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기온 4도' 강추위 속 나홀로 노보기, '소리 없는 강자' 임진희 다승왕 등극
윤승재 2023. 11. 12. 16:53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임진희가 시즌 4승을 올리면서 다승왕에 올랐다.
임진희는 12일 강원도 춘천의 라비에벨컨트리클럽 올드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몰아치며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00타를 작성한 임진희는 시즌 4승을 달성하며 다승 부문 단독 선두에 등극, 다승왕을 확정했다.
이날 경기에선 체감 온도 4도의 추운 날씨 탓인지 보기가 속출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 임진희를 2타 차로 추격하던 이다연은 이날 보기 2개(버디 4개)를 기록하며 추격에 실패했다.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신인 방신실은 이날 더블보기 2개와 보기 2개로 4오버파를 작성하며 6위로 떨어졌다. 박주영도 3연속 버디 이후 6~8번 홀에서 3연속 보기를 기록했다.
하지만 임진희는 달랐다. 안정적인 샷으로 보기 없이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9번 홀(파4)에서 쏘아 올린 세컨드 샷이 홀과 1.74m(1.9야드) 떨어진 곳에 떨어지며 버디로 연결됐고, 14번 홀(파4)에서의 두 번째 샷도 홀과 0.7m(0.8야드) 거리의 그린에 떨어뜨리며 두 번째 버디로 이어졌다. 15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작성한 임진희는 17번 홀(파3)과 18번 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올리며 우승했다.
2016년 입회한 임진희는 올 시즌 첫 다승에 이어 4승을 몰아치며 다승왕까지 올랐다. 5월 2023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첫 정상에 오른 뒤 8월 고향에서 열린 제10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와 10월 상상인·한국경제TV 오픈 2023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네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투어 통산 6승을 기록했다.
임진희의 성적은 화려하지 않다. 대회 전까지 시즌 평균타수 4위(71.130타), 드라이브 평균거리 31위(243.4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80위(68.5%), 그린 적중률 12위(73.13%) 등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임진희는 소리 없이 강했다. 올 시즌 참가한 29개 대회에서 톱10 12번, 컷통과 28번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면서 입회 7년 만에 투어 정상에 우뚝 섰다.
꾸준한 노력파로 알려진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 후 마지막까지 연습 퍼팅을 하고 일과를 마치는 루틴을 이어갔다. 체감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진 날씨도 임진희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추위에 적응한 그는 찬바람에 고전한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노 보기’ 행진을 이어가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임진희가 다승왕을 차지하면서 프로 2년 차 이예원의 4관왕 도전은 무산됐다. 이번 대회 전 이미 투어 대상과 상금왕을 확정지은 이예원은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평균 타수 1위와 다승왕 굳히기에 나섰지만, 다승 공동 선두였던 임진희가 우승을 추가하면서 다관왕 자리를 내줬다. 이예원은 2언더파 218타로 공동 12위로 시즌 마지막 대회를 마쳤고, 대상과 상금 1위에 이어 평균 타수(70.6404)도 1위를 확정해 3관왕에 올랐다.
김민별은 이번 대회 완주로 신인상을 확정했다. 올 시즌 28개 대회에 참가해 준우승 3번, 3위 2번, 톱10 12회, 컷통과 25회 등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쳤던 그는 황유민과 방신실을 제치고 신인상 포인트 1위 자리를 굳혔다. 다만 황유민(1회)·방신실(2회)과는 달리 김민별은 우승이 없다. 김민별은 투어 열 번째 ‘무관의 신인왕’에 올랐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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