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의장, 임시예산안 제안에도 셧다운 우려 지속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일주일 앞두고 새로운 임시예산안(CR: continuing resolution)을 제안했다. 연방 기관별로 자금 만료 시점을 달리하는 단계별 임시예산안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강력하게 반발해온 것이어서 합의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셧다운 우려가 반복되면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존슨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새로운 임시예산안을 공개하고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설명했다고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보도했다.
새 임시예산안은 군과 재향 군인 프로그램, 농업과 식량, 교통, 주택, 도시 개발 부서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을 내년 1월 19일까지, 국무부나 법무부, 상무부 등 나머지 정부 예산은 내년 2월 2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범정부 차원의 옴니버스 예산안 협상을 막고, 하원과 상원이 12개 세출법안에 대해 개별 협상하도록 하기 위한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세출법안을 각각 협의토록 해 조 바이든 행정부 중점 예산을 삭감하는 데 협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WP는 “투스텝 임시예산안은 존슨 의장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극우 성향의 프리덤 코커스가 선호했던 것”이라며 “연방기관별로 예산 만료 시점을 달리해 의회는 앞으로 몇 달간 부분적인 정부 셧다운 위험 반복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존슨 의장도 이날 성명에서 “2단계 임시예산안은 하원 공화당이 보수적 승리를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며 “추가 자금 지원 논쟁에서 임시예산안을 분리해 공화당은 재정 책임, 우크라이나 지원 감독, 국경 정책 변화 등 싸움에서 최상의 위치에 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패티 머레이 상원 예산위원장은 “내가 들어 본 것 중 가장 바보같고 얼빠진 ”이라고 비판했다.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도 “임시예산안은 매우 난해하다. 말도 안 되는 일에 납세자들의 세금을 희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임시예산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도 포함하지 않았다.
새 임시예산안에는 즉각적인 지출 삭감, 이민법 개정 등 공화당 강경파가 요구해 온 조건이 빠져 있어 공화당 반란표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공화당 소속 칩 로이 의원은 존슨 의장이 새 임시예산안을 공개한 직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양당 의원들 모두 반대하는 진지하지 않은 제안으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극단적인 공화당의 셧다운 제안은 군인을 무급으로 일하도록 강요하고 국가 안보와 국내 우선순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가 반발하면서 임시예산안 통과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미 의회가 현행 임시예산안 만료(오는 17일) 전 새로운 지출안을 만들지 못하면 연방 정부는 오는 18일 자정부터 폐쇄된다.
이에 따라 백악관도 셧다운 가능성을 상정한 액션 플랜을 준비하고 나섰다. 블룸버그는 “백악관 예산국은 이미 연방 기관과 셧다운 계획을 조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도 “존슨 의장의 셧다운 정치 경험 부족, 공화당의 높은 혼란 수준을 고려할 때 셧다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백악관은 셧다운 가능성을 상정해 공화당을 비난하는 연설문 초안까지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날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신용등급은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했지만, 향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무디스는 “의회 내 정치 양극화가 지속하면서 채무 능력 약화를 늦추려는 후속 행정부의 재정 계획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리가 높아진 가운데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리려는 효과적인 재정 정책적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재정적자가 막대한 수준에서 유지돼 채무 능력을 유의미하게 약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다. 당시 피치는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미국 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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