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의 재정의…가격표 가려도 매력적인 ‘토레스 EVX’ [면허 1년차 시승기]

정진주 2023. 11.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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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미 없어진 전면 디자인, 강인한 DNA 유지
큰 덩치에도 가벼운 주행감과 영리한 편의사양
디스플레이·편의기능 복잡한 조작법 적응필요
토레스 EVX.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통상 ‘가성비’ 제품을 고를 때는 어느 정도 이상과 타협해 포기하는 부분이 있다. 저렴한 가격을 참작해 불만족스러운 점도 감수해야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고를 만한 메리트가 생겨서다.

하지만 KG 모빌리티 ‘토레스EVX’는 큰 욕심도 내려놓지 않아도 된다. 지난 9일 미디어 시승회에서 토레스 EVX를 직접 타보니 가성비 시장을 공략하는 KG 모빌리티의 전략대로 저렴한 가격을 고려하지 않아도 ‘훌륭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 주행거리, 공간, 주행성능 등 여러 방면에서 균형 있는 오각형을 이뤄 자동차기자협회에서 ‘10월의 차’로 선정된 것에 쉽게 수긍됐다.

토레스 EVX 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최근 KG 모빌리티는 토레스 EVX와 전남 담양군의 한 작은 마을인 ‘도래수’가 이름이 비슷하다는 발상에 착안한 광고를 선보였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최신 전기차와 토속적인 도래수 마을과의 이색적인 시너지를 낸 광고는 호평을 받아 한 광고 평가 사이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 광고에서 토레스 EVX는 시골 어르신들과 찰떡호흡으로 친근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를 전했지만 사실 인간미 있는 디자인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보통 차 전면부를 사람 얼굴에 비유하는데 토레스 EVX는 이목구비로 보일 만한 곳이 없었다. 기존 토레스도 인간미 있는 인상은 아니었지만, 라이트가 눈처럼 보여 무뚝뚝한 사람으로는 보였다.

토레스 EVX 측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인간미는 없어졌지만, 그것이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기존 토레스의 DNA를 이어 강인한 이미지는 유지했지만, 전기차이기에 디자인에는 큰 변화가 있다.

전기차는 필요성이 적은 전면 그릴 부분을 없애거나 축소하면서 부자연스러워지기도 하는데 토레스 EVX는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내연기관차는 그릴 공간으로 라이트 디자인이 한정적이다. 토레스 EVX는 전기차만의 이점을 살려 과감하게 도전한 점과 선으로 구성된 수평형의 ‘키네틱 라이팅 블록’ 디자인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토레스 EVX 앞좌석.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내부도 마감재나 디테일이 촌스럽거나 싸구려처럼 보이지 않고 세련됐다. 가성비 차에선 보기 어려운 엠비언트 라이트로도 고급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행성능도 만족스러웠다. 가속페달을 밟자 큰 덩치와는 다르게 가볍게 나아갔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정확하고 영리하게 운전을 보조하고 3D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 등 여러 편의사양들은 편리했다.

토레스 EVX 인테리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맘에 쏙 들 정도로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좋거나 무난해 큰 단점을 찾긴 힘들었다. 좋은 점만 나열하면 KG 모빌리티와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으로 의심을 살까 일부러 흠을 잡아보려고 했으나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자잘한 단점들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다. 우선 디스플레이나 여러 기능 작동법 등이 매우 복잡해서 한참을 헤맸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기 전 사이드미러의 각도 조절부터 조작 방법을 찾지 못하고 뭐 하나 해보려고 하면 디스플레이에서 몇 번의 터치로 깊게 들어가야 했다.

하물며 에어컨을 켜는 것조차 수월하지 않았다. 2030 나이대의 사람도 어렵게 느껴질 정도로 직관적인 설계는 아니었다.

토레스 EVX 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시무시하게 거대한 덩치였다. 초보운전자이지만 다양한 차량들을 운전해보며 이젠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나 스포츠카도 즐거운 마음으로 즐겼건만 녀석의 육중한 존재감에 초심으로 되돌아가 바짝 긴장한 채로 운전했다. 스티어링 휠도 커서 코너링에서 다소 부담스러웠다.

자동차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상 매번 새로운 차를 타지만 1시간이면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1시간30분을 운전해도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협소하고 깊은 지하주차장을 들어가는 것은 동료 기자에게 부탁했다.

토레스 EVX 뒷좌석.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마저도 초보운전자거나 짧은 시간 시승해서 느끼는 문제점이라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큰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을 듯하다.

토레스 EVX는 국내 완성차 최초로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다. LFP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짧다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부정 여론이 짙다. 하지만 토레스 EVX의 주행거리는 420km로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다른 전기차와 견줘도 빠지지 않는다.

토레스 EVX 트렁크.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가격을 떠나도 충분히 매력있는 제품이지만 역시 가격이 주는 메리트를 빼놓을 수 없다. 판매가는 트림에 따라 4850~5200만원이며 지역 보조금에 따라 3000만원대에도 구매 가능하다.

▲타깃

-짐이 많은 보부상에게 강력 추천

-기존 토레스 모델에 만족했다면 실망할 리 없을 듯

▲주의할점

-거대한 덩치에 협소한 길에선 진땀 날 수도

-‘이거 어떻게 하는거야’를 연발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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