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샌티스 이어 中 허리펑 만난 김동연…외교 보폭 넓힌다
“우리가 인연이 있기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허리펑)
지난 2일 오후 중국 베이징시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접견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만난 허리펑(何立峰)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국무원 경제담당부총리가 인사를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허 부총리는 최근 공산당 중앙재정경제위원회(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에 임명됐다. 중국 정부의 경제·금융 정책을 조율하는 최고위급 책임자이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 분야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허 부총리가 ‘인연’을 언급한 것은 김 지사와의 만남이 처음이 아니라서다. 두 사람은 2017년 1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김 지사가 수행하면서 친분을 쌓았고, 2018년 2월 2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5차 한중경제장관회의’로 인연을 이어왔다. 김 지사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허 부총리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을 맡고 있을 때다.
이 때문인지 비공개 회담에서 허 부총리는 김 지사를 ‘라오펑요(老朋友·오랜 벗)’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양국 경제협력 방안 등에 대해 열띤 대화가 이어지면서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은 1시간 30분으로 늘어났다.
중 출장서 ‘오랜 벗’ 허리펑 만난 김동연
최근 김 지사는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일본 출장에선 4조3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성사시켰다. 7월 인도·태국 출장에서는 인도 전자정보기술부와 상공부 장관, 태국 경제부총리와 관광체육부 장관, 방콕시장, 유엔(UN) 산하기구장, 현지 기업인 등을 만나 경제 공동체 관계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이어진 중국 출장에선 하오펑(郝鵬) 랴오닝성 당서기와 리러청(李樂成) 랴오닝성장, 그리고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허 부총리를 만났다.
한·중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이뤄진 김 지사와 허 부총리의 만남은 지역 정가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 회담엔 한원슈 중앙재경판공실 부주임, 쉬쇼우본 국무원 부비서장,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 등 중국의 차관급 고위인사들도 배석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김 지사와 허 부총리의 개인적 인연, 그리고 경기도의 발전 잠재력과 김 지사의 정치적 미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과 허 부총리가 만나자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두 사람 모두 저의 오랜 친구”라며 “신경제질서의 재편에서 G2의 역할이 중요하다. 생산적인 논의가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미 디샌티스 주지사·이스라엘 베네트 전 총리도 만나
김 지사는 ‘균형·실익·경제’라는 세가지 철학을 중심으로 외교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경기지사 취임 이후 국내외에서 100여명이 넘는 외빈을 만났다. 취임 6일 만에 중국 최초의 외교·국제관계 분야 싱크탱크인 차하얼(察哈爾)학회 한팡밍(韓方明) 회장을 만나 경기도와 중국 간 협력 방안을 상의한 것을 시작으로, 영국·독일 등 각국 주한 대사와도 면담했다.
지난해 8월엔 보리스 타디치(Boris Tadic) 전 세르비아 대통령을, 같은 해 12월엔 응우옌 쑤언 푹(Nguyen Xuan Phuc) 전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교류 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4월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만났고, 5월엔 나프탈리 베네트(Naftali Bennett) 전 이스라엘 총리, 요즈마그룹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 회장을 만나 경제 협력을 논의했다.
김 지사는 또 해외 출장 때마다 각 나라 정·재계 뿐 아니라 학계 관계자까지 폭 넓게 만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 출장에선 간디 추모 공원을 방문하고, 태국 방콕시를 방문할 땐 방콕시를 상징하는 녹색 넥타이를 매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준비에도 공을 들인다. 당시 찻찻 싯티판 방콕시장은 김 지사에게 “오래된 친구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김 지사는 만나는 이들에게 개인 연락처 교환을 제안하며, 출장 이후에도 계속해서 협력·교류를 위한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고 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김 지사가 경제부총리 등 오랜 공직 생활을 했고, 경제전문가로서도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며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지방정부도 보완적 외교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김 지사가 추구하는 균형·실익·경제 외교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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