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진짜 10만명 수료 맞나…지역 우려에도 대구서 ‘10만 수료식’ 재차 강행

임보혁 2023. 11. 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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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피해자들, “기존 신도들에게 수료생 복장 입힌 가짜” 의혹 제기
신천지 피해자들과 대구이단상담소 관계자들이 12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인근 거리에서 신천지 측의 10만 수료식 행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교주)이 지역 교계와 시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2일 대구에서 대규모 교리 수료식을 강행했다. 신천지 피해자들은 인근에서 반대 집회를 열며 신천지를 규탄했다.

신천지는 이날 정오부터 약 3시간 동안 대구시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신천지 12지파 시온기독교선교센터 114기 10만 수료식’을 진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행사 당시 교통 체증, 주차 등의 문제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음에도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됐다.

이날도 행사장 주변은 대형 전세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온 신천지 신도들로 혼잡을 빚었다. 신천지 측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9만여 명의 신도가 2000여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대구스타디움을 찾았다. 신천지 측은 이들 버스를 대구스타디움에서 조금 떨어진 도로 주변과 인근 대구국가산업단지 등에 분산 배치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이들 버스로 인한 교통 혼잡과 주차난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신천지 신도들이 수료식 가운을 입고 대구스타디움 앞을 지나가고 있다.

대구신천지피해자모임과 대구이단상담소(소장 이동헌 목사)도 이날 대구스타디움 인근에서 ‘신천지 3대 거짓말’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동헌 목사는 “2020년 2월 신천지 신도로 시작된 대구 지역의 코로나 확산으로 대구시민의 평온한 일상은 처참히 무너졌으며 대구의 수많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기업과 기관들은 큰 손해를 입었다”며 “대구시민은 그 고통의 2020년을 잊을 수 없고, 평범한 일상생활의 회복과 활발한 시장 경제의 회복을 위해 대구는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 공포로부터 고작 2년이 지난 뒤 신천지 코로나 확진자 피해 도시인 대구에서 신천지 전국 대규모 모임이 진행됐다”며 “대구시에서 이단·사이비 신천지의 대규모 행사가 두 번이나 진행되는 것에 신천지 피해자 모임과 대구소상공인회 등은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천지의 이 같은 대규모 행사 개최에 대구 시민들도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대구스타디움 내 영화관을 찾은 A(43)씨는 “코로나19의 대구 확산 당시 갖게 된 신천지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한데 대규모 행사를 또 개최한다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교회에서는 이단이라고 선을 긋는다고 들은 만큼 행사가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구이단상담소장 이동헌(오른쪽) 목사가 자주 바뀌는 신천지 교리를 비판하기 위해 신천지 측이 과거에 발간한 '신천지발전사' 책을 들고 지나가는 신천지 신도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또 신천지 피해자들과 이단 전문가들은 탈퇴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신천지 측이 내세운 교리 수료자 10만 명이란 숫자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거짓 규모라는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이 목사는 “전국에서 10만 명의 수료생이 나오려면 적어도 대구에서만 만 명의 수료생이 나와야 한다”며 “그런데 최근 한 신천지 탈퇴자는 올해 대구 지역 새신자 수료생이 500명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 신천지 신도들에게 수료생 복장을 입히고 수료식에 참석하게 함으로써 10만의 수료생이 존재하는 것처럼 속이는 거짓 행사이다”며 “신천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같은 수법으로 가짜 수료식을 진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신천지가 매년 숫자를 부풀려 수료식을 진행하는 배경에는 조직의 세를 과시해 신도들을 결속하려는 목적이 다분하다고 본다. 이 목사는 “신천지의 위용을 과시하고 신천지의 건재함을 드러냄으로써 신천지 신도들에게 신천지가 얼마나 대단한 집단인지 세뇌하기 위함이다”며 “‘한국에서는 현재 신천지가 핍박을 받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신천지로 수많은 사람이 몰려오고 있다’고 선전하며 신도를 속이려는 계략이다”고 비판했다.

이날 대구스타디움 앞 대로에 신천지 피해자들이 내건 현수막 뒤로 신천지 신도들이 흰색의 손팻말을 들고 서있는 모습.

신천지 측은 이날 ‘안전제일’ ‘질서 유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든 안내 요원을 행사장 곳곳에 배치했지만, 일부 신도들은 신천지 피해자 측과 마찰을 빚었다. 일부 신천지 신도들은 신천지 피해자들이 대구스타디움 인근 거리에 내건 현수막을 가리려다 피해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다만 공식 집회 신고를 통해 내걸린 현수막인 만큼 경찰이 신천지 신도들을 제지하며 중재에 나서 더 큰 마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구=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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