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가속 페달' 현대트랜시스...하이브리드 생산 목표 10만대 늘렸다
올해 생산 목표 90만→100만대
상용차 부품 전기차로 세대교체
하이브리드 변속기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쉴새 없이 행진했다. 노란색 로봇팔은 100㎏이 넘는 변속기를 번쩍 들어 올려 볼트를 조였다.
지난 8일 충남 서산에 위치한 현대트랜시스 지곡 공장을 찾았다. 현대트랜시스는 2019년 현대다이모와 현대파워텍이 통합한 현대차그룹 핵심 부품 계열사다. 2001년 완공한 지곡 2공장에선 전륜 6단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생산이 한창이었다. 최근 새롭게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는 싼타페 하이브리드에 장착되는 변속기다. 쏘나타·K5·투싼·스포티지·그랜저 등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이곳에서 만든 변속기가 장착된다. 세계적인 하이브리드차 인기에 파워트레인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물량이 부족하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는 공장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현대트랜시스는 올해 서산 공장 하이브리드 변속기 생산 목표치를 기존 90만대에서 100만대로 수정했다. 이날 만난 김진명 매니저는 “30초마다 하이브리드 변속기 1대를 생산하고 있지만, 물량을 대기 힘들어 특근과 야근으로 공장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인기 덕에 협력사에서 부품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차는 시장을 장악하는 중이다.
지곡 2공장 자동화율은 90% 수준으로 힘을 써야 하는 조립 공정은 로봇이 주로 맡았다. 조립 라인과 떨어져 별도로 마련된 항온항습실이 인상적이었는데 일반적인 기계 조립 공장에선 찾아보기 힘든 장소였다. 24℃를 유지하는 항온항습실 내부에선 헤어캡을 쓴 작업자들이 파워트레인 핵심 부품을 조립했다. 김 매니저는 “밸브 바디(변속기 클러치 등에 오일을 공급하는 장치) 등은 작은 먼지에도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어 품질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트랜시스 2세대 하이브리드 독자 개발
현대트랜시스는 2세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e²AT) 개발로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2세대 시스템은 1세대와 비교해 부피가 작고 설계를 단순화했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2세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구동 모터 2개를 결합해 동력 성능을 높이고 연비 경쟁력을 향상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한 지곡 4공장에선 무단변속기(IVT) 조립이 한창이었다. 무단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없고 효율이 높아 소형차에 주로 쓰인다. 인도 현지 전략 차종으로 인기몰이 중인 크레타에 장착되는 무단변속기도 지곡 공장에서 생산된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연간 5만대 분량을 인도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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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차 빼고 전기차 들여 세대교체
이튿날인 9일에 방문한 현대트랜시스 성연공장에선 전기차 감속기와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를 생산하고 있었다. 지곡공장에 3년 앞서 1998년 문을 연 성연공장은 상용차에서 전기차로 생산 설비를 전환하는 세대교체가 한창이었다. 전기차 감속기는 모터의 회전수를 줄여 토크를 높여주는 핵심 동력 부품이다.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를 때 기어를 낮추면 속도는 느리지만 언덕을 쉽게 오를 수 있는 원리다.
현대트랜시스 서산공장은 변신이 한창이었다. 2019년 생산을 시작한 전기차 감속기의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게 단기 목표다.
독자 주행평가센터 운영하며 감성 품질 점검
현대트랜시스 지곡공장 옆에는 주행평가센터가 자리했다. 자동차 파워트레인 기업 중에서 자체적인 주행평가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길이 530m 주행 시험장은 직선과 곡선 주행로를 갖추고 있었다.
평가센터에선 개발 및 생산 단계에 있는 변속기와 차량 간 맞춤성을 높이는 시험을 진행한다. 변속기 기계적 결함도 찾는다. 이날 주행평가센터에선 전기차 감속기 소음과 진동을 확인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소음과 진동 감소는 모터를 사용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며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감성 품질 영역이다. 김윤철 현대트랜시스 주행평가센터장은 “내연기관에선 변속기 소음이 엔진 소리에 묻혀 있었으나 엔진이 모터로 바뀐 전기차에선 감속기 소음이 조연에서 주연으로 부상했다”며 “소재를 개선하거나 설계를 바꾸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감속기 소음과 진동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서산 공장은 하이브리드를 거쳐 꾸준히 전기차 시대로 이행하는 모습이었다. 홍상원 현대트랜시스 P/T생산본부장(전무)는 “전동화로 가는 길목에서 내연기관과 친환경차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디지털 팩토리와 빅데이터 등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산=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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