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동지회' 아지트?...그 주택서 쏟아진 '간첩 증거' USB 10개 [사건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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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고문은 ‘큰방’, 여성 조직원 ‘작은방’ 거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재판에서 남녀 피고인 2명이 다세대 주택에 같이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이 이 주택을 사실상 아지트로 활용한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6일 청주지법 제11형사부(김승주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한 공판에서 검찰은 2021년 9월 충북동지회 부위원장인 윤모(52·여)씨 주거지에서 발견한 이동식 저장장치(USB)와 공용 PC, 하드디스크 등 압수물 26개를 국보법 위반 증거로 제시했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압수수색을 담당한 청주지검 수사관 A씨(38)가 증인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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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동지회로 넘어간 민중당 당원명부
이 집에서 발견한 압수물에는 북한 사상을 추종하는 ‘영도체계’ 관련 문건과 통일혁명당 사건 부록, ‘통일전선론’ 문건, 연락담당 박모(52)씨 다이어리, 대북통신문 등이 다수 발견됐다. 위원장 손모(49)씨가 소지한 것으로 보이는 이적표현물 ‘한국사회변혁운동론’ 문건과 ‘세기와 더불어’ ‘주체사상 총서’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들 문건을 두고 “충북동지회가 북에 동조하는 사상총화 활동을 했고, 수집한 정보를 북에 수시로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관 A씨는 법정에서 “피고인 윤○○씨(부위원장) 주거지에 들어갔을 때 큰방과 작은방이 있었다”며 “큰방은 박모씨(충북동지회 고문)와 그의 아들이, 작은방은 윤씨과 조직원 이모씨가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큰방에서 남성 의류가 있었고, 작은방엔 여성들 소지품과 의류가 있었다”며 “남성과 여성이 방을 달리 사용한 것으로 봤고, 소지품을 봤을 때 각자 방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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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연락 못받아” 증거 제시하자 콧방귀
특히 검찰이 찾은 USB에서 민중당 청주지부 권리당원 명부 엑셀 파일이 나왔다. 폴더명은 ‘윤’. 하위 폴더인 ‘사회복지’ 목록에 윤씨 공인인증서가 함께 있는 것으로 미뤄, 윤씨가 2020년 5월 누군가에게 이 파일을 받아 저장한 것으로 검찰은 추측했다. 옛 민중당 충북도당 관계자는 “당시 청주지역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보궐선거용 선거인명부를 이틀 동안 홈페이지에 공지했다”며 “이 명부에 200여 명의 권리당원 이름과 연락처가 있었다. 이 파일을 몰래 내려받아 가져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동지회 재판은 2021년 9월 기소된 뒤 1심 재판만 26개월째 진행하고 있다. 피고인이 법관 기피신청을 내거나, 변호인을 수시로 바꿔 재판을 연기하고 있다. 충북동지회는 지난해 1월과 4월, 9월, 지난달 23일 잇따라 법관 기피 신청을 내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 법정에서는 검찰이 확보한 국보법 위반 증거가 무효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주 공판에서 검찰이 압수수색 목록을 제시하자, 한 피고인이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는 등 모습을 보였다. 한 피고인은 2020년 9월 1일 압수 수색 당시 “난 (검찰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수사 절차를 문제 삼았다. 검찰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압수수색을 했다”며 반박했다. 재판부는 2020년 10월 충북동지회와 만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대표의 증인 채택 여부를 검찰에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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