리가 들려주는 '배드 뉴스' ①

조혜진 기자 2023. 11. 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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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아이돌, 그 안에는 자신만의 예술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아티스트들이 존재합니다. 나아가 홀로서기에 성공한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예술을 더욱 확장시켜 나갑니다. 멤버 '개인'을 아티스트로 집중 조명하는 엑스포츠뉴스만의 기획 인터뷰 '아이돌티스트'. 엑스포츠뉴스가 만난 '아이돌티스트' 열다섯 번째 주인공은 매 무대 '괴물 신인' 수식어를 증명하고 있는 키스오브라이프 리더 쥴리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데뷔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신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고퀄리티 무대로 '괴물 신인' 수식어를 얻은 그룹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 쥴리 나띠 벨 하늘)가 데뷔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4개월 만에 초고속 컴백했다. 그룹을 이끄는 리더 쥴리는 바쁜 스케줄 속, 앨범 작업에 참여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달, 두 번째 미니 앨범 '본 투 비 엑스엑스(Born to be XX)' 발매를 앞두고 만난 쥴리는 "첫 번째 활동 마치고 바로 (컴백) 준비에 들어갔다"며 정신없고, 쉴 틈도 없었지만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재밌게 준비했음을 밝혔다.

"(컴백까지) 2주 남았는데,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설레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며 빨리 대중에게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을 공개하고 싶다고도 했다. 자신 있다는 의미냐는 물음에도 그는 "네"라고 씩씩하게 답하며 웃었다.

컴백이 처음인 만큼, 데뷔 후 처음으로 공백기도 맞았다.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묻자 쥴리는 "첫 활동을 하면서 팬분들이 처음 생겼다. 공백기도 키씨(팬덤명) 생각밖에 안 나더라. 처음 그런 관계가 생긴 거니까 '이런 느낌이구나' 했다. (준비한 걸)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며 "티피컬(typical)한 말일수도 있지만 정말이다.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으로 돌아와야겠다 싶었다"고 강조, 처음 생긴 팬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말로 감동을 안겼다.

데뷔 활동을 하면서는 무대에서 더 과감하게 해야 보는 이들에게 표현이 더 와닿는다는 것, 그리고 특히 '건강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까지) 반복적으로 춤을 추고 노래하는 상황이 없다 보니 첫 활동 때 저도 멤버들도 아픈 적이 있다. 2집에서는 그런 게 절대로 나타나지 않게끔 하고 싶다"는 이유다.

그는 "첫 활동 때 성대 결절이 왔었다"며 "정상적으로 목소리를 들려드리지 못했다. 계속 그 허스키하고 걸걸한 목소리로 활동을 했다. 이번엔 쥴리의 원래 목소리로 활동할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성대 결절 당시) 완전 초기였다"며 현재는 괜찮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데뷔 앨범은 멤버 전원이 곡 작업에 참여했으며, 4인 멤버별 솔로곡도 수록됐다. 이번 미니 2집은 '괴물 신인'에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두 번째 앨범이라는 소개로 자신감을 엿보게 하기도. 쥴리는 "2집을 준비하면서는 그룹으로서의 색깔을 좀 더 뚜렷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룹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음악성과 퍼포먼스를 생각했다. 이번 곡들은 좀 더 짙은 색깔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작이 솔로곡으로 각자만의 매력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그룹의 단체곡을 듣는 재미가 있다. 단체곡에도 멤버 개개인의 개성은 진하게 담겼다. 쥴리는 "(곡마다) 친구들의 다양한 매력이 담겨있다. 그룹이지만 그 안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하늘이와 쥴리, 벨과 나띠가 있다"며 "부르는 스타일이나 음색, 창법들이 워낙 다 다르다. 곡을 들으면 누가 누군지(어떤 파트를 불렀는지) 구분이 가는 매력이 있다"고 포인트를 짚었다.

이들은 자신 있게 '더블 타이틀곡'을 택하기도. 상반되는 무드의 '배드 뉴스(Bad News)', '노바디 노즈(Nobody Knows)'를 택한 이유는 '진실' 혹은 '루머'를 구분하는 '관점의 양면성'이라는 앨범의 주제를 더욱 확고히 전달하기 위함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멤버들은 '빌런'이라는 콘셉트를 택하기도. 키스오브라이프는 왜 이 주제를 택했을까. 쥴리는 "(회사에) 좀 더 악동스럽고, 당당하고 힙합 베이스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표현들을 해왔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저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하우스 프로듀서님들께서 만들어주셔서 저희와 잘 맞는 키워드와 방향성으로 수월하게 진행됐다"고 작업 비화를 전한 쥴리는 "최고의 곡을 주셨다"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그는 "첫 활동 끝나자마자 바로 트랙리스트를 받았는데 하나도 흠잡을 데 없이 저희가 상상했던 느낌의 곡들이었다. 바로 '좋았어!' 했다"며 곡을 받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웃어 보였다.

힙합과 악동을 유독 강조한 이유로 쥴리는 "조금 더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연습생 생활 하면서 밝은 것보다 멋진 걸 해왔기 때문에 대중분들께 저희가 얼마나 멋있는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도 자신 있게 말했다. 

쥴리는 '멋있는 것' 다음에도 "멋있는 것"을 하겠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멋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멋진 것들을 보여줄 것"이라며 "워낙 저희 멤버들이 소화할 수 있는 것들이 뚜렷해서 그걸 하나씩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도 부연했다. 흔히 떠올리는 '청순발랄'과는 거리를 두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말에 쥴리는 "갑자기 (막내) 하늘이가 '언니들, 저 청순이나 큐트 하고 싶다' 하면 또 모른다"면서도, "근데 제가 봤을 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하늘이도 그렇게 귀여운 걸 좋아하진 않아서"라고 해 웃음을 더했다.

'멋짐'에 자신 있는 키스오브라이프가 공들여 만든 이번 앨범에서 쥴리는 '배드 뉴스' 영어 버전과 '노바디노즈' 작사에 참여해 '멋짐'을 배가했다. 그가 '배드 뉴스' 가사를 쓰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는 다르지만 당당해"라는 메시지였다. 그는 "좋아하는 곡이라서 어떠한 당당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은지 생각하면서 수월하게 썼다"고도 이야기했다.

'배드 뉴스' 영어버전은 한국버전의 메인 키워드 구간이 그대로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쥴리의 단독 작사다. 그는 "(본인이 쓴 가사가) 1(일)의 수정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통으로 다 들어가게 돼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좋아한 기억이 있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미국 하와이 출신인 쥴리는 영어버전이 나온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그는 "오빠가 있는데 한국말을 잘 못한다. 그래서 영어버전을 들으면 좀 더 오빠한테 와닿을 것 같았다. 해외 팬분들도 조금 더 와닿게 들으실 수 있을 것 같다. 저도 미국에서 태어났고 해외에서 온 친구이기 때문에 '우리 그룹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라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기대된다"고도 밝혔다.

'노바디 노즈'에서는 큰 비중을 참여하진 않았다고. 쥴리는 "(참여한 부분이) 2절에 제가 하는 파트인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시안을 보냈는데 일부분이 짧게 됐다"고 설명했다.

멤버 나띠와 함께 '배드 뉴스' 안무에도 참여했다. 그는 "나띠와 같이 창작 안무 시안을 보내서 일부분이 조금씩 들어갔다. 후렴 구간인데 '너희가 어떤 표현을 하는지, 어떤 움직임을 바라는지 보고 싶다'해서 그 부분이 반영이 돼 새로운 안무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는 "2집에서도 우리가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출 때 저희 다운 걸 하고 최대한 자연스러울 수 있게끔 제일 하고 싶은 말, 보여주고 싶은 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에 중점을 뒀다"며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도록 했다"고 참여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도 덧붙였다.

작가로서 감상 포인트도 말했다. 잠시 고민하던 쥴리는 "'배드 뉴스' 가사 디테일이 조금 다르다. 한국버전과 비교하면서 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고 짚으며 "굳이 안 바꿔도 되는 부분을 조금씩 바꿨다. 예를 들어 한국버전은 'Runnin' 가사가 있는데 영어버전에서는 'Want it'으로 바꿨다. 영어인데도 바꾼 부분들이 있다. 그 이유는 좀 더 다양한 표현을 보여드리고 싶어서다. 그런 디테일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국버전 '배드뉴스'에서 쥴리는 '못 다물 걸 못 담을 걸 못 하는 건 못 하는 걸 / 다 하는 건 안 하는 거 나 하는 건 다 다른 거'라는 가사의 킬링 파트를 제대로 살려낸다. 이 강렬한 랩을 바꾸기 위해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쥴리는 "이걸 완전히 살려서 똑같이 영어로 쓸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부분을 여러 가지를 썼는데 결국은 제가 뱉었을 때 편안한 말로 가기로 했다. 이미 (한국버전에) 멋진 게 있기 때문에, 그냥 술술 나올 수 있는 걸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는 멤버 개개인에게 잘 어울리는 가사를 적었다. 쥴리는 "파트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쓰게 됐다. 그래서 각 멤버가 했을 때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걸 고려하면서 썼던 기억이 있다. 다 가사가 그 멤버한테 찰떡으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가사를 썼다"고 했다. 

멤버들은 언니가 이토록 고려해서 썼다는 알았을까. 쥴리는 "아마 멤버들은 녹음하는 날까지 제가 가사를 다 썼을지 몰랐을 거다"라며 멤버들이 작사를 해 따로 보내면 회사에서 취합을 하는 시스템임을 밝혔다. 때문에 누가 어떤 걸 시도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쥴리가 쓴 걸 모르는 상황에서도 멤버들은 "가사 되게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고도 전했다.

쥴리는 "멤버들이 그런 것에 되게 까다롭다. 벨도 워낙 작사, 작곡을 잘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저도 약간 긴장이 되더라. '가사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지?', '유치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혼자 엄청 마음 졸이고 그래서 일부러 (제가 썼다고) 이야기도 안 하고 있었다. (가사를 본) 벨이 툭 '가사 되게 좋다. 영어 버전 가사 맘에 들어요'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속으로 '다행이다' 했다. 벨이 좋다고 했을 때 특히 기분이 좋았다"고 뿌듯하게 말하며 당시 상황도 실감나게 재연해 미소를 안겼다.

작가로서 비하인드를 섬세하게 들려준 쥴리는 데뷔 앨범에도 작사 참여 이력이 있다. 처음 곡을 쓴 계기를 묻자 그는 "래퍼이고 랩 포지션이다 보니 연습생 때부터 랩 가사를 혼자 많이 썼다. 혼자 흥얼거리고 비트 찾아서 노래도 아닌 노래 같은 걸 녹음해보고 했다"면서도, 이 회사에 들어와 처음으로 '진짜' 작사 작곡을 배웠다고 했다.

쥴리는 "음악을 만드는 문화를 처음 접해봤다. 멤버들도 작사, 작곡 잘하니 보면서 배우고, '음악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느끼면서 더 흥미를 가지게 됐다"며 "음악성이 강한 친구들인 만큼. 저희끼리도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어서 세션을 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했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러고 싶은 생각이 있고, 그럴 것"이라고 자부심과 각오가 느껴지는 말도 더했다.

차근차근 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실력도 늘었다. 이번 '배드 뉴스' 영어버전을 쓰면서 늘었다는 걸 느꼈다는 쥴리는 "그전에는 조금씩 키워드나 마디마디 파트만 들어갔다면, '배드뉴스'는 비중이 많이 들어가서 '어 괜찮아지고 있나 보다'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더 수월하게 가사가 나온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더 많이 생기고 쉽게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다"며 회사의 인정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성장을 체감했음을 밝혔다.

내가 쓴 부분은 내가 가장 느낌을 잘 알 터. 녹음하면서도 자신이 생각한 대로 느낌이 잘 나왔다고 했다. 쥴리는 "'My girls be hot we make it drop' 이 부분을 한국버전에서는 조금 더 힘 있게 불렀다면, 영어버전에는 조금 더 레이백(Layback)하고 칠(chill)하게 귀찮은 느낌으로 부르고 싶다는 상상을 하면서 가사를 썼다. 그게 다른 질감으로 녹음이 된 것 같다"고 신경 쓴 지점을 밝히며 만족감도 표했다. 

([아이돌티스트]②에서 계속) 

사진=박지영 기자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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