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핵' 통제 못하게…"바이든∙시진핑 'AI 규제' 합의할듯"
인공지능(AI)이 핵을 통제할 수 없도록 막는 합의가 오는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드론과 같은 자율무기와, 핵탄두의 배치·통제에서 AI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합의할 전망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군사적 영역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장관급 회의(REAIM, Responsible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Military domain Summit)’에서 핵무기와 관련된 결정에서 인간의 통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미 국무부는 ‘인공지능과 자율무기의 책임 있는 군사적 사용에 대한 정치적 선언(이하 선언)’을 마련했고 지난 1일까지 한국을 포함해 36개국이 지지했다. 내년에 열리는 REAIM 2024는 한국이 개최한다. 지난 9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박진 외교장관은 “미정부가 추진하는 선언에 동참을 결정했다”며 “내년에는 한국에서 REAIM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며, 성공을 위해 긴밀한 파트너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자신도 생성형 AI가 만든 딥 페이크의 피해자라며 ‘안심할 수 있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개발과 사용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AI 규제방안은 향후 생물학적 무기나 핵무기의 개발에 AI 기술 사용을 금지했다.
오리아나 마스트로 스탠퍼드대 교수는 SCMP에 “군이 AI 도입을 늘려감에 따라 핵 명령 및 통제 시스템의 자동화를 막는 것이 첫 번째 합의가 되어야 한다”며 “인간이 발사 절차를 결정하지만, 이 과정을 기계가 자동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조상근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사실상 두 개의 전쟁을 치르는 미국과 국내 경제 둔화에 시달리는 중국이 AI의 무기화 방지라는 이슈에서 이해가 일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한국이 주최하는 REAIM을 미·중의 피상적인 AI 무기 담론에서 발전시켜 실질적인 각론을 도출하는 장으로 만든다면 AI 분야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높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디커플링 안 해… 내년 베이징 방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주말 양국 경제 수장은 마라톤회담을 갖고 세 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금융 부총리는 지난 9~1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10시간 동안 업무 만찬을 포함한 회담에서 첫째 미국은 중국과 경제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으며, 둘째 의사소통을 강화하며, 셋째 갈등을 공동으로 관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양국 정부가 발표했다. 옐런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허 부총리의 초대를 수락했다며 내년 베이징을 방문해 미·중 경제·무역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랴오민(廖岷) 중국 재정부 부부장도 회담 후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 가지 합의 사항을 발표하면서 “대중국 투자 제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와 압박,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및 추가 관세에 대한 우려를 명확하게 표명했다”며 “이들 조치가 중·미간 정상적인 경제와 무역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옐런 장관 역시 “미국 재정부는 중국 기업 및 은행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중국이 대처하지 않는다며 이들 기업은 엄중하고 나쁜 결과에 직면할 것”을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
대만·남중국해 문구는 아직 협상 중
오는 15일 바이든·시진핑 회담에서 나올 공동성명의 최종 문항은 아직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 대한 외교적 조치와 표현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대만 연합보가 12일 보도했다. 내년 1월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 중국과 필리핀이 충돌 중인 세컨드 토머스 사주(중국명 런아이자오·仁愛礁) 등 남중국해 이슈는 여전히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최종 발표가 주목된다.
반면 미·중 항공편 증편, 민간 교류 촉진, 펜타닐 등 마약류 진통제에 대한 중국의 엄격한 조사 및 처벌 등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허리펑 누가 習 옆에 앉나
중국 측 회담 배석자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지난 2017년 4월 시 주석의 마지막 미국 방문이었던 마러라고 미·중 정상회담에는 합참의장 격인 팡펑후이(房峰輝)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배석했다. 현재 중국의 국방부장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미·중 군사 채널 복원을 요구하는 미국에 중국이 어떤 인물을 내세워 대응할지 주목된다.
왕이 외교부장과 허리펑 부총리의 자리도 중요하다. 지난 마러라고 회담에서 좌측에 왕양 경제부총리, 우측에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을 배석시켰던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발리 회담에서는 왼쪽에 왕이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오른쪽에 딩쉐샹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을 앉혔다. 올해 샌프란시스코 회담에서 같은 정치국 위원 직급인 왕이 외교부장과 허리펑금융 부총리의 좌석은 중국이 미국에 경제와 외교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는지를 드러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中 전문가 “미·중 완화 매우 짧을 것”
중국의 미국 전문가는 이번 샌프란시스코 회담으로 인한 관계 개선은 “매우 짧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지난 10일 중국 경제전문지 차이신(財新)에 “중·미가 관계를 개선하는 시간의 창문은 매우 짧을 것”이라며 “내년 미국 대선이 초래할 충격을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매우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 교수는 “최근 미국 대선 여론 조사를 보면 양당 후보의 지지도 차이가 크지 않다”며 “이는 민주·공화 양당의 대중국 정책에서 어느 쪽도 실점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내년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 때리기’를 놓고 치열한 강공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영 신화사 계열의 SNS인 ‘뉴탄친(牛彈琴)’은 이번 회담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과 별개로 열리는 독립된 양자 회담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11일 뉴탄친은 “화춘잉 대변인이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에 응해 중국 정상이 14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중·미 정상회담을 거행하고, 동시에 APEC 30차 비공식회의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며 “정상회담이 먼저, APEC 정상회담이 나중”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1일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중·미 관계의 전략성·전국성(全局性)·방향성 문제 및 세계 평화와 발전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깊이 소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I 무기화 방지 등 글로벌 이슈에서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암시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피임약 먹이고 친모 앞 성폭행…7년간 당하던 딸의 비극 | 중앙일보
- 남현희 녹취록 "전청조, 삼성보다 돈 많아…비밀 지키면 1500만원" | 중앙일보
- 25만원 여관방, 생선 날랐다…‘조폭 에이스’ 마흔에 닥친 일 | 중앙일보
- "참다 참다, 어지간히 해라 진짜 XXXX" 지드래곤 친누나 분노 | 중앙일보
- “왜 신차 비닐 안 뜯습니까” 현대차 싹 뜯은 ‘정의선 스타일’ | 중앙일보
- 최태원 "십수년간 남남인 노소영, 재산분할 위해 일방적 주장" | 중앙일보
- 잠실역 스파이더맨 밝혀졌다...노숙인 싸움, 웃음판 만든 정체 | 중앙일보
- 월 90만원 버는데 신붓값 4000만원? 파혼 뒤 세계여행 택한 사연 | 중앙일보
- 방치땐 성생활도 문제 된다…어떤 여성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 | 중앙일보
- 결국 빈대 잡으려다 사람까지…옆방 살충제에 영국 부부 사망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