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혁 “‘처음’이 주는 설렘, ‘시스터 액트’로 느끼고 있죠” [D:히든캐스트(147)]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처음’이란 단어엔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새로운 상황의 불확실성은 혹시 모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불확실성에서 오는 설렘과 기대는 경험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시스터 액트’로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처음 시도하는 인터내셔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배우들도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차 있었다. 극중 조이, 오하라 신부 언더스터디와 브라더 줄리안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 김상혁은 이 새로운 도전에 함께 하며 기분 좋은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시스터 액트’에 함께 하게 된 소감 먼저 들려주세요.
이번 프로덕션은 저에게 많은 첫 경험들을 안겨주었습니다.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공연을 하는 것부터, 스윙과 언더스터디 역할을 맡는 것, 그리고 외국인 배우들과의 교류와 작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요. 공연을 올리기 전엔 설렘 반 걱정 반이었으나 지금은 좋은 친구들과 너무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시스터 액트’의 이번 공연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국내 첫 인터내셔널 프로젝트이기도 하고요.
맞아요! ‘첫’이라는 단어는 항상 설레요! 그리고 해외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시스터 액트’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어렴풋하게 떠오르는데, 어릴 때 원작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시절의 분위기를 담은 영화들을 특히 좋아해요. ‘시스터 액트’나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미세스 다웃 파이어’ 같은 영화들이요. ‘시스터 액트’를 처음 봤을 때 영화 자체가 너무 예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 찬 작품이라 저 역시 보는 내내 너무 편안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네요.
-직접 참여한 이후 작품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이 있나요?
처음엔 언어, 다른 유머 코드들이 한국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연에서 관객들이 많이 웃고 즐겨주시는 모습을 보며, 결국 ‘예술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번역도 너무 재미있게 잘 되어서, 그 부분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디션은 어땠나요?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특별한 지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일단, 쉽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모든 오디션이 항상 신경 쓰이고 쉽지는 않지만요(웃음). ‘시스터 액트’는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인 만큼 오디션 또한 영어로 진행이 됐어요. 저는 처음에 한국어 노래로도 심사받고 그 후에도 영어로 다시 평가를 받았죠. 그 후에 로버트 요한슨 연출님이 다른 캐릭터로도 저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셔서 배역에 맞는 노래 영상으로도 심사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로 지금은 조이와 오하라 신부의 언더스터디를 맡고 있습니다. 그때 저를 주목해주신 로버트 연출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내셔널 프로젝트인 만큼, 영어는 필수였죠?
저는 어렸을 때 호주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거기서 대학교까지 졸업하고 왔어요. 한국에 돌아온 지 10년 정도 되었는데, 그때부터 영어를 거의 안 쓰다가 오랜만에 영어를 쓰려니 어지럽더라고요. 하하.
-극중 브라더 줄리안 역을 비롯해 조이, 오하라 신부의 언더스터디를 맡고 계시다고요.
브라더 줄리안은 신부를 도와 성당에서 봉사를 하는 복사입니다. 보수적인 성당에서 갑자기 등장한 들로리스에게 아주 큰 충격을 받지만, 결국엔 그녀의 영향으로 수녀들과 함께 변화하는 인물입니다. 조이는 커티스를 따르는 메인 3명의 부하 중 한 명입니다. 그들 중 리더로 여겨지는 친구인데, 깡패들이라 무서울 것 같지만 사실은 ‘덤 앤 더머’ 스타일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들이에요. 마지막으로 오하라 신부는 성당을 향한 깊은 애정을 가진 아주 선한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보수적인 성당에서 그가 가진 캐릭터, 그가 내리는 결정은 다소 모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결과를 돌아보면 그의 모험심과 성당에 대한 사랑이 닫힐 뻔했던 성당의 문을 지켜냈다고 할 수 있죠.
-모든 캐릭터가 그렇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정말 모든 캐릭터가 다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조이가 애착이 갑니다. 조이는 커티스의 명령에 따라 파블로랑 티제이와 함께 납치, 협박, 살인 같은 일들을 조력하는 친구인데요. 들었을 땐 무서운 친구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은 순진하고 ‘덤 앤 더머’ 스타일의 유머를 가진 반전 매력의 소유자입니다. 보기만 해도 무의식적으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인 것 같아요. 공연을 보신다면, 모두가 그의 매력에 빠질 거라 확신합니다.
-캐릭터를 김상혁 배우만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과정도 궁금해요.
뻔뻔함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특히 조이는 제3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조이 본인은 자신이 여성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고 매력적이라고 굳게 믿는 자신감이 넘치는 친구예요. 그걸 표현하는 노래와 춤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조이 본인은 그게 멋있고 이성에게도 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뻔뻔함으로 이 캐릭터를 완성시켰습니다.
-글로벌한 출연진, 연출진과 함께 하는 만큼 재미있는 일화도 많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일단 제 MBTI도 ‘E’인데요, 이번에 해외에서 온 친구들은 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EEEEEEEEE’입니다. 연습 중 피곤함을 호소하면서도, 쉬는 시간에 대화가 끊이질 않아요! 수다를 떨며 크게 웃는 모습에서는 피곤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거든요. 또 흥이 많은 친구들이라 항상 장난으로 댄스 배틀을 하곤 합니다. 제 한국 ‘I’ 친구들이 저랑 있으면 가끔 ‘기가 빨린다’는 표현을 했었는데, 이번에 ‘그 기분이 이 기분이겠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하하. 대신에 이렇게 에너제틱한 친구들이 모인 만큼 공연을 보러 오신 관객 분들에게도 그 에너지가 충분히 전달될 거라고 자신합니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지도 궁금해요.
이번 프로덕션 친구들은 뭔가 따듯한 친구들이에요.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충분히 존중해주면서 항상 서로 신경 써주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배웠습니다. 평상시에 항상 본인의 지금 상태와 감정은 어떤지 서로 대화하며 공유하고 존중해주거든요. 그런 따스한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이 작품에 녹아들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에 뮤지컬이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라 그런 섬세한 부분들이 작업 과정에서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거든요.
-특히 한국에서 제작되는 작품에 출연하는 한국인 배우로서의 자부심, 책임감도 클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 프로덕션에 참여하면서, 제가 맡은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영어를 구사하는 배우로서, 저는 해외 배우들과 한국 회사 사이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해외에서 온 친구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가끔 친구들을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가이드 역할을 하고,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며 그들의 리액션을 보는 재미를 느끼는 중입니다. 또한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에 참여하는 한국인 배우로서, 감사함과 자부심을 가지고 작품에 임하고 있습니다.
-힘들었던, 혹은 어려웠던 부분들은 없었나요?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언어였어요. 처음엔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대와 작품의 콘셉트상 이해하기 힘든 표현들과 언어들이 대사에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사전을 검색하고 친구들에게 정확한 의미를 묻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암기했어요. 생각날 때마다 입 밖으로 대사와 가사를 내뱉기도 했고요.
-작품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가 있다면?
제가 가장 애정하는 넘버는 김소향 선배가 연기하는 메리 로버트의 ‘The Life I Never Led’입니다. 메리 로버트 캐릭터는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의 수녀인데요. 그런 그녀가 들로리스를 통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게 되는 순간을 담은 곡이죠. 김소향 누나가 부르는 이 넘버를 듣고 있으면,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울컥합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따스함’이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한 코미디 뮤지컬이에요. 관객 누구나 공연장에 와서 마음껏 그 따스함을 느끼고 에너지를 충전해 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믿습니다. 또 이번 프로덕션은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인 만큼 ‘다양성’(Diversity)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여러 인종이 어우러진 점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작품을 통해 다른 나라에도 함께 나가게 될 텐데요.
앞서 강조했듯 이 작품은 다양성과 사랑, 행복이라는 키워드들과 함께합니다. 이 작품의 따뜻함은 어떤 나라에 가더라도 통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어서 빨리 투어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간 타 작품을 통해 두 차례 앙상블상을 수상했고, 여러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나왔어요. 이번 ‘시스터 액트’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도 있을까요?
감사하게도 그간 앙상블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는데요. 이번에는 앙상블만이 아닌 배역 커버 역할도 맡고 있어서, 제 목소리와 연기를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릴 기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햇수로 데뷔 5년차네요. 뮤지컬 배우가 원래 꿈이었나요?
아주 긴 이야기이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저는 성악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클래식은 때때로 저에게 제한이 느껴졌었어요. 인생에서 가장 심오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 뮤지컬 넘버들을 유튜브에서 접하게 됐습니다. ‘레베카’ ‘노트르담 드 파리’ ‘위키드’ 등의 작품이었죠. 그때 저는 뮤지컬의 엄청난 매력에 이끌려 ‘내가 왜 지금까지 뮤지컬을 해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학원에 등록해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운이 좋게도 2019년 ‘아이언 마스크’라는 작품으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인 셈인데요, 힘든 시기는 없었나요?
힘들다기 보단, 항상 갈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앙상블이라는 포지션은 무대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무대를 채우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 기여하죠. 그러나 동시에 저는 저만의 독특한 순간을 창출할 수 있는 배역에 대한 갈망이 있어 왔고, 지금도 그 감정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곧 그런 기회가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활동함에 있어서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임하실지도 궁금해요.
데뷔 때부터 제가 지녀온 신념은 무대를 할 때 컨디션이 어떠하든 항상 동일한 가치의 무대를 선사하자는 것입니다. 배우는 다양한 이유로 컨디션이 들쑥날쑥할 수 있지만, 그날 그 공연을 찾아온 관객은 어쩌면 그날 그 무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항상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상혁 배우가 생각하는, 뮤지컬 배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면?
배우려고 하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울 점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가끔은 의욕이 꺾이고 열정이 식어 대충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계속 좋은 면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배우려는 의지를 다지며 임한다면, 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혁 배우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배우로서 제 최종 목표는 올라운더가 되는 것입니다. 다양한 곳에서 좋은 배우의 모습으로 즐겁게 활동하며 열정을 발산하고 싶어요. 인간으로서의 목표도 이와 매우 비슷합니다. 여러 가지 즐거운 일들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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