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1인분이 120g?… 가격은 그대로, 양 줄인다

문수정 2023. 11. 12. 17: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직장인 윤모(43)씨는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삼겹살집에서 회식 중 물가 상승을 실감했다.

윤씨는 "삼겹살 1인분에 200g으로 알던 때도 있었는데 120g은 너무한 것 같다"며 "가격 먼저 올리고 더 올리기 힘들면 양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 같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씁쓸하다"고 말했다.

윤씨가 방문한 식당처럼 가격은 그대로 두되 중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 기승… 꼼수 가격인상, 소비자 눈속임 비판

직장인 윤모(43)씨는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삼겹살집에서 회식 중 물가 상승을 실감했다. 반년 전쯤 방문했을 때보다 양이 적어진 것 같아서 메뉴판을 보니 삼겹살 1인분 양이 120g으로 줄었다. 윤씨는 “삼겹살 1인분에 200g으로 알던 때도 있었는데 120g은 너무한 것 같다”며 “가격 먼저 올리고 더 올리기 힘들면 양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 같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씁쓸하다”고 말했다.

12일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고물가 시대에 정부의 물가 인상 압박이 이어지면서 ‘꼼수’ 가격 인상이 번지고 있다. 윤씨가 방문한 식당처럼 가격은 그대로 두되 중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줄어든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말하는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를 눈속임하는 방식의 가격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의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를 보면 이런 식이다. 풀무원은 핫도그 ‘탱글뽀득 핫도그’ 제품 중량은 500g에서 400g으로 줄였다. 한 봉지에 5개가 들어있던 제품에는 핫도그가 4개로 적어졌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용량이 100g 줄면서, 100g당 가격은 25% 오른 셈이다.

CJ제일제당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숯불향 바베큐바’ 중량을 280g에서 230g으로 줄였다. 제품 가격은 동결했지만 g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8% 가격이 오른 셈이다. 동원F&B는 ‘양반김’ 개당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해태는 ‘고향만두’ 중량을 415g에서 378g으로 줄였다. 가정용으로 판매하는 오비맥주의 ‘카스’(번들)는 개당 중량이 375㎖에서 370㎖로 적어졌다. 오리온 ‘핫브레이크’(50g→45g), 농심 ‘양파링’(84g→80g)도 양을 줄었다.

슈링크플레이션이 등장하면 소비자는 당장 가격 인상을 체감하지 못한다. 영수증에 찍히는 가격에는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량이 줄었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양을 먹는다면 더 많이 사야 한다. 양을 맞추려면 결국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게 돼 있다.

식당에서는 1인분 중량을 낮추거나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삼겹살 1인분 중량이 180~200g이었던 곳들이 150g과 120g으로 낮추고 최근에는 1인분 100g에 2만원인 식당도 등장했다. 한정식집은 반찬 종류를 적게 하고, 1인분 구성 메뉴를 축소하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정부의 거센 가격인상 압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부터 식품기업들은 정부의 전방위적인 가격 동결 압력을 받았고 라면 제품은 가격을 내리기까지 했다. 설탕, 소금, 밀가루 등 원재료뿐 아니라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운영비까지 오르는 상황에 가격 인상 없이 버티려면 꼼수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적잖다.

가격 인상 부담에 중량만 줄이는 게 아니라 품질을 낮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슈링크플레이션이 등장하는 건 정부의 가격 동결 압박이 거세면서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용량을 줄이는 게 낫다. 장기화하면 재료의 질을 낮춰서 비용을 아끼려는 기업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