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다 사람 잡았다…옆방서 뿌린 살충제에 부부 사망

살충제에서 나온 일산화탄소 때문
국내 빈대 살충제에선 안쓰이는 성분

휴가차 이집트 호텔에 묵고 있던 영국인 부부가 옆 방에서 뿌린 빈대 살충제로 사망했다. 살충제에서 나온 일산화탄소 때문이다.

[사진 출처=유튜브 '다흑' 채널 캡처]

11일(현지시간)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 랭커셔 출신의 존 쿠퍼(69)씨와 수전 쿠퍼(63)씨가 2018년 8월 21일 이집트 한 호텔에서 옆 방에 뿌린 빈대 살충제 연기를 마신 뒤 사망했다.

호텔 측은 이들이 사망하기 전날 이들 객실 옆 방을 살충제 '람다'(Lambda)로 소독했다. 이 두객실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문 하나로 연결된 구조다. 평소 문을 잠그고 따로 투숙객을 받았다.

호텔 측은 소독 작업을 진행하면서 살충제 가스가 다른 방으로 넘어갈 것으로 우려해 두 방을 연결하는 문틈을 마스킹테이프로 막는 작업도 거쳤다. 하지만 마스킹테이프는 유해 물질을 막지 못했고 같은 날 저녁에 호텔 방에 들어온 이들 부부는 변을 당했다.

다음 날 아침, 다른 방에 묵었던 딸이 방에 찾아갔을 때 부부는 위중한 상태였고, 결국 숨을 거뒀다.

사망 5년 만에 이뤄진 청문회에서 검시관 제임스 에들리 박사는 부부가 염화메틸렌이 들어간 살충제에서 나온 증기를 흡입하면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살충제를 희석하기 위해 '디클로로메탄'이라는 화학물질을 사용한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디클로로메탄은 국내 빈대 방역에는 쓰이지 않는다.

부부의 딸은 청문회에서 "부모님이 조식 자리에 나오지 않아 방으로 찾아가 보니 두 분 다 아프더라. 문을 열어준 아버지는 침대 구석에 쓰러져 몸이 안 좋다고 했다. 어머니는 주변에 토사물을 묻힌 채 신음하고 있었는데, 그 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고 했다.

영국 외무부는 이집트 당국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보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이집트 검찰은 사망 원인이 대장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