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아카데미극장은 무너지고, 관련 예산 삭감…지역 영화관들의 위기 [D:영화 뷰]

장수정 2023. 11. 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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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유일의 독립예슬국장 신영 극장 폐관 위기에 몰렸다가 겨우 살아나
광주극장도 위기…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 소재

60년을 이어온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결국 철거됐다. 멀티플렉스의 등장 이후 원주의 단관극장들이 연이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의미를 이어나가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했지만, 결국 지켜지지 못한 셈이다.

원주에는 한때 아카데미극장을 포함해 문화극장, 원주극장, 시공관 등 4개의 극장들이 모여 문화의 거리를 형성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이 극장들이 하나, 둘 문을 닫았다.

허물어지는 원주 아카데미극장ⓒ뉴시스

유일하게 남은 극장이었던 아카데미극장도 2006년까지 버티다가 폐업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형 단관극장으로 의미를 인정받았고, 이에 원주시민을 비롯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아카데미극장의 부활에 힘을 보탰다. 2016년부터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 ‘아카데미의 친구들(이하 아친)’가 결성됐고, 이후 영화 상영을 비롯해 전시회, 포럼 등을 열며 아카데미극장의 보존과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노력 끝에 원주시가 지난 2020년 아카데미극장 및 주변 토지 매매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 1월 매입을 완료하면서 보존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으나, 결국 안정성, 활용도 부족 문제를 이유로 철거가 결정됐다. 지난달 28일부터 철거가 진행돼 이제는 아카데미극장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물론 상영회를 통해 독립영화 등을 상영하기는 했지만, 해당 극장은 상업적인 목표보다는 의미에 방점이 찍힌 장소였다. 가장 오래된 대형 단관극장은 물론, 원형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보존의 가치가 높다고 평가됐던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그 의미를 인정받지는 못하게 되면서, 지역극장들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많은 영화인들이 원주 아카데미극장을 위해 뭉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12일 ‘극장이 무너져도 시민은 무너지지 않는다’를 주제로 원주문화원에서 진행되는 ‘원주 아카데미극장 위법철거 규탄 시민대행진’에 참여하는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아카데미극장을 보전하고자 한 원주시민들의 노력에 많은 영화인들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비록 철거가 진행 중이지만 지역극장에 대한 이후 활동을 원주시민과 함께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지역의 극장들은 큰 수익보다는 의미에 방점을 찍고 운영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에 이것이 아카데미극장처럼 위기에 처한 지역극장들에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강원 유일의 독립예술극장 신영극장이 폐관이 될 위기에 놓이자 배우 유지태, 공민정, 주종혁 등 영화배우들이 ‘신영극장을 부탁해’ 캠페인을 벌이며 도움을 촉구했다. 특히 배우 유지태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강릉에 신영극장이라는 곳이 있다”며 “소규모 극장은 늘 멀티플렉스보다 열악하다.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는 늘 폐관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현실을 언급했다.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소재인 광주극장 또한 마찬가지다. 865석이라는 단관극장 중에선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침체된 영화계에 멀티플렉스들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 속 광주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영화 관련 예산 삭감 소식은 지금의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앞서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지역 영화제를 지원하는 국내외 영화제 육성지원사업 예산은 지난해 52억 5900만 원에서 24억 원 감액 된 25억 1900만 원을 배정받았으며, 지역영화 문화활성화 지원사업 예산 8억 원과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 예산 4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지역 영화 생태계가 무너지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지역의 영화관들 역시 더욱 큰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는 호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지역 영화관 관계자는 “지역의 영화관들은 늘 어려웠지만, 그것이 점점 더 심해지는 느낌”이라고 현 상황을 짚으면서 “지역의 영화관은 그 지역 관객들에게 영화 특히 독립, 예술 영화를 향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외에도 지역 영화인들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쓰고, 나아가 문화 관련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기도 한다. 상업적인 잣대로만 판단하면 이러한 것들이 이뤄질 수가 없다”라고 지원이 필요한 이유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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