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 어느새 2만명 돌파…대응 법안 나올까 [국회 방청석]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11. 1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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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마약류 사범 적발 수 최고치
국회는 위장 수사, 퐁당 마약 등 법안 발의
마약 밀수 방지, 마약 치료 관련 법안도
해외 마약 밀수입이 늘면서 국내 마약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만명.

올 들어 9월까지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류 사범 현황이다. 대검찰청이 지난 30여년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1월 7일 열린 ‘제30차 마약류 퇴치 국제협력회의’ 영상 축사에서 “마약 유통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국경 간 마약 밀매·밀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우려를 표할 정도다.

검찰에 따르면, 해외 마약 밀수입이 늘면서 국내 마약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게 주요 원인이다. 국내에서 압수된 밀수 마약량도 2020년 242kg에서 지난해 561kg, 올해 8월까지 518kg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마약이 판을 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권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에 계류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만 33건이다. 일각에선 국회의원들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 법안 발의만 한다’는 비판도 적잖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 마약 관련 법안이 뒷전에 밀려 입법화 성적이 저조하다는 평가다. 이에 여야는 상임위에 계류된 마약 관련 법안 통과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마약류 범죄에 신분 위장 수사를 도입해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자는 법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재는 경찰이 마약류 판매자에게 마약을 사겠다고 꾀어내어 이를 잡아들이는 행위인 ‘기회제공형’ 함정 수사만 판례상 허용되기 때문이다. 마약 범죄 혐의자들이 재판에서 ‘범죄를 행할 의사가 없었는데 수사기관이 계략을 썼다(범의 유발)’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에 미국, 독일과 같이 마약류 범죄 수사를 위해 제도적으로 위장 수사를 도입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경찰이 위장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반 수사에서의 위장 수사는 국민 동의를 얻기 쉽지 않지만, 마약류 범죄는 범죄 행위가 은밀해 기존의 수사 방식으로는 마약 사범을 적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당 법안은 마약류 범죄 수사에서 위장 수사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이 지난 10월 10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말레이시아 마약 밀매 조직이 제조해서 국내 밀반입한 필로폰 74kg을 유통한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 밀매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힌 뒤 증거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사람 음료에 몰래 마약을 타는 이른바 ‘퐁당 마약’을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3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마약류 등의 타인 투약은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범행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자기 투약보다 강하게 처벌하는 데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퐁당 마약을 투약하거나 제공한 사람을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 의원은 “해당 범죄를 저지른 자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마약 투약을 당한 피해자에 대한 치료 보호 근거도 개정안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마약류 매매·투약이 이뤄진 유흥·단란주점, 모텔 등의 업주에도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하는 법안이 법제화를 기다리는 중이다.

급증하는 마약 밀수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도 눈에 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관세청장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에 마약류 밀수 고위험자 정보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마약 반입·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범죄가 의심되는 물품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내용도 담겼다.

류 의원은 “우편물 특송, 여행자 직접 휴대 등을 통한 마약 밀수입 적발량이 올해 9월 기준 지난해보다 29% 증가해 역대 최고치”라며 “마약이 은밀하게 들어오는 만큼 우범 화물의 위치 정보 등이 확실하게 파악되고 공유돼야 한다”고 전했다.

마약 범죄가 증가하면서 마약 중독 치료 체계의 필요성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마약 중독 치료 관련 인프라가 열악한 데다 이를 뒷받침할 예산과 정책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법원에서 좀처럼 마약 중독 치료 처분을 내리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6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마약 사범 중 치료감호법에 따른 치료 명령 처분을 받은 마약 사범은 1.6%에 불과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마약 치료 관련 법안은 7건으로, 마약 치료와 관리 체계 강화가 주된 내용이다. 대표적으로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33년 전 규정에 머물러 있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기관 지정 기준을 현실에 맞춰 개정하고 ▲지정 후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 관리 ▲기관 종사 의료인과 관련 인력들에 정부가 전문 교육 개발·제공 ▲중앙·지방 치료보호심사위원회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연숙 의원은 “마약 치료 지정 병원 24곳 가운데 두 곳 정도만 환자를 돌보는 데 불과해 마약 치료 기관이 좀 더 활성화돼야 한다”며 “현재 마약 중독자 재활 치료와 관련한 사회적 기능도 미비해 관련 법안도 곧 발의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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