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악’ 지창욱이 보여준 ‘누아르’의 또 다른 매력 [D:인터뷰]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을 하려고 했다.”
배우 지창욱이 ‘최악의 악’을 통해 거친 면모를 꺼내 보였다.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을 꺼낼 수 있어 좋았지만, 지창욱이 ‘최악의 악’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매력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각 멜로를 통해 전개되는 또 다른 한 축 역시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누아르 드라마의 색다른 재미도 느끼게 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이 조직에 잠입해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누아르 드라마다. 지창욱이 마약 수사를 위해 강남 연합에 잠입한 경찰 준모 역을 맡았다.
영화 ‘무간도’, ‘신세계’ 등 그간 수사를 위해 범죄조직에 잠입하는 경찰의 이야기를 담은 언더커버물은 물론 있었다. 주인공의 정체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부터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깊어지는 내면 갈등까지. 언더커버물만의 확실한 장점이 있었던 것. 지창욱은 앞선 작품들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 매력을 더 잘 구현할 수 있을까, 핵심만 생각하며 ‘최악의 악’을 그려나갔다.
“오히려 ‘신세계’를 제작한 사나이픽쳐스가 제작을 했기 때문에 믿음이 더 가기도 했다. 이런 장르에 특화가 돼 있지 않나. 이런 걸 많이 해봤기 때문에 더 잘 표현이 될 것 같았다. 언더커버물이라는 소재가 기시감이 들 순 있지만, 새로운 작품이라는 생각보다 ‘최악의 악’이 가진 이야기를 어떻게 잘 만들어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또 우리는 시리즈고 우리만의 색깔로 잘 표현을 하면 될 것 같았다.”
지창욱의 언급처럼 2시간 분량의 영화가 아닌, 12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물들의 관계가 더욱 촘촘하게 설정될 수 있었다. 이에 시청자들도 준모 또는 다른 캐릭터들의 감정에 더욱 깊게 몰입하며 호평을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 지창욱은 강남연합에 대한 색다른 표현법을 짚으며 여느 누아르와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시리즈물이라 인물들 간의 관계를 더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간의 언더커버물과 다르게, 무드도 달랐던 것 같다. 무채색이 아닌 색깔이 있다고 여겼다. 네온 빛의 톤들도 있고, 의상도 누아르와는 조금 달랐다. 화려한 부분도 있었다. 조금 달랐다. 멜빵바지를 입고 있고, 머리를 탈색하기도 하고. 불량 서클 같은 느낌이었다. 놀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인 집단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것부터 색달랐다.”
여기에 준모와 강남연합의 보스 기철(위하준 분), 경찰이자 준모의 아내인 의정(임세미 분)의 삼각관계도 색다른 매력으로 작용했다. 후반부 중국 마약공장 핵심 유통책 해련(김형서 분)까지 얽히고설키면서 풍성함을 더한다. 거칠기만 한 누아르가 아닌, 로맨스로 빚어내는 또 다른 긴장감이 ‘최악의 악’만의 매력이 된 것이다. 지창욱은 이 과정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내면서 재미를 배가한다.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나. 좋아하는데 좋아하지 않는 것 같고, 좋아하면 안 되는데 마음이 가기도 하고. 이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좀 여지를 뒀다. 준모가 과연 해련을 좋아하는 걸까. 단정을 짓지는 않았다. 좋아하지는 않는데, 연민도 있고, 또 사람 자체의 매력도 있고. 시청자분들께 넘기려고 했다. 여지를 두고 촬영했다. 뒤로 갈수록 갈등이 더 나온다. 준모가 그의 앞에서 힘들어하는 지점이라던가, 주저하는 지점들도 애써 확실하게 표현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을 하려고 했다.”
액션 장면에서도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화려한 액션씬을 구현하면서도, 의정을 마주하는 순간 드러나는 감정을 놓치지 않고 표현해 내는 등 완급을 조절하며 ‘최악의 악’만의 강점을 제대로 부각한 것이다.
“후반부 지창욱이 강남연합의 사무실로 뛰어들어 싸우는 씬은 의정이 바라보는 준모의 모습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중요하다고 여겼다. 준모가 변해버리는 순간을 의정이 처음으로 보는 장면이다. 안타깝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여러 감정들이 섞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무언가를 표현했다기보단 조명이나 촬영, 의상, 분장, 연출, 편집, 음악이 효과적으로 잘 표현이 됐다고 생각했다. 하면서도 재밌었다. 아쉬운 건 그 장면 액션을 보면 복도 칼 액션이 원테이크였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드러난다. 생각을 해보면 그랬으면 더 의도가 흐려졌을 것 같기도 하고. 아쉬우면서도 만족스러웠다.”
이렇듯 풍성한 서사, 입체적인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어 감사했다. 처음 도전하는 누아르 장르에서 다른 얼굴을 꺼내 보이고, 거친 액션을 소화하며 느끼는 재미도 있었지만 이렇듯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하면서 느끼는 만족감도 컸다.
“표현할 게 많은 건 내게 즐거운 일이다. 물론 작품에 따라 내가 절제해야 할 때도 있지만, 많이 표현하는 인물이 즐겁다. 선과 악으로 구분을 짓지는 않았다. 그 인물의 선택일 뿐이지, 그 행동이 선한지 악한지에 대해선 구분을 짓진 않는다. 준모도 그랬다. ‘‘최악의 악’이라는 제목이 개인적으론 거창하지 않나’라고 했던 건, 누가 더 최악인지 판단해야 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나는 이 작품을 할 때 악이 뭔지, 선이 뭔지 판단하진 않았다. 피폐해져 가는 과정, 선택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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