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 재점화…무디스, 美 신용전망 하향
금융시장이 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가능성에 재차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예산안 합의가 늦어지면 금융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추가 임시예산 법안을 내놨지만,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기존 미국 정부의 임시예산은 오는 17일 소진된다. 앞서 미 의회는 내년도 예산처리 시한이었던 지난달 1일 직전에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을 먼저 지적하고 나선 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다. 10일 무디스는 미국의 장기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치 양극화로 인해 예산 합의 불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방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 상황을 타개할 만한 정책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무디스는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리기 위한 효과적인 재정정책 수단이 없는 경우 재정적자가 매우 큰 규모로 지속돼 부채 상환 능력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방정부는 2023 회계연도에 국내총생산(GDP)의 6.3%에 이르는 1조695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미 재정적자 문제는 최근 장기 국채금리 상승(국채가격은 하락)을 자극하는 등 금융 시장에 영향을 줬다. 미 재무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과잉 공급한 여파다. 장기금리 상승은 시장금리 상승에 영향을 줘 가계‧기업의 부담을 키웠을 뿐 아니라 미 연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을 늘렸다. 무디스는 내년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4%에 머물 것으로 가정할 경우, 미 연방정부 이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1.9%에서 2033년 4.5%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는 “재정 건전화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자 비용이 확대되면서 미 연방정부의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미국이 재정 문제에 대응할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될 경우 신용등급까지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의 경고를 지켜본 시장은 미 의회가 17일 전에 예산안을 합의할 수 있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재정 문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친다면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은 “무디스가 고금리 속에서 정치적 대치 상황이 지속하면 금융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고 썼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셧다운 현실화다. 경제 주체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성장률도 낮출 수 있다. 앞서 미 의회 조사국(CRS)은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재화와 용역은 GDP의 7% 정도를 차지한다”며 “(셧다운으로 인해) 재화와 용역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직접적 GDP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도 셧다운이 한 주씩 길어질 때마다 미 경제성장률이 매주 0.1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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