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장관님, 내성천 준설요? 큰일 날 소리입니다
[정수근 기자]
▲ 원주 섬강 준설 현장. 중장비들이 섬강에 들어가 모래를 파내고 있다. |
ⓒ 환경부 |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0월 30일 오후 섬강 부평지구(원주) 준설 현장을 방문했다. 내년도 홍수기(매년 6월 21일~9월 20일) 수해 대비를 위한 한강 지류 국가하천인 섬강의 준설 상황을 확인하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이었다 한다.
섬강 부평지구는 올해 2월 착공되어 2026년까지 하천 정비사업(준설, 제방보강, 도로 및 교량 건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이 예정된 현장이다. 준설이 완료되면 사업 구간 주변의 계획홍수위를 0.8m 낮출 것으로 분석되어 인근 민가 및 농경지의 수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기대하고 있는 곳이다.
환경부, 모래의 강 내성천 포함 7곳 국가하천 준설한다
환경부는 이렇듯 국가하천의 준설사업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국가하천 정비사업 예산을 2023년 4510억 원에서 2024년 6627억 원으로 확대한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한화진 장관은 "준설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강우와 홍수를 저감하기 위한 대표적인 홍수방어 수단 중 하나"라며, "지류·지천에 대한 준설을 통해 수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감입곡류 하천의 전형적인 아릅다움을 보여주는 내성천 회룡포. 안쪽 마을이 회룡포 마을이고, 회룡포는 국가명승 제16호로 문회재청이 보호 관리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사행하천의 전형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내성천. 그러나 이곳은 현재 영주댐으로 수몰되어버렸다. |
ⓒ 손현철 |
내성천은 주로 모래강인 우리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강이라 평가받고 있다. 모래톱이 넓게 발달하고 산과 산 사이를 흘러나오는 하천 고유의 모습과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구간이 많아서 그런 평가를 받고 있다.
실지로 내성천은 드넓은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가고, 그 물길이 산과 산 사이를 요리조리 흐르는 사행하천(蛇行河川) 혹은 감입곡류(嵌入曲流) 지형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던 하천이었다. 그런데 4대강사업의 하나로 내성천의 중류에 들어선 영주댐은 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 내성천의 전형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풍경. 영주댐 건설 전의 선몽대 상류.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심긱한 육역화 현상, 영주댐 건설 후 선몽대 상류. 위 사진과 같은 장소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고운 모래톱이 쓸려가버리고 거친 모래톱으로 그 입자가 바뀌자 내성천이 고향이자 내성천의 깃대종인 우리 고유종 물고기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종인 흰수마자란 물고기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또다른 깃대종의 하나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새인 흰목물떼새도 모래톱 환경이 바뀌면서 그 개체수가 극감하고 있다.
멸종위기종들의 고향과도 같은 내성천의 생태환경이 급격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7~8월의 기록적인 폭우는 내성천 하류의 경관을 조금 바뀌어놓았다. 중상류에서 떠밀려온 모래가 하류에 쌓인 것이다. 국가명승 회룡포의 모래톱이 옛 모습으로 부활했다 할 정도로. 홍수는 하천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요소이기도 한 것이다.
홍수피해 막겠다고 준설한다? .... 잘못된 정책인 이유
그런데 이 홍수를 바라보는 지점이 한화진 장관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이번 여름에 회룡포마을이 침수되는 홍수피해를 입었고, 그 피해를 한화진 장관은 쌓인 모래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준설을 하지 않았기에 홍수위가 올라갔고, 그 때문에 회룡포마을이 침수되는 홍수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는 해석들이 있다.
우선 이번 회룡포마을의 홍수피해는 영주댐의 댐 조작(수위관리) 실패라는 주장이 있다. 이와 관련 <내일신문>은 지난 7월 기습폭우가 내릴 때 영주댐의 수위조절 실패의 결과로 이번 회룡포마을의 침수 사태가 일어났다고 보고 있었다.(관련 기사 - 영주댐 수위관리 한계, 회룡포가 잠겼다)
기사는 "(7월) 15일 초당 1030톤의 유입량이 들어왔을 때 방류량을 552톤까지 늘렸지만, 수위는 160.68미터까지 올라가 만수위 161미터 코앞까지 갔다. 이는 지난 2020년 8월 하류 홍수피해를 키웠던 용담댐, 합천댐, 섬진강댐 사례와 유사한 경우로 해석된다"고 쓰고 있다.
▲ 지난 7월 15일 당시 회룡포마을 침수 장면. 제보자에 의하면 낙동강에서 물이 빠지지 않아 강물 역류해서 마을이 잠겼다고 증언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
또 하나의 해석은 내성천 하류인 낙동강에 들어선 상주보로 인해서 강물이 정체돼 낙동강과 내성천이 만나는 삼강지점에서 물이 빠지지 않고 물이 내성천 쪽으로 역류해서 내성천의 맨 하류에 있는 회룡포마을이 침수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의 근거는 마을주민의 증언이다. 지난 장마기에 회룡포마을에 만난 한 주민인 A씨는 "당시 강물이 역류했다. 물이 빠지지 않는다는 걸 눈으로 목격했다. 삼강 쪽에서 물이 빠지지 않아서 강물이 역류한 것이다. 상주보 때문이다. 상주보 때문에 낙동강에서 물이 빠지지 않아 내성천 강물이 역류해서 회룡포마을이 수십 년 만에 침수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둘 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이 두 주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면, 당시 폭우가 올 때를 대비해서 물을 완전히 빼두지 않은 영주댐 관리와 수문 조작의 실패 그리고 상주보의 영향으로 물이 쉽게 빠지지 않아 강물이 역류해서 회룡포마을이 침수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즉 영주댐과 상주보란 하천의 인공 구조물에 의한 인위적인 개입으로 인한 홍수란 것이고, 이런 인위적 교란 요소로 강물이 범람한 것이지 준설을 하지 않아서 홍수피해를 입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관계를 과학적으로 따져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국가 정책을 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내성천의 모래는 영주댐 이전에 비해 2미터 이상 빠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일 정도로 하류로 모래가 많이 빠져나간 상태로 더 이상 준설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성천을 많이 가보고 내성천을 잘 아는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 회룡포 구간에서는 법정보호종이 9종 조사됐다. |
ⓒ 국립생태원 |
▲ 내성천 교평습지 구간도 법정보호종이 9종 조사됐다. |
ⓒ 국립생태원 |
더군다나 내성천은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과 같은 법정보호종 야생생물들의 집합소와 같은 곳이다. 전 구간에서 고르게 법정보호종들이 적게는 6종에서 많게는 9종까지 살고 있다는 것이 최근 국립생태원의 조사에서 밝혀졌다.
무분별한 준설은 이러한 법정보호종들의 서식처마저 망쳐버린다는 점에서 환경부가 쉽사리 펼 정책은 아닌 것이다.
내년도 준설 예산을 전액 삭감해 삽질 막아야
그렇다면 홍수피해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란 문제가 남는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생명의강특위 부위원장은 말한다.
▲ 내성천의 깃대종의 하나 흰수마자. 고운 모래가 쓸려내려가면서 이 한국고유종인 이 녀석도 극감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따라서 환경부장관이 지금 가고자 하는 길은 국민혈세를 투입해 멸종위기종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일이요, MB의 4대강 정책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에 다름 아니란 것이다. 이에 대해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일갈한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한 나라 환경부 수장답게 처신해 달라. 국민이 지켜보고 있단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그리고 국회는 이 나라 환경부가 정말 쓸데없는 '삽질'로 우리하천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또다시 망치기 전에 내년도 준설 예산을 전액 삭감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 하천에서 두 번 다시 4대강사업 식의 하천 망조 사업이 일어나지 않기를 정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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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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