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차기 회장 경선, 기업총수와 기업총수 보좌역의 대결
협회 일각 소통 부족 불만 풍산 김원섭 고문 출마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가 12일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선수들의 타이틀 경쟁은 끝났지만 차기 회장 선거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현 회장인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이 재선을 노리는 가운데, 김원섭 풍산그룹 고문이 도전장을 냈다. 23일 4년 임기의 회장 경선을 치른다.
KPGA에서 기업 총수가 회장 경선을 치른 적은 없다. 이전 KPGA 회장에 나선 기업인들은 추대가 아니라면 아예 사퇴했다. 그러나 범LG 가문의 구자철 회장은 이례적으로 발을 빼지 않고 완주를 선언했다.
구 회장의 대항마인 김원섭 고문은 골프계 경력이 풍부하다. IMG 이사, JTBC골프 본부장, KBL 총재 특보, 더퍼스트티 상임이사, PGA 투어 자문역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경제인협회와 풍산 그룹을 이끄는 류진 회장의 골프 등 스포츠 관련 특별 보좌역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기업 총수와 총수 보좌역이 맞붙는 흔치 않은 대결 구도다.
구자철 회장 취임 직전 15개이던 KPGA 투어 대회는 올해 22개로 늘어났다. 2019년 상금은 138억원이었는데 올해 237억원이 됐다. 구자철 회장 측 김병준 KPGT 대표는 “투어가 역대 최고 대회, 최고 상금을 경신하고 있으니 회장 연임이 당연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업적에도 불구하고 류진 회장은 구자철 회장이 KPGA의 수장을 맡을 적임자라고 여기지 않는 듯하다. 여러 차례 KPGA 회원들로부터 회장이 되어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거절한 류 회장은 한경협 회장이 되자 김원섭 고문을 출마시켰고 구자철 회장은 사퇴하지 않고 이에 맞서고 있다.
류진 회장은 한국 골프계의 대부 격이다. 2015년 한국에 프레지던츠컵을 유치했고 해외 진출 선수들을 음으로 양으로 돕고 있다. 류 회장은 또 KPGA의 플래그십 대회인 KPGA 선수권대회에 매년 13억원 씩을 냈다.
구 회장은 KPGA 선수들이 간절히 원하던 대회를 만드는데 열정적이었다. SNS에 여자골프만 후원하는 기업들을 열거하며 “너네 다 죽었어”라고 쓸 정도였다. 구 회장은 산토끼를 잡기 위해 뛰었다.
그러나 잡아놓은 집토끼 관리가 그 정도는 아니었다. 현대차가 후원하는 KPGA의 프리미엄급 대회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올해를 끝으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구 회장 측과의 소원한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KPGA 선수권에 대가 없이 거액을 낸 풍산 류진 회장도 비슷하다.
구 회장의 소통 부족 불만은 다른 곳에서도 나온다. KPGA에 노조가 생겼고 스포츠 단체 중 처음으로 파업했다. 협회 일각에선 “프로암에 나가고 선수들과 사진 찍으려 회장 하는 것 아니냐”며 구 회장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KPGA는 올해 투어의 미래 격인 스릭슨 투어(2부투어)는 그대로 두고 시니어 투어 재원을 두 배로 늘렸는데 재선을 위해 선거에 영향력이 큰 시니어 측에 돈을 썼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구회장 측 김병준 대표는 “기존 스폰서들과 커뮤니케이션에 노력했으며 제네시스 챔피언십의 유지 여부는 확정된 게 없다. 시니어 투어 상금이 늘어난 건 투어를 고루 성장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반박했다.
구회장은 2027년까지 가용자금 약 400억원을 확보하고 대회 수 30개, 총상금 400억원, 대회당 최소 총상금 7억원 등을 공약했다.
김원섭 후보는 풍산그룹을 통해 100억원을 후원하고 60억원 이상의 스폰서를 유치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선수 연금 도입 등을 공약했다.
LG시그니처플레이어스챔피언십장에서 만난 한 선수는 “구자철 회장이 대회를 늘려준 건 인정하고 고맙다. 그러나 미래 공약으로 보면 풍산의 지원을 받는 김원섭 후보 쪽이 더 매력적”이라고 했다.
KPGA의 한 회원은 “한경협 회장인 류진 회장의 영향력은 크지만, 류진 회장이 출마한다면 몰라도, 김원섭 고문은 대리인에 불과한데 이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파주=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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