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 시즌2 종영... 마블 MCU, 이렇게만 만들어다오
[김상화 기자]
▲ 디즈니플러스 '로키' 시즌2 |
ⓒ 디즈니플러스 |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의 야심작 <로키> 시즌2가 지난 10일 최종 6화 공개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10월 6일 첫 공개된 이래 매주 금요일, 마블 마니아들을 기다리게 만든 <로키2>는 더욱 복잡해진 타입슬립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시간선 붕괴를 막기 위한 로키와 변종 로키, 그리고 시간변동관리국(Time Variance Authority, TVA) 사람들의 이야기는 최근 극장판 마블영화의 어설픈 전개와 완성도는 잊어도 될 만큼 몰입감 넘치는 내용으로 완성되었다.
지난 6월 기대 속에 공개되었지만 용두사미식 결말로 원성을 자아냈던 <시크릿 인베이전>, 이번주 개봉과 동시에 혹평이 쏟아지고 있는 극장판 영화 <더 마블스>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로키2>는 완성도 높은 엔딩으로 모처럼 구독료와 시간을 들여 시청하는 수많은 마블 팬들을 확실하게 만족시켰다. 수많은 변종과 멀티버스, 타임 슬립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었던 시즌1 포함 총 12부작의 이야기를 거치면서 디즈니+마블은 그저 천방지축 장난의 신으로만 생각되던 로키의 성장 드라마를 기어코 완성시켰다.
▲ 디즈니플러스 '로키' 시즌2 |
ⓒ 디즈니플러스 |
과부하가 걸린 시간선이 결국 폭발함과 동시에 연이은 타임 슬립 현상을 경험하게 된 로키(톰 히들스턴 분)는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타임 슬립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5화 참조) 그리고 이야기의 배경은 지난 4화의 시간대로 되돌려진다. 정복자 캉(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매니아> 참조)의 또 다른 변종 닥터 타임리(조너선 메이저스 분)가 시간 직조기 수리를 시도했지만 시간 방사능에 과다 노출되어 마치 스파게티 국수 가락처럼 분해가 되는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되던 그때로 돌아간 것이다 .
로키는 닥터 타임리를 어떻게든 구하기 위해 같은 시간으로의 반복적인 이동을 계속했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로키의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마치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마냥 동일한 하루가 반복되듯이 말이다. 이제 같은 행동을 무려 수세기에 걸쳐 똑같이 수행하면서 온갖 과학 지식까지 학습한 로키는 기어코 자신만의 힘으로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데 성공했고 닥터 타임리 역시 시간 직조기의 버튼을 누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하 급수적으로 파생된 시간선은 조절되지 않았고 오히려 세포분열하듯이 시간선은 더 큰 줄기를 곳곳으로 내보내기에 이른다.
▲ 디즈니플러스 '로키' 시즌2 |
ⓒ 디즈니플러스 |
수많은 시간대로 이동하면서 시간선 붕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로키는 결국 결단을 내린다. 아무런 보호장치도 착용하지 않은채 홀로 시간 직조기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양복 차림의 로키는 어느 순간 투구를 착용한 아스가르드 왕자 시절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기어코 그는 시간 직조기를 해체시키는데 성공했고 시간선들을 마치 밧줄처럼 움켜 쥔채 왕좌의 자리에 앉게 된 로키는 시간선을 감시하고 세상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존재로 거듭난 것이었다.
마치 울창한 숲을 가꾸는 것처럼 로키는 '계속 남아 있는자'(시즌1 참조)를 대신해 신성한 시간선을 수호하면서 온 세상의 평온함을 지탱하는 신성한 위치에 도달했다. 드디어 그가 바라왔던 진짜 신이 된 것이다. 영화 <토르> 시리즈와 <어벤져스>에서 보여줬던 탐욕은 이미 사리진지 오래였다.
그동안 MCU 극장판 영화에서 조연급 캐릭터에 국한되었던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로키>시즌1,2는 모처럼 시청자들을 만족시킨 탄탄한 줄거리와 완성도 높은 CG로 확실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덕분에 마블의 체면을 조금이나마 되살려준 수작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 디즈니플러스 '로키' 시즌2 |
ⓒ 디즈니플러스 |
우리가 그동안 극장에서 만났던 '로키'라는 인물은 그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악당, 혹은 안티 히어로의 특징이 강하게 드리워진 캐릭터였다. 그런데 <로키> 단독 시리즈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이동을 겪게 되면서 곳곳에 존재한 자신 및 주변인들의 변종을 만나게 되면서 그는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저 세상을 어지럽히는 존재로만 알고 있었던 로키는 점차 세상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수호자처럼 변하기 시작했고 결국 시간을 관리하는 신의 자리에 올라섰다. 역대 MCU 영화와 시리즈 중에서 이처럼 스스로를 성장시킨 캐릭터가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단순히 철부지 악당의 개과천선이 아닌, MCU의 최근 고민거리로 전락한 멀티버스 콘셉트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깔끔하게 시즌을 마무리 짓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로키> 시즌2는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지지부진했던 MCU의 새로운 가능성도 마련해줬다. 반면 극장판 영화로 만들었다면 더욱 큰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는 마블 마니아들의 아쉬움 섞인 찬사와 더불어 지난 몇년 사이 벌어진 마블 수뇌부의 오판이 <로키> 시리즈를 통해 더욱 확연히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멀티버스 개념의 거대한 서사를 담으면서 향후 만들어질 영화의 중요한 열쇠가 될 작품을 극장 대신 소수의 이용자로 한정되는 OTT물로 제작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디즈니와 마블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극장, OTT 투트랙 전략"의 현재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안겨준다. 타 MCU 영화도 진작에 이렇게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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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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