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서울 편입론... 솔깃파와 의심파가 원하는 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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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누리 기자]
경기도 김포시에 오래 살아 친구들 사이 '김포의 딸'로 불리던 나다. 동네에 가진 애착 덕에 2년 반 전에 이런 글도 썼다. <'서울러'가 '김포러' 부러워하는 이유, 참 씁쓸합니다>. 서울을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차별화된 김포만의 지역적 특색을 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웬걸. 2년 6개월 뒤인 현재, 상황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 '김포 서울 편입론'이 뜨거운 감자가 됐기 때문이다. 난 여전히 이 동네 시민이다. 요즘 김포인들 사이에선 난데 없이 백분토론의 장이 열렸다.
"갑자기 웬 서울 편입이야?"
▲ 최근?김포의 서울 편입론 탓에 많은 동네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한다. 서울 도심 해지는 풍경(자료사진). |
ⓒ 픽사베이 |
며칠 전엔 아는 동생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김포 서울 편입론을 어떻게 생각해?" 서울 강서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다 김포에 온 그는 이 이슈에 긍정적이다. 서울시 김포구가 되면 집값도 오르고, 서울 노선을 함께 쓸 테니 교통편도 개선되지 않겠냐는 말이다. 시장이 구청장이 되면 행정 파워도 세질 것 같단다.
나는 동생의 말에 선뜻 수긍할 수 없었다. 의구심이 먼저 든다. 애초에 이 정책이 가능한 것일까? 협상은 서로 필요한 게 있을 때 진행하는 것인데, 서울이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서울은 강북·강남의 격차, 노후화된 서울 인프라 등의 문제로 제 코가 석자다. 김포는 이를 비집고 예산을 끌어올 만한 카드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나?
현재 20·30대 커뮤니티나 지역 맘카페의 분위기는 무리한 서울 편입 탓에 김포의 이미지가 악화되진 않겠는가, 쓰레기 매립지가 들어오게 되진 않을까 염려하는 여론이 다수다. 아무래도 김포 내의 입장은 두 가지로 갈리는 듯하다. 솔깃하는 파와 의심하는 파. 그런데 두 입장이 원하는 것은 똑같다. '김포가 성장했으면 좋겠다.' 아무도 김포가 우스꽝스러워지길 원치는 않는다.
▲ 김병수 김포시장이 지난 6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관련 논의 후 백브리핑을 진행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김병수 김포시장은 초반에 '서울시 쓰레기 문제 해결'을 카드로 내놓았다. 10월 13일자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도권 매립지 중 제4매립지가 김포 땅이어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그런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제4매립지는 김포와 인천에 걸쳐있다. 김포시에 매립지 일부가 있다고 해서 권한이 있는 게 아니다. 소유권은 오히려 인천시와 서울시, 환경부에 있다.
인천시 측을 중심으로 해 쓰레기 매립지 관련 반발 여론이 커지자, 김병수 시장은 "서울시와 편입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쓰레기나 매립지 문제를 얘기한 적은 없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이어 서울 편입 문제 관련, 원래 6일로 예정했던 수도권매립지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포가 만약 서울의 자치구가 된다면 당장 그 순간부터 김포의 권한은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10조제2항 관련 '자치구에서 처리하지 않고 특별시·광역시에서 처리하는 사무'에 따르면, 자치구에서 처리하지 않고 특별시·광역시에서 처리하는 사무에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의 설치·운영 등이 포함된다. 이 외의 많은 권한 또한 특별시에게 넘어간다.
즉 매립지의 설치·운영을 결정할 권한은 적어도 김포에는 없게 된다. 서울 마포구 소각장 건설 논란이 그 예다. 김병수 시장은 김포시장이 김포구청장이 되는 순간, 상대방과 논의할 힘도 약해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서울시 김포구' 되면 좋기만 하다고?
이걸 포기하는 대신 서울시 예산을 많이 따올 수 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백번 양보해 서울시 편입이 이루어진다 한들, 김포 입장에서는 얻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잃는 것'도 크다.
일례로 김포는 현재 도농복합도시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농촌지역 대학특례입학전형으로, 매해 1백여 명이 이 전형으로 대학을 진학한다. 그런데 서울 김포구가 되면 읍, 면 농촌지역이 모두 '동'으로 바뀌게 된다. 기존에 누리던 취득세 등 세금혜택 및 읍면지역 건강보험료 감면 등의 혜택도 잃게 될 것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김병수 김포시장과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관련 논의 후 백브리핑을 진행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게다가 김포는 이미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5호선 연장'이다. 김포는 경전철 골드라인의 어마무시한 과적률을 해결하기 위해 5호선 연장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거대한 과제를 수행 중인 상황에서, 섣부른 '김포 서울 편입' 주장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다 놓치는 꼴이 될 수 있다.
서울 편입을 찬성하는 지역단체 '김포원도심총연합회'조차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어디까지나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을 매듭짓고 난 뒤에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서울 편입' 이슈로 인해 이 논의는 쏙 들어가 버렸다.
나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다른 어디도 가지 않은 채 여기서 보낸, 김포에서 먹고 자란 청년이다. 2년 반 전 김포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원한다고 썼던 만큼 지금도 김포를 사랑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내게 가르쳐준 김포. 그래서인지 김포시 논의를 필두로 해 고양, 광명, 하남, 구리시 등 다른 지역들도 서울시에 편입하겠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중앙과 지방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서 튼튼한 지방자치를 강조하는 것은 바보이고, 집값과 부동산을 얘기하는 것은 똑똑한 사람인 걸까? 나는 나를 자라게 한 텃밭이 엉망으로 뒤엎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시소의 한쪽이 너무 기울면 반대편이 다치기 쉬운 법이다. 무리한 편입론이 우려되는 이유다. 사람들은 정말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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