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스톱' 효과 벌써 끝?…2조 팔아치운 개미 이곳 눈 돌렸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2조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정부가 투자자의 원성에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냈지만, 개미들(개인투자자)은 높아진 변동성 파고를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2조2260억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6월 이후 다섯 달 연속 이어오던 순매순 행진이 멈췄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2조1510억원)와 기관투자가(7380억원)는 순매수했다. 이달 개미의 수급 흐름에 주목하는 건 개인이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했던 공매도가 지난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금지됐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가 해당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팔자’ 주문을 내는 기법이다. 투자자가 예상한 대로 주가가 내리면 이익을 얻지만,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면 손해를 본다.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에도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개미가 여전히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 상당수 투자자가 그동안 주가 하락을 부추긴 원인으로 꼽은 공매도가 금지됐음에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 6일부터 일주일 동안(5거래일) 개인투자자는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를 187억56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 200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인버스의 가격 변동 폭을 2배로 추종한다. 주가가 1% 내리면 2% 이익을 보는 구조로 설계돼 ‘곱버스(인버스 2X)’로 불린다.
증권업계는 공매도가 금지된 첫날 코스피가 폭등(5.66%)하자 개미들이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곱버스’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한다. 코스피는 10일 기준 2409.66으로 간신히 2400선에 버티고 있다. 공매도 투자자가 손실을 줄이려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숏커버링 효과’로 급등했던 상승분은 대부분 반납했다.
‘공매도 금지’ 파급으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해외로 눈 돌리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2억7925만 달러(약 3687억원) 순매수했다. 10월 한 달간 사들인 해외 주식 순매수액(3억4359만 달러)의 81%를 차지한다.
국가별 순매수 규모로는 미국이 1억9970만 달러로 가장 많고, 중국(2860만 달러), 일본(2062만 달러) 등이 뒤를 잇는다. 특히 중국 순매수액은 지난달(14만 달러)과 비교하면 204배 증가했다. 올해 중국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는 ‘공매도 금지’ 조치에도 국내 주식시장의 수급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엔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 커버링 이후 외국인 수급은 매도 우위를 나타냈고, 수급 공백은 개인투자자가 메웠다”면서 “하지만 (유동성이 풍부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금리 상승으로 저축성 예금과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어 개인의 대규모 자금이 주식으로 들어올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선 (투자자의)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공매도 이슈보다 기업의 실적개선이 수급이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의 효과는 이미 끝났다는 의견도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영향력은 과장돼 있는 데다 금지 조치의 효과도 끝났다”며 “지금부터는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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