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키’ 송민엽 감독 “감춰진 욕망 드러내는 ‘쿠키’… 현실 반의반도 안 돼”

정진영 2023. 11. 1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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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비싸고 많이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

한 입만 먹어도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의문의 수제 쿠키가 엘리트 고등학교를 집어삼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하이쿠키'의 연출을 맡은 송민엽 감독은 드라마를 통해 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하이쿠키'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방향으로 수렴해가느냔 질문에 송 감독은 "해피엔딩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다 죄를 갖고 있지 않나. 각자의 방식으로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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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하이쿠키'의 송민엽 감독. U+모바일TV 제공


말도 안 되게 비싸고 많이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당히 먹으면 내밀한 욕망을 이뤄주는 쿠키가 손에 쥐어졌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한 입만 먹어도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의문의 수제 쿠키가 엘리트 고등학교를 집어삼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하이쿠키’의 연출을 맡은 송민엽 감독은 드라마를 통해 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평범한 사람들인데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항상 옳고 합법적인 선택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잘못하면 벌을 받아야 하지만, 한 번 잘못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노력하고 반성하고 어떤 의지를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지, 그런 걸 다루고 싶었어요.”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아크미디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송 감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내밀하고 어두운 욕망을 일상적이고 평범한 ‘쿠키’를 통해 이질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일상의 반전’을 표현하기 위해 쿠키는 일부러 더 귀엽게 만들었다. 모범생 호수(최현욱)가 쿠키를 만들어 파는 셰프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드라마 '하이쿠키' 속 쿠키의 모습. U+모바일TV 제공


송 감독은 드라마 상에서 쿠키가 마약으로 그려지는 탓에, 처음 이 드라마가 기획됐던 3년 전에는 이런 설정이 한국 내에서 쉽게 공감받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그때는 지금처럼 마약이 화제가 될 줄 몰랐다”며 “그게 좋은 일은 아닌데, 드라마보다 더한 사건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 묘사된 학교 내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 역시 “현실에서의 학교는 훨씬 더 충격적인 부분이 많다. 그걸 일부러 자극적으로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묘사가 돼야 흘러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조심스럽게 표현했다”면서도 “현실에 비하면 반의반도 안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감독에게 ‘하이쿠키’는 “혼자서 보긴 아까운 드라마”였다고 한다. 그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한 사람의 시청자 입장에서 재밌었고, 새로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범죄를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고, 그것에 대해 사람들이 대처하는 방식이 신선했다”고 설명했다. 전작으로 ‘오월의 청춘’을 연출했던 그는 “전 작품과는 같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배우, 촬영 감독, 미술 감독 등 스탭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며 “학교 역시 제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라서 고등학생에 제일 가까운 나이였던 최현욱, 정다빈에게 많이 물어봤다”고 말했다.

드라마 '하이쿠키' 촬영 현장에서의 송민엽 감독. U+모바일TV 제공


총 10회 가운데 6회까지 공개된 ‘하이쿠키’는 더욱 속도감 있고 흥미로운 전개로 등장인물들이 가진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갈 예정이다. 송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이쿠키’는 떡밥을 길게 끌고 가지 않는 드라마다. 그는 “하이쿠키는 과거의 설정을 가져와서 ‘이건 몰랐지?’하기보다는 선택을 하면서 계속 앞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현재 얘기에 집중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하이쿠키’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방향으로 수렴해가느냔 질문에 송 감독은 “해피엔딩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다 죄를 갖고 있지 않나. 각자의 방식으로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송 감독은 차기작으로 ‘하이쿠키’처럼 포인트가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장르를 도전해보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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